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최된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미래를 말하다'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 [사진 지재호 기자]
지난 9일 개최된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미래를 말하다'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모든 어린이는 자신의 연령과 발달에 적합한 놀이와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적용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른들이 놀이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어 오히려 장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식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는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영국 웨일즈를 비롯해 독일,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우리나라를 포함 6개국의 민·관·학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환경의 놀이터 조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오웬 로이드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은 기조강연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을 법으로 도입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어린이의 권리를 종중할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놀이를 명문화하고 우리 사회 속 어린이의 삶에서 놀이가 갖는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웨일스는 2006년 최초의 놀이정책 이행 계획이 만들어졌다. 웨일스 정부는 아동법 내에 기획 수립 지침을 마련해 아동과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협력하고 논의하고 있다.

아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하고 이들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은 현재 자기들이 놀 수 있는 아지트가 충분하지 않은 것과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웬 정책관은 “아이들은 연령에 적합한 여가 활동과 놀 권리가 있다. 문화와 예술 참여의 권리도 있지만 실제로 누리지는 못하고 있는데 왜 일까?”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이어 지난 국제놀이협회가 2010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내용을 인용하며 ‘문제의 핵심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놀이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웨일스도 마찬가지 문제이지만 서울에는 자동차가 많고 또한 복잡하다. 이 부분이 야외활동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어른들이 장해가 되고 있다. 옷이 더럽혀 질 것을 우려하고, 시설에 대한 안전문제, 날씨 변화에 따라 너무 춥거나 더워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등 굉장히 많은 제약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웨일스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충분한 놀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의무를 부가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풍부한 놀이환경 조성과 흥미로운 환경, 창의력, 자원활용성, 자기주도형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오웬 정책관은 강조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이자 연세대 부속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장은 ‘서울 창의어린이놀이터 연구 : 아동놀이 행동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김 교수는 국내 일부 학부모들은 모래놀이터 조성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을 비롯해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공놀이 자제’, ‘올라가지 말 것’ 등 각종 제약을 둬 놀이의 시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놀이 경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한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안전과 어느 정도의 위험감수를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미래에 닥칠 위험들을 스스로 케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창의놀이터는 기존 놀이터와는 많은 차이점을 두고 있고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이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놀이터의 위치 및 접근성이 좋을수록, 위험감수 및 도전적 놀이시설이 많고, 안전관리가 잘 될수록 놀이터 이용수가 많았다고 연구 결과도 밝혔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비앙카 리그너와 앙겔리카 뵈트허 독일 볼프스부르크 청소년복지국 아동청소년 상임위원들은 ‘어린이 친화도시’ 실행 계획과 ‘아동친화적 볼프스부르크 커뮤니티에서의 도심 놀이터 계획’을 주제로 발표했다.

볼프스부르크는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돼 주민들에게 아동권리를 홍보하고 관련 단체에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아동청소년국은 사회교육과 사회사업가로 공부한 직원들이 대부분으로 청소년센터와 레저 등을 관리하고 있다.

놀이터와 놀이를 새롭게 정의하려 다양한 노력이 진행됨과 동시에 녹지를 아이들이 놀기에 매력적인 곳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어떤 놀이가 적합한지 고민하고 접근성 개선, 부모님들의 자원봉사로 시설훼손이나 파손 등 관리 감독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앙카 상임위원은 설명했다.

앙겔리카 상임위원은 조경가, 건축가 등 여러 전문가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같이 참석해서 놀이터 공간에 필요한 시설을 같이 논의했고 그 결과 아이들은 플레이하우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플레이하우스는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입찰을 통해 업체에 의뢰해 시설을 실제 놀이터에 설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더욱이 아이들 의견이 90% 이상 반영된 플레이하우스였기에 아이들은 성취감과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은 ‘서울 4개 지역에서 나타난 아동놀이패턴 유형 : 어떤 동네환경이 일상 속 놀이를 지원하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 실장은 목동과 행운동, 이문동, 성산동 4곳을 대상지로 아이들 100명에게 GPS를 통해 아이들의 움직임과 자주 찾는 장소, 누구와 함께하는지 등 조사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7일 평균 40분 이내 수준에서 이동하고 하루 1시간 정도 노는 아이는 2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일 놀이시간 확보에 있어서 아이들은 대형공원이 아니라 집 근처 놀이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사용패턴은 평일에 규칙적인 놀이 시간을 확보하는 아이는 38.3% 정도이며 주말 또는 금요일에 몰아서 노는 아이는 22.3% 수준, 불규칙적으로는 노는 시간, 즉 학원가는 길이나 집으로 향하며 틈틈이 노는 아이들은 14.9%로 조사됐다.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놀이 장소는 집과 가까운 놀이터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아파트 단지에 놀이터가 많다고 놀이시간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학교가 주변에 있으면 놀이시간이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형태를 보였다.

