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놀이는 ‘언제 어디서든 시작된다’
아이들 놀이는 ‘언제 어디서든 시작된다’
  • 지재호 기자
  • 승인 2018.07.24
  • 호수 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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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인, 놀이에 관한 어른의 편견 깼다
도시아이들 놀이에 관한 토론회서 ‘직언’
도시의 놀이터, ‘Ctrl+C, Ctrl+V’만 반복
도시 아이들의 삶과 이동, 놀이에 관한 토론회 모습. (좌측부터) 유민상 부연구위원, 강미정 활동가, 최아인 양, 이영범 교수, 윤전우 사무국장, 유영봉 과장, 김연금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도시 아이들의 삶과 이동, 놀이에 관한 토론회 모습. (좌측부터) 유민상 부연구위원, 강미정 활동가, 최아인 양, 이영범 교수, 윤전우 사무국장, 유영봉 과장, 김연금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아이들의 놀이를 생각하고 공간과 시간, 그 대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를 해 오고 있지만 정작 아이에게 이러한 논의조차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머쓱해 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국회의원 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도시 아이들의 삶과 이동, 놀이에 관한 토론회’가 김영호 국회의원 주최,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세이브더칠드런 공동주관으로 개최됐다.

토론에는 이영범 경기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최아인 남성중 1학년 학생, 강미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윤전우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녹지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 최아인 남성중 1학년 학생의 거침없는 직언 직설에 참석한 청중들은 물론 토론자들은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상기됐다.

최 양은 자신이 지금까지 마을에서 놀면서 느낀점과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학업으로 인해 놀이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어머니들이 알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며 “그러면서도 왜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학원으로만 보내고 있는 지에 대해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놀이는 무엇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당돌하게 질문을 던진 후 “오늘 주제 발표에서 소파 방정환, 루즈벨트 대통령이 아이들의 놀이는 놀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 말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많이 놀기는 하지만 놀이는 특정 장소가 아닌 우리집, 친구집, 학교 운동장 등 일상적인 공간 어디에서든 시작된다”고 말해 기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놀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또한 최 양은 도시의 놀이터에 대해서도 돌직구를 날렸다. “서울시와 동작구에서 주관해서 놀이터들을 둘러보고 그에 따른 리포트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다”며 “내가 본 도시 놀이터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Ctrl+C(복사하기), Ctrl+V(붙여넣기) 였다. 도시에 있는 놀이터는 다 똑 같았다”고 말해 서울시 관계자들이 혀를 내둘리게 했다.

끝으로 최 양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놀이터 공간을 돌려준다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청중들로부터 찬사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에 이영범 경기대 교수는 “앞으로 PPT자료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놀이의 시작은 어느 공간에서든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이들이 의견도 내고 모니터링 결과를 냈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 반영이 안 되고 Ctrl+C, Ctrl+V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최 양의 토론 내용에 힘을 실어 주었다.

유영봉 서울시 과장은 “최아인 학생이 말했지만 처음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공원들의 시설들이 여기저기 똑 같이 설치돼 어디를 가더라도 Ctrl+C, Ctrl+V처럼 됐다”며 “그래서 이런 측면을 벗어나기 위해 창의놀이터를 조성하게 됐고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상상놀이터도 소설이나 동화를 주제로 했지만 디자인만 강조됐지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것은 없었다”고 고백하듯 말했다.

이어 “창의놀이터는 놀이 활동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와 주민들로 구성된 자문단과 매칭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에 아이들의 참여 등 프로세서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놀이터는 다양한 이슈를 담고 있는 공간인 만큼 아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 등 국가 차원에서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주민들과 아이들의 모든 의견을 담아서 멋지고 꼭 필요한 공원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상업화에 물든 놀이문화

강미정 정치하는 엄마들의 모임 활동가는 실내 놀이터로 각광을 받고 있는 키즈카페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강 씨는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진짜 놀이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나오게 됐다고 밝히고 자신이 겪었던 사설 놀이공간의 문제점을 짚어 나갔다.

“동네 키즈카페를 아이와 갔는데 조명이 갑자기 꺼지고는 싸이키가 켜지며 아이돌 댄스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차례 경험한 아이들은 신나서 놀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처음 접한 아이는 겁을 먹었다”며 “마치 성인 나이트 미니버전 같아서 몹시 불쾌했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또한 강 씨는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아이와 함께 역할 놀이도 해 보고 몇 가지 놀이를 했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보낸 후 인증서를 주는 등 사설 놀이터는 놀이를 판매하는 곳이지 진정한 놀이는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한다.

강 씨는 “돈으로 놀이공간을 사게 된다. 자본주의 형성으로 끊임없이 자본을 축적하고 그 것을 위해 생산물을 만들 뿐”이라며 “지금의 아이들의 삶은 요람에서부터 소비에 절어 있다. 도시는 아이들을 새로운 황금시장과 만만한 소비자로만 환영하는 것 같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유민상 부연구위원도 “키즈카페는 가끔씩 가는 공간인데 시장화 됐다는 것은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것을 시장에서 캐치해 상업적 측면에서 풀어낸 것이라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지위에 따라서 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눠지는 게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 위원은 또 “소득계층의 차이와 불평등이라는 것들이 단순히 학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놀이공간과 공간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할 수 있는 것들에도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것을 사회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책적인 개입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제1차 놀이정책에 대해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아이들, 주체자로 생각해야

김연금 대표는 놀이에 대한 이슈들이 최근에 많이 생기고 아이들의 놀이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형성되다보니 자자체에서도 많이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며 랜드마크 놀이터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지자체에서 놀이터 몇 개 만들고는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 게 아닌 지 생각이 든다고 말해 공감을 이끌었다.

또한 김 대표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놀이와 관련된 아이의 보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바란다며 조심스럽게 정책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주제로서의 아이들을 생각해야 하고 도시재생 정책에 반영이 많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윤전우 사무국장은 “도시의 기능 중에 전면 재개발 재건축 방식이 아니고서는 기존 저층 주거지 경우 그 안에 있는 기능들을 개선하는 게 주거지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며 “그 중 하나가 사실은 아이들의 놀 권리로서 아니면 놀이터, 놀이공간으로써의 도시계획적인 도시공간계획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어 그는 “원도심 개발은 사람이 사는 집에만 관심이 있었지 사람들이 사는 집 이외에 활동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고심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범 교수는 “청중석에 초등학교나 중학교 아이들이 있다면 오늘의 똑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생각만 얘기한 게 아닌가. 아이들의 권리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이 과연 어떻게 보면 어른들이 하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또 다른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토론을 정리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조숙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과 놀이 실태’를 비롯해 박숭배 도시연대 사무처장의 ‘도시에 대한 아이들의 권리와 통합의 가치’,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과장의 ‘아동의 목소리에서 시작하는 어린이공원 활성화 방안’, 정수진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의 ‘도시설계에 있어서 아동참여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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