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청년들의 허기 채우는 자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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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8.03.05
  • 호수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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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리틀 포레스트’
▲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절기나 계절의 변화와 더 이상 밀접하지 않게 된 도시인의 삶은 불과 100년 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 우리 조상의 그것과는 이미 소원한 듯 보인다. 그러나 동일하고 통제된 공장식 삶, 혹은 타인에 의해 설계된 삶을 버리고 자신만의 인생좌표를 그리고자 하는 목마름, 비단 영화 속 현상만은 아닐 테다.

심고 돌보고 먹고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서사적 외피다.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에도 개봉을 기다린 듯 주말 극장가에 관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이유다.

영화는 숲과 자연에서 길을 찾는 20대의 내면풍경을 자연에 빗대어 독백한다. 차가운 겨울날 도시빈민으로 사는 20대 공시생 혜원이 시험에 낙방한 후 고향을 찾아오면서 이야기의 물꼬가 튼다. 삶의 도피처로 선택한 귀향행이지만 영화는 내가 누구인지 자문하며 성찰하는 과정을 자연의 시간 속에서 풀어가고 있다.

▲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사진출처=네이버영화)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만큼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은 이야기의 큰 축이다. 산수유 피는 봄이면 들에서 쑥을 캐고 참나물로 파스타를 만들며 아카시아가 필 무렵 꽃으로 튀김을 요리한다. 더운 여름이 되면 밭에서 딴 시원한 오이로 콩국수를 만들고, 가을이면 곶감을 말리고 숲에서 주운 밤으로 월동 준비를 한다. 눈 내리는 겨울날 쌀로 담근 막걸리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영화는 쉽게 현실을 봉인하지는 않는다.

결국 도시에서의 허기를 달래듯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 단순한 일상이지만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해답은 ‘지금 여기’에 속해 있다. 현실로부터 도피한 불편한 마음은 여전히 “뽑아도 자꾸 자라는 잡초”처럼 플래시백으로 평온한 일상성을 파괴한다. 그것은 때로는 툭 던지는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때로는 어릴 적 가출한 엄마를 향한 기억 속에서 튕겨 나오기도 한다.

▲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사진출처=네이버영화)

인생의 “아주심기”를 위해 도시로 다시 떠나는 혜원, 그리고 또다시 귀향하는 그 선택의 뒤안길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여기서 영화는 구체적 해답을 우회한다. 다만 혜원의 미소가 두 번째 귀향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 어머니와 친구들이 보낸 ‘기다림’이라는 메시지가 희미하게 물들어있을 뿐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가 원작인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남쪽으로 튀어’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드라마, 한국, 103분, 2018년 2월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제작 영화사 수박, 배급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사진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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