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원과 조경의 차이 논란 기고에 부쳐
[기고] 정원과 조경의 차이 논란 기고에 부쳐
  •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
  • 승인 2021.11.25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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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정원과 조경의 차이에 대한 기고(본지 658호 기고 송정섭 한국정원협회 고문의 ‘정원은 조경이 아니다’)를 읽었다. 그리고 가끔 그 차이를 묻는 사람들도 있어 짧은 나의 생각을 적어 본다. 일단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원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며 조경은 ‘경치를 아름답게 꾸밈’으로 나온다. 사전적 의미로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규모의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Châteaux de Versailles)과 영국의 큐가든(Kew Gardens)은 엄청난 규모이지만 정원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그들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베르사유 정원은 루이 13세 때까지 왕실의 사냥터로 쓰이던 곳으로 작은 별장과 울창한 숲이 있던 곳이었다. 이곳은 17세기 중반 루이 14세가 궁과 정원을 조성한 곳이다. 그리고 영국의 큐가든은 16세기 중반에 캐플 가(Capel family)의 소유로 조성된 정원이 영국의 왕 조지 3세(George III)의 어머니인 아우구스타(Augusta)에 의해 더욱 확장되면서 왕실 소유의 주거지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즉 두 정원 모두 왕들의 개인 소유의 정원이었다.

이렇듯 유럽에 유명한 정원들은 오랫동안 특권계층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독점물이었다. 하지만 왕권이 무너지고 18세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으로 귀족들이 소유하던 수렵장이나 대규모의 정원도 유지 및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소유권이 바뀌면서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8세기 이후,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이들도 개인적인 정원을 갖게 된다. 또한 일반 서민들도 주택에 작은 정원을 꾸미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원 가꾸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었다.

한편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인구 집중과 이에 따른 환경오염의 발생으로 시민들은 깨끗한 공기와 푸른 녹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와 영국 런던에서는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 도시 환경문제에 대처하고 노동계층에게 여가공간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제 정원은 특권층이나 개인만을 위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연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갖게 되었고 이를 ‘공원’이라 부르게 되었다. 원래 공원(park)이란 단어는 이전에 사냥터나 마을과 마을의 경계 부분에 조성한 숲 지대를 뜻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정원은 미국으로 전파되었고 뉴욕에 있는 맨해튼 지구에 있는 대규모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를 조성하면서 조경이란 이름으로 특화되어 불리게 된다. 센트럴 파크는 1850년부터 공원 조성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암브로스 킹슬란드가 뉴욕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조경의 아버지’라 불리는 옴스테드(Frederick L. Olmsted)의 설계안으로 진행되어 1876년에 완성되었다. 이때 처음으로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란 용어가 생기고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즉, 조경은 공공을 위한 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도시의 내부 또는 도시 주변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조경이 전문화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초반 대규모 국토개발사업 및 고속도로개발 등에 맞추어 ‘조경‘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다.

인류는 시대와 생활 환경의 변천에 따라 학문이나 산업분야가 특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정원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특권계층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독점물이었던 정원이 시대가 변하면서 개인이 꾸미는 주택 정원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정원인 공원으로 조성되어 조경이란 분야로 세분화되었다. 더 나아가 공공을 위한 건설 분야에 사전적 의미에 있듯이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분야가 조경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세분화 과정에서 차이점을 몇 가지 찾아보자. 첫째 정원이 울타리 안이라면 조경은 경관(Landscape)을 다룬다는 점에서 규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정원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꾸며진다면 조경은 이용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정원과 조경은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유지 및 관리에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살아 있는 식물을 이용함으로 세심한 계획이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꽃이 많으면 정원이고 나무를 심으면 조경이거나, 식물 위주로 꾸미면 정원이고 구조물이나 시설물이 많으면 조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원과 조경의 차이는 정원이 자연과 함께하기 위한 개인적인 공간이라면 조경은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공공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전문분야로 특화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조경신문]

문현주 정원디자이너·오브제플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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