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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란 눈의 시선
[449호] 2017년 06월 09일 (금) 16:47:58 지재호 기자 cjh@latimes.kr

TV 프로그램을 보면 일본에서 시작된 리얼 버라이어티가 우리나라 예능의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아 거기서 거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서울 거리를 안내자 없이 다니면서 느끼는 그대로를 방송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표 쇼핑거리인 명동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이 충격적이다. 감흥을 얻기보다는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기들 나라에서도 많이 봤고, 어디를 가도 있는 상업적인 풍경에 다소 실망하는 표정들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광화문역에서 나온 이들은 고층건물에 놀라고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감명 깊게 받아들인 곳은 자연에 있었다.

고층건물 옆에 조성된 조경을 보면서 도심 속에 푸르른 나무들과 휴식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 옆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감탄을 연발한다. 고층건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북한산과 남산 등. 그들의 표현 그대로를 인용한다면 ‘어디서든 능선이 보여 좋다’라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건축물의 미적부분만 지향해 왔다. 조경은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를 위한 쇼 윈도우에 불과한 대접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건물만 화려하고 테마파크나 놀거리에 집중하는 사이 조경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모로코는 도시 조성을 시작할 때 설계 때부터 조경전문가들이 함께 동참한다고 한다. 그만큼 조경은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고 생동감 있는 도시로 만들어주는 구실을 담당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축법에 따라 조경면적만 교묘하게 맞춰나가는 것을 지양하고 이제 녹지가 도시에 어떤 구실을 하는 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오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소극적인 행태의 기술이나 기교가 아니라 녹색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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