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오래된 새로움, 조경유지관리
[조경시대] 오래된 새로움, 조경유지관리
  • 양경복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1.06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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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복 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회장
양경복 대한전문건설협회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회장

[Landscape Times] 한숨 돌릴 가을이 되면서 은행나무 문제가 또 뉴스에 오르내린다. 열매 때문에 나무를 교체했다는 얘기는 단골이다. 암그루를 수그루로 바꿨는데 한 해 지나니 다시 열매가 맺혔다는 웃지 못 할 얘기까지 들린다. 올해 눈에 띠는 것은 그물을 쳐서 은행을 한데 모아 처리한다는 뉴스가 인상적이다. 문제가 반복되니 아이디어도 발전하는 모양이다.

비슷한 문제는 가로수뿐만이 아니다. 거리나 공원을 걷다보면 벤치, 퍼걸러가 없어지고 블록포장으로 깔끔하게 면 고르기를 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사연을 들으니 낡고 보기 싫은 옥외시설은 철거하고 없애버린다는 것이다. 관리가 어려워서 아예 설계부터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 많이 다니는 교차로 사거리에 접히는 그늘막이 들어서고, 전신주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매달리고, 좁은 가로에는 쿨링포그가 꽂히는 등 아이디어가 새롭다. 물론 이것도 뉴스로 회자된다. 반면 기존 공원녹지는 휑하니 활력이라곤 찾기 어렵다.

식재나 시설물 관계없이 이런 현상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사용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기존 수목이나 가로시설물이 담당하던 기능을 눈에 띄는 아이템으로 덮으려는데 있다는 것일 테고 최소한의 경관마저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먼저 조경 업계의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부분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없다거나 예산이 없어서인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조경유지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나 기준을 잘 모르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전부 뜯어 고치자니 복잡하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으니 일단 민원 해소를 위해 말끔하게 정리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나니 다시 그늘이 필요하고 앉을 자리가 필요하고 습기가 필요한 상황이 오자 땜질식 처방으로 눈높이에 대응하는 셈이다. 이런 아이템들이 누적되고 낡아서 보기 싫어질 때면 또 어떤 아이디어가 등장할까?

이런 악순환을 뼈아프게 살펴야 한다. 그동안 조경은 조경계획, 조경설계, 조경시공, 조경관리의 네 축을 주요 업무 영역으로 삼으며 새로운 조경공간을 창출하는데 매진해왔다.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조경관리가 이제야 제 역할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숲, 미세먼지 해결과 같은 조경업의 전문적 역할이 사회적으로 중요해졌다. 그렇지만 일상생활 공간이라는 시민들의 눈높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적합한 조경 역할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생태면적율과 같이 조경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보다는 적정한 조경유지관리를 사전에 고려하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도시재생과 생활SOC 확충이라는 사회적 흐름, 시대적 이슈는 도시 옥외공간의 활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조경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준다. 도시 옥외공간은 포장만 바꾼다고 재생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경 식재든 시설물이든 시민들의 편안한 옥외활동을 지원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은 필수다.

도시의 오래되고 낡은 조경공간은 한 번에 전부 뜯어 고칠 수 없다는 점에서 조경관리의 새로운 업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이것을 조경계의 노후인프라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포장 따로, 가로수 따로, 건물 입면 따로, 따로따로 관리하려는 관행이 여전하고 그마저도 통합적 경관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몇몇 사례에서는 이미 앞서고 있기도 하다.

조경관리의 새로운 역할은 이런 점에서 크게 그려야 할 주제이다. 특히 조경유지관리는 단순히 노후인프라를 보완한다는 의미를 뛰어 넘어 환경복지, 녹색복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더욱 깊게 보아야 한다. 일례로 도보권내 녹지량이 노약자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조경유리관리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경관리는 새로운 영역에 접어들었다. 조경유지관리는 도시 옥외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자 전문 영역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언제 우리가 직경 50~60cm 넘는 수목들을, 스케이트보드든 전동 킥보드든 새로운 개인 이동수단들을 이렇게 많이 겪어보았겠는가? 우리 환경에서 관수가 이렇게 중요해질지 30년 전에는 생각이나 했었던가?

그만큼 생활권 조경공간에 대한 변화와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새로 만들어야 할 공원녹지도 아직 많지만 이제 그동안 만들고 가꿔온 조경공간에도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것은 사업의 기획자에게만 맡겨서는 어렵다. 조경가의 통합적 시각에서 시작될 때 가능한 일이다.

일테면 조경유지관리 사업을 조경 식재와 시설물을 하나로 묶어 조경 공간 유지관리 형식으로 한 번의 사업으로 통합 개선하도록 제안해 볼 수 있다. 가로환경개선사업 같은 기존 사업들의 경험을 잘 활용한다면 조경유지관리로 재정비하여 활력 있고 새로운 조경 공간 창출이 어렵지 않다. 이것들이 모이면 제도로 정착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흙이 드러난 질퍽이는 거리, 공사 중인 포장면을 곳곳에서 보게 될지 모르겠다. 곳곳에 놓인 소규모 공개공지, 가로정원들은 또 어떤 겨울 풍경을 이룰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더라도 이제 불편과 불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경유지관리가 필요함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꼼꼼히 살폈으면 좋겠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는 조경공간, 조경관리와 조경유지관리를 구분해서 사용하였다. 그 차이가 무엇일지 우선 이 글을 읽는 잠시만이라도 독자 제위께서 잠시 생각해보신다면 더없이 좋겠다. 조경유지관리가 오래됐으면서도 새롭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이다.

이러한 논쟁은 조경업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혹은 부족한지를 조경유지관리의 담론을 통해서 제법 우리의 논리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발전됨과 조경품셈의 상향조정까지 돌아옴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작으나마 조경업을 영위하는 동업자들을 위한 아름다운 삶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한국조경신문]

양경복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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