[기고] 정원 박람회에 바란다
[기고] 정원 박람회에 바란다
  •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
  • 승인 2021.12.09
  • 호수 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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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정원 박람회는 2010년 경기도에 있는 경기농림진흥재단(현, 경기농수산진흥원)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함께 날로 번창하여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정원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이대로 좋은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유럽의 대표적인 정원 박람회와 그 성격을 둘러보자.

영국의 경우 첼시 플라워 쇼(RHS Chelsea Flower Show)가 있다. 이는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e Society)에서 주관하는 박람회 성격의 플라워 쇼이다. 런던 템스강 변의 첼시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 꽃 박람회이다. 1862년 영국 그레이트 스프링 쇼에서 유래하였으며 1913년부터 첼시 지역에 있는 왕립병원의 정원으로 전시장을 옮겨 지금에 이른다. 이 첼시 플라워 쇼는 새로운 원예 품종의 보급을 위하여 전시 및 판매뿐 아니라 모델 정원을 만들어 다양한 정원 디자인을 전시 정원(Show Garden)에서 보여 준다. 개최 시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대체로 매년 5월 하순에 5일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프랑스는 루아르강 변에 있는 쇼몽 성에서 열리는 쇼몽 가든 페스티벌(le Festival International des Jardins)이 있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멋스러운 고성이 어우러진 정원 박람회이다. 이는 쇼몽성 조직 위원회(le Domaine de Chaumont-sur-Loire)가 주체하고 있다. 1992년 벨기에 조경가 Jacques Wirtz가 전시장 기본계획을 맡았으며, 10ha 쇼몽 성에 딸려있던 3.5ha 규모의 농장 부지를 각각 250㎡씩 30개의 소공간으로 구획하여 매년 새로운 정원을 조성하고, 전시한다. 축제 기간은 4월에서 10월까지이기 때문에 각 정원의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는 매년 정원 박람회의 개최지가 다르다. 박람회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연방 정원박람회(Bundes Garten Schau: BUGA)와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정원박람회(Internationale Gartenbau Ausstellung: IGA)가 있다. 또한 BUGA나 IGA와는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의 주관으로 여러 도시에서 지방 정원박람회(Landes Garten Schauen:LAGA)가 열리고 있다. 박람회의 장소는 폐광 지대, 과거 비행장이었던 지역 또는 도시의 낙후된 공원 등 다양한 곳이 박람회 장소로 선정된다. 그리고 박람회 후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 되거나 새롭게 단장되어 도심의 녹색 인프라를 형성한다. 즉, 공원 녹지를 중심으로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박람회 기간은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이다. 첫해에만 유료 입장이고 그 후에 무료로 개방한다.

결론적으로 세 나라의 정원 박람회 성격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는 ‘꽃 전시회’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원예 산업 육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

프랑스의 쇼몽 가든 페스티벌은 최신 정원 디자인의 트렌드를 보여 주고 실험적인 기법과 새로운 소재를 선보인다.

독일은 정원 박람회를 통해 도시 재생이나 새로운 녹색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중에 우리나라에 제일 많이 알려진 박람회가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인 것 같다. 우선, 이 박람회는 왕립원예협회(RHS;The Royal Horticultural Society)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이름 그대로 플라워 쇼(꽃 전시)이다. 왕립원예협회는 원예 품종개량, 전문 서적 출판, 정원사 교육 등 원예 분야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그래서 첼시 플라워 쇼에서는 대형 천막(파빌리온) 안에서 행사하는 신품종 전시 및 화훼류 판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외부에 있는 전시 정원(Show Garden)을 통해 어떻게 어우러지게 정원을 디자인하느냐를 보여준다. 하지만 방문자가 그 정원을 거닐며 느낄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쇼를 위한 정원이며 정원을 꾸미기 위한 식물을 전시한다. 그러다 보니 꽃 피는 시기가 행사 기간과 맞지 않는 식물들은 쇼를 위해 저온처리나 고온처리를 통해 그 기간에 꽃을 피우게 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원 박람회’가 전시 정원 중심에 짧은 전시 기간을 운영하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를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박람회는 대부분 가을에 열리고 있다. 몇 번 주최 측에 개최 시기 조정을 건의해 보았으나 정부의 예산 편성이나 지자체의 실행 시기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정원 박람회는 자동차 박람회나 가구 박람회 등과 달리 정원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충분한 전시 기간이 필요하다. 정원 박람회는 1년 동안 계획한 후, 전년도의 계획으로 다음 해에 개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전시장의 장소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박람회가 매년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대부분 기존 공원에서 전시되고 있다. 공원은 이미 인근 주민들을 위한 역할이 있을 텐데, 조각조각 전시 정원을 끼워 넣고 있다. 게다가 전시 기간을 제외하고는 공원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어 정원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정원 박람회가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려 언제나 그곳에 가면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아름다운 정원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람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 objectpl@chol.com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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