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s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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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사람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8760시간을 살면서 도시 안, 또는 도시 밖에서 어떤 이들과 공존하면서도 기억을 배제하고 싶은 것들은 자신의 기록에서 삭제해 버린다. 공간이 이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오류 속에서.

세타 나츠키 감독의 2016년 개봉작 영화 ‘파크(Parks)’는 공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50년 전 기록을 음악이라는 카테고리를 현대에까지 이어가는,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 속 지워졌을 노래가 미래 세대인 현대인이 세상에 꺼내 놓는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과거에 만들어진 노래를 미래 세대가 이어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하루(나가노 메이)가 어느 날 쥰(하시모토 아이)의 일상에 끼어들면서 스토리는 이어진다. 돌아가신 아빠 신페이의 옛 애인이었던 사치코의 편지를 읽고 50년 전 흑백사진과 주소만 들고 찾아간 그곳에 쥰이 살고 있다는 하루의 이야기를 들은 쥰은 그와 함께 과거 속 연인들의 로맨틱한 시간을 하나씩 꺼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 사치코의 손자 토키오(소메타니 쇼타)를 만나면서 하루의 아빠가 사치코를 위해 만든 음악이 담긴 오픈 릴 테이프를 접하게 된다. 중간에 노이즈가 커지며 끊겨버리는 아날로그의 밀당.

사랑의 세레나데로 사치코에 대한 사랑을 녹아낸 아빠의 노래를 완성하고 싶은 하루. 그런 하루의 마음을 알고 있는 쥰과 토키오는 밴드를 결성해 끊긴 노래를 잇기로 한다.

순조롭던 작업은 아빠 신페이의 순수한 사랑 노래와 달리 세상에 알리고 싶은 사치코의 변화된 마음이 현재의 쥰과 토키오, 그리고 하루와의 간극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갈등은 전개된다. 봄날처럼 불쑥 찾아 온 하루. 우리나라 말로 봄을 뜻하는 하루 아빠의 러브스토리는 공원이 가진 ‘기억의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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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카시라 공원 전경   ⓒparks100

 

일본 도쿄 이노카시라 공원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 ‘파크’는 쥰이 따뜻한 봄날 벚꽃이 화사한 공원을 달리면서 시작된다. 도쿄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은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가득해 피크닉 장소로 유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원이 가진 기억의 힘, 공간의 힘에 있다. 추억을 소환하고 시간을 들춰내면 과거의 계절, 그 계절에 고뇌하는 젊음과 그 안에 피어나는 사랑, 욕망, 절망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봄날의 희망을 보여준다.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달리 공원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우울한 시대이겠지만 어쩌면 인류가 그렇게 스스로 몰아간 환경의 연속성에 의한 결과일지 모른다. 공원은 단순히 대피장소라든지 쉼을 위한 공간만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다녀간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을 담고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라는 ‘로맨틱 기억 저장소’로 기록될 필요가 있다.

2020년 어느 가을 나의 기록을 2070년 어느 가을에 누군가 꺼내보며 로맨틱을 느낀다면 이보다 진한 카타르시가 있을까. 공원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 이야기가 이 공원에서 시작돼. 다리에서 흘린 눈물에 잉어가 입을 벌리고. 봄으로부터 시간은 흘러 흘러. 이 멜로디가 과거와 미래를 넘어, 깨어난 그대가 언제나 부를 파크 뮤직. 끝나지 않는 이야기.” - 영화 ‘파크’ 중

[한국조경신문]

 

국내 개봉 당시 홍보 포스터  ⓒparks100
국내 개봉 당시 홍보 포스터 ⓒparks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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