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다시 시작하는 농촌계획
[조경시대] 다시 시작하는 농촌계획
  • 구진혁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20.11.11
  • 호수 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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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Landscape Times] 일제강점기와 6.25동란을 거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1인당 국민소득의 변화를 살펴보면 1963년 100달러 수준에서,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 2018년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세계에서 유래 없는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농촌에서도 농가소득 향상과 마을환경 개선이라는 기치아래 1970년대부터 새마을 운동이 시작 되었다. 아침마다 농촌 마을에 울려 퍼지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라는 노래와 함께 너도 나도 마을회관으로 모여, 마을길을 확장하고 지붕·담장 개량, 주택개량, 공동시설물과 상수도 설치, 마을회관 건립, 농로개설, 농지정리, 소하천정비, 종자개량, 축산 및 특용작물 재배 등등 농촌 마을의 환경을 거의 다 새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새마을 운동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최고의 혁신이었지만, 우리 농촌과 지역의 고유한 경관과 환경에는 최악의 운동으로 기억되고 있다.

농촌공간 및 생활권 분석을 통한 계획과제 도출 사례
농촌공간 및 생활권 분석을 통한 계획과제 도출 사례

굽이굽이 돌아 마을로 들어서는 정겨운 시골길은 널찍한 콘크리트 도로로 바뀌었고, 그 지역의 풍토와 재료가 반영된 돌담, 흙담, 울타리 등은 콘크리트 담장으로 교체되었으며, 마을 뒷산과 어우러져 옹기종기 모여 있던 초가집과 기와집은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을 입구를 지키던 장승과 솟대는 다 어디로 사라졌으며 둥글둥글하게 연결된 마을의 선은 직선으로 바뀌고, 흙과 물과 나무가 중심이 되었던 마을에는 콘크리트가 점령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새것으로 바뀌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와 손때가 묻은 유산과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들은 남겨 놓았어야 했고, 최소한의 계획을 갖고 개발을 해야 했다. 그러나 너무나 빠른 시간동안 눈에 보이는 대로 바꾸어 놓았기에 마을의 오래된 유산과 경관에 대한 고민 없이 수백 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 온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경관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필자가 지난 20년간 전국의 수많은 농촌마을과 지역에서 어르신들께 과거의 마을 모습을 여쭤보면 대부분 새마을운동의 전과 후로 나누어서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너무 늦었다. 한발이 늦은 게 아니라 많이 늦었다. 우리가 농촌다움을 이야기하고 농촌의 고유한 경관을 이야기할 때 그 시절의 개발 논리에서 전문가들이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었으면 어떠했을까? 질문을 해 보지만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상황과 오직 배고픔을 이기고 경제발전을 우선시 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녹록치 않은 일이라 변명을 해 본다. 벌써 반세기 전에 있었던 일이었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인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 위한 진통이라 생각해 보면 인정할 수도 있을 일이라 위안을 해 본다.

늦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연구기관과 학자들이 농촌의 고유성과 농촌다움 그리고 농촌어메니티 자원을 발굴해서 농촌의 경관을 복원하고 만드는 연구들이 활발해졌고, 그 결과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농촌에 지원되었다.

그렇지만 농촌의 공간과 경관을 장소 단위 또는 각 부처별 사업 단위로 나누면서 연계성과 통합성이 부족해졌고, 일부 목소리 큰 주민들 여론에 의해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 시행되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부에서는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국가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통합적 농촌공간계획을 통한 계획적인 개발과 발전을 추진하고, 재정의 안정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농촌협약’ 제도를 2020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정원 만들기 프로젝트

지역의 사회·경제 등 현황과 생활권·기초생활서비스 접근성 분석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개발계획과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통합적 농촌지역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촌협약 제도는 지역이 스스로 수립한 발전 방향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안정적인 재정지원 아래 공동의 정책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며, 지역의 현황분석을 통한 전략계획(20년 단위계획)과 활성화계획(5년 단위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단위에서 거시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면, 마을 주민들도 스스로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 방안을 찾고, 사업 계획에 참여하고 정부의 공모사업에 도전하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마을의 경관을 만들고 가꾸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을경관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약속과 실천이 수반된 마을 경관 가꾸기 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정책발굴과 예산 지원을 약속하며, 지자체에서는 공간과 생활권 분석을 통한 중장기적인 농촌협약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들은 스스로 자원을 발굴하고 대안을 찾고 사업계획에 참여하며, 약속과 실천을 통해 지역의 경관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참여할 때, 우리 농촌의 미래는 한발 한발 농촌다움과 지역의 고유성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농촌마을에 더욱더 가까워 질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구진혁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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