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와 포항 시 등 대규모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자연 재난으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위기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지진발생 시 안전한 피난처와 안전지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전지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공원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김해 율하(2)지구 택지개발사업 조경공사 지진 안전공원 방재시설물 공모를 발표했다.

공원이 단순히 휴식과 녹의 공급이라는 기본적 쓰임새에서 방재 및 재난대피공간으로의 기능 확대가 되고 있는 만큼 이번 공모는 매우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조경산업계에서는 이번 공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디자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평가 세부기준에서 가격을 먼저 책정했다는 부분이다.

이럴 경우 가격에 맞춘 디자인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안전한 소재를 활용한 퀄리티 높은 디자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조경시설 및 설계 전문가 A소장은 방재시설물은 일반적인 공원시설물이 아닌 특화시설물로 디자인되고 그 안에는 자연 재난을 대비한 국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며 디자인도 없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은 일단 공모에 당선된 후 언제든 가격에 맞춰 소재 선택과 일부분에 따라 디자인 변경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평가항목 및 배점 한도에서 디자인도 좋아야하고 기능성, 시공성을 포함한 기술능력평가가 전체 80점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평가에서 제시금액 기준 내에서 위반 시 1개당 2점 씩 감점이 주어진다.

조경시설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이 생산돼 출시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특화된 디자인의 제품을 신규 제작하는데 따른 공정 등을 감안해 볼 때 제시된 가격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는 불만도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몇 기업들이 조심스럽게 방재시설 제품을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한 제품에 대한 노하우나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실정이라 완성도 높은 시설 설치는 단언하기 어려워 충분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수많은 자연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일본의 경우 다양한 방재재난대비 시설과 용품이 출시 설치되고 있다.

그에 따른 다양한 디자인과 실용성이 겸비된 시설물을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공원의 기능 확대를 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능의 확대 속에는 국민이 재난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디자인이 나올 줄 알고 가격부터 책정하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점수를 깎겠다는 방식은 분명 다음 공모 시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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