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재하도급 관행, 시공업 수익 악화
시공-자재 더불어 조경업 전체 협력 필요
 
 


 지난 8일 조경업 관련 시공과 자재 업체가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오랜 이해 대립의 해결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시발점은 서울시 발주 공사인 ‘상상어린이공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상호간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로 이미 모두가 공유하고 있던 묵은 과제들이다.
건설업인 시공과 제조업인 자재 간의 갭은 이번 모임만으로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는 평가가 공론이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협의회 주최로 열린 ‘조경자재생산업체 대표자 초정간담회’의 논의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지난 8일 진행된 ‘조경자재생산업체 대표자 초정간담회’에서 시설물설치공사업계는 조경공사 시 느껴왔던 애로사항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자재업체도 그런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시공업체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지나친 ‘수주전’으로 ‘일단 따놓고 보자’식의 저가 수주가 수익악화를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고질적인 재하도급 관행이 시공사의 수익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시공과 자재 업체가 오랜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저가 낙찰 폐단 … 시공 적자로 이어져
조경공사의 애로사항의 중심에는 지나치게 낮게 측정된 품셈과 하자보수 반영부족, 선급금문제 등이 있었다. 특히 품셈의 경우, 낙찰 시 이미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실 공사에서는 그보다도 더 낮은 가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시공업계는 주장했다. 그 원인으로는 너무 높은 자재가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김충일 부회장 역시 같은 의견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관급공사를 87%로 낙찰 받으면 하도급업체는 보통 75~80%로 수주하게 된다. 이렇게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을 받은 상태에서 고가의 자재비용 지불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견적 중 자재가가 80~90%에 달한다”면서 “구조적으로 이윤 창출이 힘들다. 자재업체가 설계가를 올려서 정당한 가격을 받아야 시공업자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지개발 피영태 부사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설계가’라고 주장했다. 피 부사장은 “낙찰율을 고려해서 설계가를 높여야 시공업체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삼미조경 최재중 대표는 “자재업체의 단가 책정이 공정하지 못해 시공업체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자재인데 건설사와 시공업체에게 각각 다른 단가를 책정한다는 것이다. 건설사에게 더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편, 유니온랜드 황선주 대표는 “시공업체 문제는 내용도 안보고 무조건 낙찰만 받는 데에 있다”면서 “특히 상상이린이공원 공사 문제는 공모를 하다 보니 금액이 맞지 않아 더욱 큰 문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급금 설정 기준 마련 ‘시급’
선급금도 시공업체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시공 업계는 불만을 토로했다. 세림조경건설 심왕섭 대표는 “건설사 도급 공사를 진행할 때 보통 3개월 만기 어음을 받고 진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재업체에 선급금을 지불해야 자재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또한 시공업체의 큰 어려움 중에 하나다”고 말했다.

동림종합조경 강상섭 대표는 “자재업체에서 선급금을 요구하는 것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한다”면서 “자재협회가 나서 선급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자재협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내부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재 제작업체에 대한 상황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강 대표는 “시공업체도 제품개발비 등 자재업체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선급금 조정과 관련된 힘 있는 협의회를 구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조병상 대표는 자금회수 문제의 대책으로 “전문건설협회나 조합에서 보증증권이 가능한지 파악해 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김활현 대표는 “현재 선급금 지급보증은 공제조합에서 해주고 있다. 대가지급 보증도 가능한지는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41년간 조경분야에 일해 왔다’고 서문을 열은 아아조경 임재홍 전무는 시공업체에서 일하려고 하는 인재가 없다는 어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조경분야 졸업생들 중 시공업체로 오겠다는 인재가 없다”며 비인기 업종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그는 또 “전문업체들은 의사결정권이 없다. 즉 자재업체의 고객이 아니다”라면서 “각자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조경자재와 시공간의 이질성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런 간담회가 일이 발생했을 때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논의돼야 문제해결이 쉬워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 시공과 자재 업체가 오랜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상상어린이공원 등 정부발주공사 문제점 드러나
이번 논의에 가장 다수 언급된 공사는 바로 최근 1차 사업을 완료한 상상어린이공원이다. 가장 최근 이슈이기도 하며 또 다수 조경업체가 참여한 사업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에서 발주한 또 다른 사업인 걷고싶은거리ㆍ디자인서울거리 사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다수 드러났다.

