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영호·권미혁·박경미 국회의원이 주최한 ‘모든 어린이를 위한 통합놀이터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9월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세종시 공립 특수학교에 ‘휠체어그네’를 기증해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지난 3월 휠체어그네는 특수학교 놀이터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이랬다. 휠체어그네가 어린이놀이기구 안전인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인증을 받을 수 없었고, 인증을 받지 않은 놀이기구는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는 현행 법제도 때문에 휠체어그네는 불법 시설물로 전락하여 철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놀이터에 놀이기구 혹은 놀이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의한 안전인증을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법 모두 장애인 놀이시설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현행법상 장애아동용 놀이기구를 놀이터에 설치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영호·권미혁·박경미 국회의원이 주최한 ‘모든 어린이를 위한 통합놀이터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장애 및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위한 법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장애·비장애어린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의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법적기반 마련하고,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압축됐다.

장애어린이도 놀이시설 이용 주체돼야
우선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국장은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모든 놀이터는 통합의 가치 추구 ▲장애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 마련 ▲편의증진법 의무대상에 놀이터 포함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바꿔야 ▲장애인 설비인가, 어린이 놀이기구인가 ▲통합놀이터 시범사업 제안 등 핵심이슈를 6가지로 구분했다.

김 국장은 “놀이터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넘어 장애아이도 놀이주체가 되는 통합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며 “우선 제도적으로 ‘접근가능한(무장애) 놀이터’를 의무화하고, 동시에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통합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시범사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통합놀이터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놀이터 안전기준의 한계’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어린이의 놀권리 차원에서 놀이터를 규제하는 놀이시설 안전기준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놀이시설 안전인증 대상에 최근 이슈가 되는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시설은 포함되지 않았고, 놀이시설관련법은 ‘안전’만을 놀이터 조성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놀이시설 안전에 대한 시민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며, 놀이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 그리고 놀이터전문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과 놀이시설 안전기준의 개선에 대한 요구는 계속됐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는 미국에서 장애인법이 만들어진 후 20년 만에 통합놀이터가 법제화가 됐다는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통합놀이터가 법제화되는 방안으로 ▲근거가 되는 법령과 이를 뒷받침할 국가위원회 설치 ▲시민사회 참여를 끌어낼 거버넌스 구성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영향평가 시행 ▲충분한 연구조사 등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가 무장애통합놀이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의 근거를 담은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개정안은 소관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진의지를 지적하면서 “장애아이가 모든 친구과 함께 맘껏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통합놀이터 조성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범 정부차원에서 나서야하며, 안전기준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노 이사장은 “통합놀이터의 조성비용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자체는 시니어 혹은 청년일자리를 통해 상주 인원을 배치하고, 운영관리는 민간단체 혹은 지역사회에 위탁운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며 “나아가 통합놀이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규 및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범 정부차원의 대응을 강조했다.

놀이시설 안전관리 문제에 대해서 노 이사장은 “국가주도 안전인증을 민간주도 자율적인 제도로 바꿔야하며, 외국에서 인증 받은 제품은 국내 인증을 면제해 주는 ‘국가간 상호교차 인증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정부,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제조업체 등이 지속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준영 부천대 교수는 “편익증진법 편의시설에 어린이놀이시설을 추가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통합놀이터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시책으로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놀이시설 안전기준, 민간으로 이양 검토
마지막으로 김태형 변호사는 “놀이터에 관련된 규정은 여러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그 어디에도 장애어린이를 위한 내용이 없다. 이는 현행법에서 장애아동을 놀이터 이용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아동권리협약,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위반되는 것이다”고 법률적 제도개선의 시급성을 피력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장애. 비장애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이들의 놀권리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이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 및 통합놀이터 설치 의무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안전에만 집중된 놀이시설 안전기준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장애인용 놀이기구와 장애인 및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놀이기구를 구분하여 안전 지침을 마련한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관리는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권미혁·박경미·노웅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영호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통합놀이터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면서 사회적인 벽을 허물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본다”며 “다만 통합놀이터를 설치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정책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잘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권미혁·박경미 국회의원도 축사를 통해 통합놀이터에서 발생하는 법제도적인 문제, 재정적인 문제를 국회에서 방안을 찾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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