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송현동 공유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들의 열린 모임, ‘솔방울커먼즈’가 지난 10월 28일(수)부터 31일(토)까지 전시와 토론, 댄스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솔방울위크’를 개최했다. 

솔방울위크는 송현동에 위치한 유일한 카페이자 2층은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송현동 57번 갤러리’에서 ‘송현동 리-얼 자치동 만들기’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솔방울위크는 28일(수) ‘주민센터 개관식’을 시작으로 오세일 작가 초대전 ‘First Attachment’, 송현동을 주제로 토론하는 주민모임 프로그램과 토론 등으로 채워졌다.

오세일 작가 초대전 ‘First Attachment’ 작품<br>
오세일 작가 초대전 ‘First Attachment’ 작품

한 쪽 벽면에는 솔방울러로 활동하는 예술가, 오세일 작가의 사진 작품이 걸렸다. 사진의 배경은 인천 배다리마을, 양주 덕계동 LH부지, 그리고 서울 송현동이다. 그리고 중심에는 무궁화나 개망초, 앵두나무 등 식물이 밝은 빛을 받으며 서있는 모습이다. 

오 작가는 “어릴적 손으로 튕기며 친구들에게 쏘고 놀았던 작은 공터에 핀 개망초, 학교 한구석에 몰래 통통한 열매가 맺힌 앵두나무, 등굣길 문방구 옆에 피어있던 무궁화. 모두 어릴적 애착을 갖게 된 장소였다. 그 곳들이 내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조금씩 애착이란 마음이 생기게 된 장소였고 식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송현동 역시 누군가의 애착과 손길이 닿은 곳이다. 오 작가는 솔방울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송현동 대문이 열려있는 모습을 봤다. 그는 “그 안의 모습은 토지개발이라던가, 매각, 매입, 이런 단어들과 동떨어진 곳이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텃밭과 정리가 된 보행로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큰 이슈를 가진 장소이고, 누군가에 의해 쉽게 이용당하는 이름이지만, 정작 돌담 안은 누군가의 애착이 조용히 담기고 있는 장소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오 작가에게 커먼즈란 ‘빠르게 변화되는 장소들의 시간을 늦추는 것, 내가 지나다니는 길 혹은 소유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곳의 모습을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또 그는 솔방울 커먼즈 활동을 통해 커먼즈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송현동 57번 갤러리 옥상에서 바라본 송현동 부지 모습

솔방울커먼즈는 “바쁘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주변과 달리 지금까지 높은 담을 쌓고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지난 역사를 통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송현은 조선 초에는 남은의 거주지였고, 조선말기 순조가 김병주에게 땅을 하사한 후 안동 김씨 소유의 땅이였다가 1910년 이후 박영정(윤덕영의 처이자, 윤택영의 형수), 윤택영 소유가 됐다. 1919년 일본 조선식산은행 사택을 지어 사용하다가, 1945년 광복후에는 미국에 귀속돼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으로 쓰인다. 이후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던 삼성에 매각되고, 건립이 어렵게 되자 한진에 매매 한 후 현재에 이르게 됐다. 

솔방울커먼즈는 “송현은 여러 사람들의 갈등관계 속에서 수도없이 많은 계략, 술수, 음모, 욕심, 거짓, 피바람까지 지난 역사의 긴 시간을 견뎠다”고 평가하며 “서울의 한복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받아낸 송현의 땅이, 그간 개발의 논리로 무시된 의미와 가치가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솔방울위크를 준비한 솔방울러 ⓒ솔방울커먼즈 오세일

솔방울커먼즈는 이번 솔방울위크를 통해 ‘송현계원’을 함께 모집했다. 송현계는 현재 송현동 일대를 일컫는 한양의 행정구역 이름이다. 이들은 ‘땅을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유지하고 나눠 쓰는 모임이자, 송현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송현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송현계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방울커먼즈는 “땅을 사고 팔 권리는 땅 문서의 주인에게 있지만, 땅의 이용과 개발은 더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땅은 오롯이 땅문서 주인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지구,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사고 팔고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쓸 것인지를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이 땅을 함께 가꿔나갈 이들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iM4MV-NjzZhuH6TrAbxgLg

솔방울커먼즈는 송현동을 기웃거리는 모임이라고 자기소개한다. 지금껏 여러 방법으로 송현동 주변을 기웃거렸다. 담장 틈 엿보기, 주민 찾는 전단지 붙이기, 담장 두드려 보기 등이다.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송현동을 한바퀴 돌아보고 영상으로 찍었고, ‘솔방울러는 걷는다’라는 영상에서는 담장 옆을 기웃거리며 솔방울을 던지고, 솔가지로 담장을 치기도 했다. 영상은 주민센터 개관식에서도 공개됐으며, 유튜브 ‘파인시네Pinecine’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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