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원축제 이제 마음 편히 진행할 수 있어” 정릉 교수단지 재건축 정비구역 해제
“마을정원축제 이제 마음 편히 진행할 수 있어” 정릉 교수단지 재건축 정비구역 해제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1.01.26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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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해제 연장 위기에 “재건축 일촉즉발”
8년 역사 ‘마을정원축제’ 지켜내
재건축 갈등 ‘꽃과 정원’으로 풀어내
-정릉 교수단지가 지난 20일 재건축 해제가 가결됨에 따라 경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19년 마을정원축제 모습. 마을의 개인정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릉 교수단지가 지난 20일 재건축 해제가 가결됨에 따라 경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2019년 마을정원축제 모습. 마을의 개인정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오늘 날씨가 포근하니 봄 같다. 새싹이 올라온 거 보니 봄 색깔이다 우리는 봄이 되면 엄청 신이 난다. 꽃 심기도 하고 바쁠 생각에.”

세계문화유산인 정릉 인근 교수단지의 마을정원축제를 앞으로 해마다 볼 수 있게 됐다.

교수단지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 후 주민 의견 대립으로 인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구역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에 따라 정비구역 등 해제(일몰) 대상이었다. 지난해 3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일몰기한 연장 자문안이 부동의 됨에 따라 일몰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성북구와 구의회가 정비구역 해제기한 연장을 서울시에 건의하면서 재건축 갈등에 또다시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0일(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마포구 신수2구역과 함께 성북구 교수단지(정릉동 506 일대) 정비구역 해제를 최종 가결함에 따라 이곳 주민들은 안심하고 마을정원축제 등 마을 가꾸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8년 역사의 교수단지 마을정원축제는 재건축이라는 이슈를 두고 찬성과 반대에 선 주민 간 갈등을 꽃과 정원으로 소통하고 ‘시위’한 데서 시작됐다. 현수막이나 메가폰 대신 ‘꽃과 정원’을 선택한 것이다. 오랜 대립으로 골 깊은 반목은 시간이 갈수록 차차 옅어져 갔다. 이곳 마을정원축제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마을정원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를 주최하면서 마을공동체 구심체인 정릉마실의 김경숙 대표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삶을 영위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해나간 교수단지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정원’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힘을 재차 강조했다.

교수단지의 마을정원 지도
교수단지의 마을정원 지도

김 대표는 “(외부의) 다른 분들에게 (이 곳 상황을) 알려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방법으로 정원을 열어서 알리고 나누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사실 정원축제를 열고 나누게 된 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재건축에서 출발했다. 정원축제를 진행하면서 마을에 대해, 정원과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그런(재건축) 불안감이 있어서 더 간절했던 것 같다”면서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는 삶 전체를 흔드는 것이다. 이곳에 한번 이사 온 사람들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집값도 들쭉날쭉하지 않다. 살기 좋아서 계속 산 게 아니겠나”고 말했다.

교수단지에서 정원을 가꾸며 정원 축제의 오픈가든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미정 씨는 “이 구역이 일몰 대상이지만 (일몰 해제를) 자꾸 엎으려 해서 불안했다. 이제 안심이다. 우리 동네나 우리 집이나 뭘 해도 온전히 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봄 축제에 대한 설렘도 더 큰 게 뭐라 할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생기고 기대가 된다. 겨울동안 식물들이 얼지 않고 싹이 나와 즐겁게 정원축제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경숙 정릉마실 대표
김경숙 정릉마실 대표

 

아파트로 사라지는 땅과 자연이 아쉽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원축제를 꾸려나갈 생각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축제를 못해 아쉬웠다. 올해 정원축제에 몇 집이라도 참여하면 했으면 좋겠지만 이 상태로라면 못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전파가 위험하니 선착순 몇 분이라도 시간대 별로 작은 규모로 왔다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 분들과 회의를 통해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고 전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정릉과 바로 인접한 교수단지는 오랫동안 재건축이라는 개발의 부침을 겪었다. 2000년대 말 정릉6구역 재건축지역으로 지정, 절반 이상 주민이 찬성하면서 이곳 마을이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재건축에 반대한 주민들이 세계문화유산인 정릉의 경관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문화재청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고, 지난 2012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재건축 문제는 일단락되기도 했다.

이후 ‘정원’을 매개로 한 화합과 소통의 정원축제를 통해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공동체나 지자체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마을활동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정원, 조경, 건축 분야 전문가 및 대학생 등 외부 자원봉사인력이 참여해 주민들과 함께 정원축제를 준비하면서 확장성도 띠게 됐다.

한편, 정릉 교수단지는 1970년대 서울대 주택조합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불허 받은 토지에 계획 조성된 마을로, 조성 당시 근현대사의 주택·주거문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어 건축사·문화자적 가치도 높다.

2019년 마을정원축제 모습. 마을의 개인정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9년 마을정원축제 모습. 마을의 개인정원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다양한 정원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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