예건산업 노영일 대표는 “상상어린이공원은 처음 시도했던 사업인 만큼 제도 자체에도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또 자재업체가 직접 참여하다보니 매출 창출에 대한 의욕이 너무 앞섰다”면서 “자재 생산업체들이 골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특화설계라 더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이해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상어린이공원사업에 문제점이 많았다는 부분에 동감을 표한 청산이엘 홍태식 대표는 “너무 허황된 단가로 급하게 공사를 하려했다. 또한 설계는 공모를 하더라도 공사는 턴키방식으로 했어야 한다”면서 “걷고싶은거리ㆍ디자인서울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업체들이 만든 좋은 제품들이 많은데 디자인공모를 왜 했는지 의문이 든다. 공모당선작 대부분이 보기에는 좋지만 기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또 “상상어린이공원의 내용이 부실한데 이는 비용문제 때문일 경우가 많다. 대안은 고가의 특정자재에 대해서는 별도로 분리 발주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부분을 건조회에서 진행해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청우펀스테이션 신경근 이사는 “시공과 자재 간에 내제되어 있던 근본적인 문제가 상상어린이공원 문제 때문에 폭발한 것 같다”면서 “서울시에서 제한된 비용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추구하다보니 시공사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고 생각한다. 시공업체 입장에서 많이 힘든 상황이다 보니 ‘서비스차원에서 공사를 해준다’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지만 2차 사업에서는 1차에 발생한 문제들이 다수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기대감도 덧붙여 말했다.

설계-시공 간 갭 문제도 심각해
아쉽게도 이번 간담회에 설계업체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계 시 설정한 단가 문제, 하자보수 문제, 공기 문제 등 설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설계 업체로서 유일하게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게 된 조경사회 정주현 수석부회장은 “설계대로 시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안다”면서 “설계자들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 시공업체 사장들은 경험이 많지만 대학졸업해서 바로 설계를 시작한 설계자들이 그런 사장의 마인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도급으로 내려갈수록 공사가격은 점점 더 낮아진다. 밤 세워 설계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은 “설계자가 시공의 애로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또 설계 부분의 부족이 시공의 이익문제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 부분을 서로 고민해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시공과 자재 업체가 오랜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해결 열쇠, 조경업계 전체의 협력
이번 자리에 초대된 자재업체도 역시 애로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토로했다. 수금의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선금급과 R&D 투자비용에 대해 이해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건산업 노영일 대표는 “하도급 관행은 자재업체들까지 힘들게 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재하도급업체는 가격부담 때문에 저렴한 모방제품을 사용해, 조경시설물의 품질을 저하시킨다. 이런 일은 시설물 개발자를 힘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또 “하도업체를 충족시키기 위해 내부에서는 노력하고 있다. 영업 관리자를 교육하고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고객을 자주 만났다”면서 “하지만 자재업체 나름의 애로점도 많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악성채권이 매출액의 5%에 해당한다. 신용도 낮은 업체는 선급금을 받고 있음에도 악성채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 권오병 대표는 “준비 없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상생’을 ‘살생을 통한’으로 보기까지 했다”면서 “구매자와 납품업자 모두 피해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살 권리도 있지만 팔 권리도 있는 것이다. 건설과 제조 업종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제조업체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 또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동림종합조경 강삼섭 대표 역시 “시공업체들이 설계나 자재업체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면서 “시설물개발연구 부분에 투자되는 금액에 대한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경업 개선 위한 위원회 마련돼야
이번에 논의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로 해결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공론이다. 따라서 이번 모임은 그동안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자리였고 앞으로 해결안을 위해서는 연속적인 모임을 갖고 상생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김활현 회장은 “시공자재 간의 상생이 아닌 조경계 전체의 상생이 필요하다”면서 “설계 시 품셈집계오류와 실현불가능한 도면 등으로 시공이 너무 힘들다. 품셈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자재업체는 제품을 고급화, 고가화해 시공업체도 적정한 마진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공업체는 수주량을 줄이고 대금지급도 확실하게 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콤판코리아 이세근 대표는 “조경업체가 난립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자율경쟁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업체들이 사라지고 경쟁력 있는 건전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대한전문건설협회 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명인종 회장은 “정기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제도개선 소위원회 등 TF팀을 구성했으면 좋겠다. 이 작업이 환경조경발전재단 내에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 회장은 또 하자 부분의 해결을 위해 “하자 문제를 매뉴얼로 구성한 책자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세환 회장은 이번에 불거진 문제점들에 대한 사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조 회장은 “추후 이와 같은 오류를 자자체에서 답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서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제출하자”면서 “그간 조경분야에서는 사건이 불거질 당시에만 논의를 해왔던 것 같다. 이는 ‘불만’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앞서가야 한다. 앞서서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했다. 또 환경조경발전재단 내에 TF팀을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제안을 해보겠다. 하지만 조경비전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 바람직한 미래를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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