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어둡고 위험한 골목길을 밝고 안전한 골목길로 만드는 것과 같이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디자인 설계, ‘셉테드’가 진화하고 있다.

지난 3일(목) 경찰청과 건축공간연구원이 1인가구를 위한 범죄예방 정책을 주제로 ‘2020 범죄예방환경설계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다.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범죄에 대한 방어적인 디자인을 통해 범죄 발생 기회를 줄이고, 시민들이 범죄에 대해 안전함을 느끼도록 하는 범죄 예방 전략을 말한다.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재영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과장은 “2005년 처음 셉테드를 도입했던 당시, 1세대 셉테드는 가로등 세우기, cctv설치, 쓰레기 치우기 등과 같이 물리적 환경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하드웨어적인 접근이 많았다. 2012년 이후, 지자체에서 셉테드 사업을 시작하며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온 2세대 셉테드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거나 주민 쉼터, 안전지도 제작 등과 같이 주민들이 참여해 물리적 개선과 유대감을 키우는 소프트웨어적 접근 방법이다”고 지금까지의 셉테드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우치다 보면 관리가 소홀해지거나 관심이 소홀해 졌을 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일시적인 안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안전이 형성돼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서 나온 것이 3세대 셉테드다. 3세대 셉테드는 관 주도의 셉테드 사업에서 벗어나 경찰, 지자체, 주민이 함께 협의체를 만들고 스스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재영 과장은 ‘지역공동체치안 협의체’를 대표적인 예로 꼽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달라진 소통방식을 고려해 ‘온라인 소통창구’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세대 셉테드 구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 중에 있다. 셉테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됐으나, 기관 간 협업을 규정하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또한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지역과 규모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특정 지역에만 편중될 수 있는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경찰청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셉테드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환경조성사업의 평가도구가 될 수 있는 진단 카드도 제시됐다.

박유나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원은 ‘장소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대상지의 침입범죄 발생 가능성을 약 80% 설명할 수 있는 진단카드를 제안했다. 장소프로파일링은 범죄자가 범행대상 탐색과정에서 고려하는 요인을 파악해 범죄취약공간을 진단하는 기법으로, 일반적인 프로파일링이 ‘어떤 범죄자일까?’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장소 프로파일링은 ‘어떤 특성을 지닌 건축공간이 범행의 대상이 될까?’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손동필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 센터장은 1인가구 밀집지역에 적용할 새로운 셉테드 아이디어와 기존의 셉테드를 1인가구 밀집지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특히, 1인가구 지역에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개별적으로 산책한다는 면에서 길고 선형의 휴식공간 설계를 제시했다. 또한 바닥과 보도를 중심으로 항상 조명을 킬 수 있도록 주택마다 보조조명을 설치하고 마을의 조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개회사를, 박소현 건축공간연구원 원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재영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과장이 ‘예방적 경찰활동과 셉테드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박유나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 연구원이 ‘한국형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위한 장소프로파일 기법 연구’를, 손동필 범죄예방환경연구센터 센터장이 ‘1인가구 밀집지역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서 정성원 세종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강석진 국립경상대학교 교수, 김도우 경남대학교 교수, 한민경 경찰대학 교수가 함께 토론에 참석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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