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소장  [사진 지재호 기자]
안상수 소장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독일어를 전공했고, 일반 회사를 다니다 게임 관련된 회사에서 투자를 받아오는 역할도 했다. 그러다보니 웹마스터급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키웠다. 요리도 하고 음식점도 경영했다. 인터넷 관련 웹기획을 잘 하다 보니 웹기획 파트에서 데이터 베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접근했으며 인터넷 신문 개발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상상한대로 진행했다.”

 

원심·원심력 그리고 탈원심력

지난 12일 을지로3가에 위치한 작은물 카페에서 조경모색 3번째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날 강연에는 강원도 고성에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의 백미로 자리하고 있는 수경시설을 조성하면서 주목을 받은 안상수 마실누리 소장이 맡았다.

안상수 소장은 2003년 40대 때 인생 전환기를 맞았고 평생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조경이었다. 조경가의 길을 걸으면서 디아루이드 게빈(Diarmuid Gavin), 김계천의 ‘명묵의 건축’, 김우창의 ‘풍경과 마음’, 하라켄냐의 ‘Shiro’ 등 여러 책들이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 소장에게 있어 이들은 하나의 원심이 돼 주었다.

그에게 원심은 또 다른 에너지인 원심력이 발생되는데 세계적인 건축가 일본의 안도타다오와 스페인의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이다. 특히 칼라트라바는 스케치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안 소장은 그림도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2년 동안 인물 소묘에 매진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를 정리해 본다면 그에게 스승은 책이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세계적인 건축가와 가든디자이너들의 책이 그림도 그리게 했고 탐구, 사색, 깨달음 등 지식을 쌓게 해 줬다. 그것이 발판이 돼 원심력을 키웠고 이들을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작업했다.

 

언제부터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나

안 소장은 조경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가 만든 정원을 사람들이 좋아해서 내가 만든 정원을 보러다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한다.

조성에 있어 대중성과 개인의 취향적 성향을 두고 볼 때 그는 나무구조의 관다발구조로 설명한다. 대중적인 걸로 보면 관다발이 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본다면 하나하나의 관을 보게 된다. 대중적인 장소라도 경험은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몇 살이든 구분하는 것보다 극히 세분화된 개인이라는 관점이다.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을 조경가로 칭하고 있는 안 소장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사람도 많다. ‘조경가’라 함은 조경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특권과도 같은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명쾌하다. “나는 법규를 본다. 계획을 수립할 때 법규를 먼저 본다. 건축가가 조경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조경가가 건축가를 선택하는 지점이라고 본다. 건축가들이 세운 계획은 미흡하다. 정말 모르는 계획들이 너무나 많아서 조경가로서 기술적인 엔지니어링쪽도 검토하고 법규적인 부분도 검토할 수 있다. 건축계획을 요구해서 베이스 도면을 보면 그사람들이 만든 것과 조경가가 만든 도면은 다르다. 조경가는 주변의 산과 들을 포함시켜서 사이트로 들어가지만 건축가는 핀 하나 찍고 시작한다. 방식이 다르고 미흡하다.” 다른 부분과 미흡한 부분을 바로 잡고 정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을 이해하고 공부하니까 조경일을 수행함에 있어 더욱 수월하다고 한다. “언제부터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냐”라며 호통 치던 건축계 사람들의 말은 충격적이면서 오히려 자극이 됐다.

건축에 대해 공부를 했고 그 속내가 보이면서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조경모색 3번째 이야기   [사진 지재호 기자]
조경모색 3번째 이야기 [사진 지재호 기자]

 

교류의 중요성

교류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융합이라고 말한다.

안 소장은 일찌감치 교류의 뜻을 잘 알고 실천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반복적으로 오래 교류를 했을 때 생기는 다운증후군. 이것은 잘못된 교류의 결과물이자 인적 네트워크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이질적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조경계와 의도적으로 어울리려 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오히려 조경을 꼬리로 봤던 건축계의 코어로 들어가 판을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면 건축을 속속들이 알아야 했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의 백미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의 백미는 수경시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폰드를 조성하는데 건축적으로 계산했을 때 1억2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용적 부담이 커 만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안 소장이 총 소요예산 3천만 원 이내에서 풀어냈다. 단순히 물을 가두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는 ‘바람이 물을 조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바람이 거세 아이스크림을 저었을 때 생겨나는 흔적이 보일 정도였기에 자연환경을 감안한 계획적 조성이 진행됐다.

돌의 배치도 가급적 인위적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멀리 울산바위를 모함으로 보고 세월이 흘러 원암리까지 조각이 쪼개지고 울산바위 모래가 쪼개져 이곳까지 내려오는 전개다.

건축적으로는 평지를 만들려 했던 부분을 그는 너머 너머로 이야기를 엮고 싶었다. 숲이 있고 그 숲 바로 수면에 평지를 만들지 않고 계속 넘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돌을 바로 지면에 박아 넣지 않은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고, 겨울에 눈이 내려 수면을 얼리고 지면에 눈이 쌓이면 바위에도 내려앉게 된다. 이때 해가 뜨면서 바위면을 먼저 녹이며 백설에 들어나는 바위의 모습은 겨울의 절정을 상징하게 된다.

안 소장은 조경 작업을 통해 무엇을 얻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나는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답사가면 세상에서 좋은 것을 다 보고 다닌다. 그것에 대한 만족도도 있고, 계속 일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갖고자하는 게 돈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일도하고 계속 탐구할 것들이 계속 생긴다. 시간을 두고 투자해도 새로운 게 계속 나오기 때문에 거기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

이에 혹자는 말한다. 탐구의 고질적 욕망을 해결해 주는 것이 조경가라는 것을.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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