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농촌경관과 마을숲
[조경시대] 농촌경관과 마을숲
  •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
  • 승인 2020.05.28
  • 호수 5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

[Landscape Times] 필자는 지난 20년간 전국의 농촌, 어촌, 산촌의 다양한 마을과 지방도시를 다니면서 그곳에서 도시와 다른 오래된 마을과 사람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예부터 선조들은 비록 좀 부족한 땅이라도 좋은 기운이 흐르고 사람이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비보(裨補)적인 공간을 조성하여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였다. 그러나 풍수적으로 완벽하고 좋은 땅을 찾기가 쉽지 않아 전통 풍수 사상인 비보풍수(裨補風水)를 통해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물과 바람으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 마을 공동의 숲을 만들었다. 그 결과 마을숲(裨補林)은 마을에 남겨진 대표적인 유산이 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약 1410개의 전통 마을 숲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예천 금당실 송림(천연기념물 469호)을 비롯한 20여개의 마을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2016년 11월 드론으로 촬영한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 마을숲
2016년 11월 드론으로 촬영한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 마을숲 ⓒ구진혁

마을숲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마을에서 지형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신앙적인 기능을 하는 비보림과 성황림, 강변이나 하천변에 나무를 심어 홍수를 막고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해 주는 호안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물고기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주민들에게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어부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마을숲은 마을주민들에게 시원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숲을 통해 생태축을 연결하는 생태통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담한 집들이 자리한 마을에는 뒷산이 마을을 품고 있으며, 우물가를 지나 마을 어귀에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고, 마을 밖의 하천변에는 대숲이나 활엽수나 소나무로 이루어진 마을숲이 둘러싸고 있다. 마을숲과 주거지 사이에는 마을의 채소와 잡곡을 공급하는 작은 텃밭들이 모여 있는 안뜰이 있고 마을을 흐르는 개울은 둠벙이나 미나리꽝을 지나 하천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자리한 마을숲은 농촌마을의 상징적인 경계로서 연속된 산림으로 구성된 녹지가 됐고, 마을의 생태적인 경관형성 축을 만들어 내며, 수종의 구성에 따라 사계절 마을의 대표적인 경관을 연출하게 된다.

전통마을의 공간구조와 마을숲 ⓒ‘전통경관에 담긴 생태지혜’(이도원, 2005)
전통마을의 공간구조와 마을숲 ⓒ‘전통경관에 담긴 생태지혜’(이도원, 2005)

마을숲은 한두 그루의 고목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몇 그루의 노거수가 이루는 작은 동산으로 이루어지거나, 대규모의 숲으로 조성되기도 한다. 규모나 종류는 달라도 마을숲은 주민들이 공동체를 구성하여 만들고 가꿔온 전통마을의 경관을 대표하는 녹지공간으로, 농촌다움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있으며, 마을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으로,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 삶의 흔적이 반영돼 있는 문화적 경관의 산물이 바로 전통 마을숲인 것이다.

이처럼 마을숲은 한국 전통마을의 가장 농촌다운 경관으로, 자연과 마을을 이어주는 마을 공동체 활동의 결과이며 자연과의 교감을 끌어내는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마을숲은 마을 사람들의 사회, 문화, 휴양 활동이 이루어지는 마을공원이자 추억의 장소이자 마을의 역사와 더불어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되거나 조림되면서 오랜 시간을 거쳐 지역에 적응되어 남아있는 생태적이고 전통적인 마을 경관으로, 산림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산림청에서는 마을숲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연구와 복원사업을 함께 진행해 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을숲을 복원할 때 마을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이해하고 풍수를 고려해 마을숲의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생태적․경관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천이(자생수종, 향토수종 중심)를 고려한 생태숲 조성이 원칙이어야 한다. 또한 대상지의 지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원지형의 보전을 우선으로 주변 생태계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한 경관 조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마을숲이 갖는 장소성과 마을의 전통문화를 고려하면 마을의 토착신앙, 풍수, 재해방지 등 마을숲 조성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기능을 부여한 공간계획과 경관의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조성 배경에 따라 서낭당, 당집, 돌탑 등의 토착 신앙적 요소와 장승, 솟대, 연못 등의 풍수적 요소, 정자, 효열비 등 유교적 요소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마을의 공동쉼터로 활용한 전통적 휴양기능과 민속문화 체험 및 놀이를 위한 기능도 고려해 복원사업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마을숲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경관이자 전통마을에서 농촌다움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공간으로 대대손손 후손들에게 물려줄 농촌경관으로 보존하고 계승하여야 할 것이다.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 news@latimes.kr 구진혁 (주)누리넷 대표·환경계획 및 조경학 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