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개인정원을 이웃과 일반에게 개방하는 정릉교수단지 마을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정릉교수단지는 재건축에 반대한 주민들이 대문 앞에 꽃을 걸고 골목 화단을 가꾸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한 마을정원 사례로, 무엇보다 주민 주도로써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개인정원을 이웃과 일반에게 개방하는 정릉교수단지 마을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열렸다. 정릉교수단지는 재건축에 반대한 주민들이 대문 앞에 꽃을 걸고 골목 화단을 가꾸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한 마을정원 사례로, 무엇보다 주민 주도로써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정릉을 지나 교수단지의 좁은 골목을 들어서면 집집마다 정성스레 심은 꽃과 화단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 지난 17일(금)부터 18일(토)까지 이틀간 정원을 개방하는 마을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가 이 곳 정릉 교수단지 일원에서 열렸다.

세계문화유산인 정릉과 바로 인접한 교수단지는 2000년대 말 정릉6구역 재건축지역으로 지정, 절반 이상 주민이 찬성하면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재건축 반대 주민들이 정릉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문화재청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2012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재건축 문제는 일단락됐다. 내년 3월 재건축 일몰제 해제지역으로 적용됐지만 현재 해제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설립을 추진하면서 마음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로 6년째를 맞는 마을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는 정기적으로 일반에게 공개되는 ‘오픈가든’ 축제로, 재건축 동의나 반대에 상관없이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개인정원은 물론 골목과 정원 곳곳에서 마을투어, 공연, 전시, 공예 체험, 바자회 등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지난 18일 축제 기간 개방된 개인정원 모습
지난 18일 축제 기간 개방된 개인정원에서의 공연 모습
축제 기간 열린 마을투어에서 마을주민이 탐방객들에게 마을을 안내하고 있다.
축제 기간 열린 마을탐방투어에서 마을주민이 방문객들에게 마을을 안내하고 있다.

축제의 시작은 재건축 논쟁을 두고 찬성과 반대 끝에 서 있었던 주민들이 현수막이나 메가폰 대신 화단과 꽃 가꾸기로 시작한 ‘시위’에서 비롯됐다. ‘정릉’과 ‘마을지킴이’를 자처한 주민들이 ‘정릉마실’이라는 마을모임을 꾸리면서 골목으로 마을주민들을 불러내 꽃을 가꾸며 마을정원 축제 등 본격적인 마을활동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골 깊었던 마을사람들의 반목은 조금씩 해소돼갔다. 대문 앞에 걸린 ‘초록이 물드는 마을’이라는 간판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사 표현이다. 이 간판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정원을 매개로 소통하고 대화하며 기다린 결과다. 담을 허물고 소통하면서 축제의 참여도도 높아갔다.

이곳 마을정원축제는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공동체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차 수 차례 방문할 정도로 지속가능한 마을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처음부터 주민 주도로 기획‧활동하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올해 마을정원축제에는 정원, 조경, 건축 분야 전문가 및 대학생 등 외부 자원봉사인력이 참여해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확장성을 가지게 됐다. 정릉교수단지 정원축제 사연을 우연히 접한 오상헌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가 마을정원에 필요한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오 교수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황지해 가든디자이너(뮴 대표)는 기꺼이 식재 디자인과 미술 자문을, 박공영 우리씨드 그룹 대표와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은 야생화와 사초 등 정원소재를 후원했다.

김경숙 정릉마실 대표(왼쪽 사진)가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경숙 정릉마실 대표(왼쪽 사진)가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축제방문객들이 마을투어 중 개인정원을 탐방하고 있다.
18일 정릉교수단지를 찾은 방문객들이 마을투어 중 개인정원을 탐방하고 있다.

18일(토) 축제 현장에서 만난 김경숙 정릉마실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좋아서 축제를 시작했기에 매년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축제 때 이웃들이 많이 찾아왔다. 처음 본 이웃들도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살아도 이웃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내년에도 축제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멀리서 온다. 해를 거듭하면서 꽃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의 정원 곳곳에 심긴 음지식물과 그라스를 가리키며 “(아마추어다보니) 가드닝에 한계가 있다. 황 작가가 광주에서 올라와 식재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줘 많은 준비하는 데 도움이 컸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을탐방 해설을 담당한 주민 방소윤씨는 교수단지 개인정원을 소개하며 “담장 허무니 소통이 쉬웠다. 축제에 참여하면서 재건축에 동의한 마을 사람들 마음도 차차 변화했다”고 탐방객들에게 설명했다.

대문 앞에 걸린 ‘초록이 물드는 마을’이라는 간판은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사 표현이다. 꽃을 가꾸고 축제가 지속되면서 이 간판도 점차 늘어났다.

 

오상헌 건축학과 교수(오른쪽 사진)가 개인정원을 개방한 주민 방수자씨와 함께 정원을 돌아보고 있다.
오상헌 건축학과 교수(오른쪽 사진)가 개인정원을 개방한 주민 방수자씨와 함께 정원을 돌아보고 있다. 축제기간인 18일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원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오 교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들 간) 충돌이나 이견이 생긴다. 단기간 효율적으로 주거방법을 개선하는 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재건축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대나 찬성 의견을 열린 곳에서 풀어가는 여지없이 흑백논리만 있었다. (중략) 그러나 주민 자체적으로 의견을 내고 듣고 서로 입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이 곳에는 있다. 정원이 매개체다. 찬성이나 반대 떠나 축제를 열면서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문 열고, 꽃 나눔 통해 이웃과 대립하기보다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마을가치는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기부여 정도만 하면 된다. (정릉교수단지는) 주민참여 선진사례이자 도시재생의 한국적 사례라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조경신문]

해마다 열리는 정릉교수단지 마을정원축제 기간에는 이웃과 방문객들에게 개인정원을 개방해 마을탐방 및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릉교수단지 개인정원 풍경
정릉교수단지 개인정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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