집에서 가까운 놀이터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놀이시간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인접해 있을 때 비교적 놀이시간이 비교적 많이 확보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최 실장은 설명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조윤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지역별 특성에 따른 놀 권리 증진 활동’이라는 주제로 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을 소개했다. 아울러 아동들의 놀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아동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놀이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아동들의 주요한 생활터전인 학교 내 놀이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휴공간을 아동친화적인 놀이공간으로 개선하는 ‘어디든 놀이터’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이 사업은 디자인 및 설계를 위한 회의까지 전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함은 물론 학교와 학부모, 교육청, 도의회, 놀이전문가 등이 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놀이 환경조성을 위한 ‘초록우산 팝업놀이터’, ‘놀이지도’, 인식 및 제도 개선을 위한 ‘놀이터를 지키자’, ‘놀이를 다시 보자’, 놀이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공평한 놀이 실현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커스 베르만 호주 플레이그라운드 아이디어스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는 국가별 맞춤형 놀이터 및 확장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놀이에의 접근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놀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협력이 요구된다며 자원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부족한 커뮤니티들의 아이들을 위한 놀이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집중하는 기관들의 네트워크인 글로벌 플레이 연맹(Global Play Alliance) 구축을 주장했다.

놀이의 기회는 놀이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정부, 기업 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의 기회를 찾아볼 수 있으며 모두가 노력한다면 희망하는 대로 아이들이 즐겁게 자라날 수 있는 도시와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넛 코르탈스 알터스 네덜란드 MakeSpace4Play 컨설턴트 겸 대표는 ‘함께 만드는 친환경 놀이공간, 21세기 아동을 위한 해결책’을 통해 아이들이 향후 직면하게 될 로봇화, 도시화와 증가하는 불평등, 기후변화 등 도전과제들에 대응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 자유놀이를 통한 학습기회를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와 아이들과 함께 녹색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남과 놀이의 공간으로 통합 설계해 공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카니시 카즈미 일본 세타가야 플레이파크 플레이워커는 플레이파크 설립 배경을 설명하고 운영 전반에 관해 소개했다. 1979년 ‘국제 아동의 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하네기공원에 일본 최초의 상설 모험놀이터 ‘플레이파크’가 설립됐다.

도쿄 도내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려 흙, 물, 불, 나무 등을 접하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어린이 놀이터는 ‘놀이’ 자체의 매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폐쇠적이고 고독해지기 쉬운 육아 환경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인 야외 '공원'으로 바꿈으로써 영유아에서 고령자에 이르는 폭 넓은 연령대의 연결을 가능하게 만들고, 지역 안에서 서로의 얼굴이 보이는 가시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아동의 목소리에 근거한 어린이공원 개선 경험을 소개했다. 2015년 아동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가 마련된 중랑구 세화놀이터, 약자를 고려한 놀이공간으로 조성된 2018년 노원구 마들체육공원 초록숲놀이터가 대표적이다.

김 부장은 놀이터는 단지 놀이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은 어디서든 놀기에 어린이공원만이 아이들의 놀 공간이 아님을 강조했다.

놀이터는 그 사회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놀이터 만들기 사업에서 아이들은 대개 약자로 취급되거나 소외되는데, 놀이터는 어른이 짓고 아이는 그 안에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데,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역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성장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들의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상상, 창조, 모험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환경의 놀이터를 위해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축사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고 친구와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고, 미래를 향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터 조성이 필요한 만큼 각국의 사례와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도 축사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배려와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며 “발표되고 토론되는 내용이 전국적으로 정책에 반영돼 아이들의 행복한 공간이 많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조경신문]

 

(앞줄 좌측부터)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앙겔리카 뵈트허 상임위원, 비앙카 리그너 상임위원, 최윤종 서울시 푸도국장,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김명순 연세대 교수, 마커스 베르만 대표 (뒷줄 좌측부터) 진승범 이우환경디자인 대표, 오웬 로이드 영국 웨일스 정책관, 조윤영 초록우산 본부장,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 나카니시 카즈미 플레이파크 플레이워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레넌 코르탈스 알터스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앞줄 좌측부터)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앙겔리카 뵈트허 상임위원, 비앙카 리그너 상임위원, 최윤종 서울시 푸도국장,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김명순 연세대 교수, 마커스 베르만 대표 (뒷줄 좌측부터) 진승범 이우환경디자인 대표, 오웬 로이드 영국 웨일스 정책관, 조윤영 초록우산 본부장,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 나카니시 카즈미 플레이파크 플레이워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레넌 코르탈스 알터스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