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서울시 도봉구 둘리(쌍문)근린공원 자락에 있는 우이천로 44길 46가길 일대 골목길을 7가지 보물이 있는 ‘희망 골목길’로 조성했다.<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우이천로 일대 미로처럼 굽이진 골목길. 밤이면 청소년들 비행 행위가 빈번하고 어둡던 공간이 새롭게 탄생했다. 꽃과 나무를 심고 이웃 간 만남과 소통이 이뤄지면서부터다.

30여 년간 음침하게 방치되던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비영리 환경단체인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다. 조경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서울시 도봉구 둘리(쌍문)근린공원 자락에 있는 우이천로 44길 46가길 일대 골목길을 7가지 보물이 있는 ‘희망 골목길’로 새로 조성했다. 여기에는 이웃 주민 30여 가구와 봉사자, 전문가 등 330여 명이 참여했다.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골목길 환경 개선 사업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서울시 환경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시는 이 모임이 골목길 일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밝고 아름다운 골목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대상지의 숨겨진 자원을 활용해 독특하고 재밌는 골목길을 연출한 공로를 인정해 환경상 대상을 수여했다.

▲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서울시 도봉구 둘리(쌍문)근린공원 자락에 있는 우이천로 44길 46가길 일대 골목길을 7가지 보물이 있는 ‘희망 골목길’로 조성했다.<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어둡고 우범화 우려되던 곳이 ‘희망의 골목길’로
해당 지역은 700㎡(가로 3~4m, 세로 170m) 규모로 차량통행도 안되고 보행인 교행도 겨우 가능한 좁고 굽이진 곳이었다. 쓰레기와 폐자재 등이 방치되고 밤에는 우범화 등 각종 문제가 우려되던 곳이기도 했다.

그간 서울시와 도봉구청은 이곳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사업을 공모했지만 마땅한 제안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사업 시행조차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었다. 그러던 가운데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희망 골목길 조성 사업 계획안을 제출, 골목길 가꾸기 사업이 시행됐다.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주정수 대표 등은 지난해 9월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주민들은 골목길 환경 개선 사업과 관련 ‘밤에도 안전하고 아름다운 내 집 앞 골목길’, ‘꽃이 많고 텃밭이 있는 동네’, ‘좁지만 넓게 쓰는 우리 동네 골목길’, ‘희망슈퍼 앞 쉴 수 있고 가져가지 않는 의자’, ‘쓰레기 버리지 않는 동네 인심’ 등의 의견과 희망 사항을 전달했다.

10월 초에는 주민설명회와 개별 미팅 등을 진행했으며 11월까지 꽃나무 심기와 벽화 그리기 등 활동을 했다. 11월 19일에는 대규모 꽃나무 심기 행사를 열었으며 여기에는 이웃 주민과 봉사자 등 18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을 둘러본 조경 전문가 등은 골목길에 주민들이 함께하는 일상 공간이 부족하다고 보고 평상전망대와 쉬어가는 의자 등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골목길 내 포인트가 되는 장소를 선정해 주민과 함께 7가지 골목 자원을 발굴해 특화했다. 골목길의 7가지 자원은 ▲파랑새 나무 ▲사과나무 ▲텃밭과 빗물 저금통 ▲희망쟁반 ▲쉬어가는 의자 ▲만복 계단 ▲도봉산 전망의자 등이다.

▲ 5호 쉬어가는 의자 조성전<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 5호 쉬어가는 의자 조성후<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 7호 도봉산전망의자 조성전<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 7호 도봉산전망의자 조성후<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전문가들은 삭막한 계단과 경사로에는 화단을 조성해 즐겁게 운동하며 오를 수 있는 ‘만복 계단’을 만들 것을 계획했다. 북한산의 우수한 자연경관이 보이는 조망점을 이용해 주민 휴게 거점을 마련하고 골목 자원의 관리는 주민들이 맡기로 해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과 전문가들은 골목길 모퉁이와 그간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이뤄졌던 장소에 꽃과 나무를 심었고 낙서로 얼룩진 어둡던 담장에는 쟁반, 리본 등으로 장식하고 꽃, 나무, 새 등의 그림을 채워 넣었다.

또한 폐기물을 재활용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소품으로 활용, 장식은 물론 지붕에서 나오는 빗물을 저장 및 활용할 수 있는 ‘빗물 저금통’을 도입하고 화단에 물을 주는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골목길에는 블루베리, 사과나무 등 7종 92그루의 교목과 남천, 눈주목, 산수국 등 22종 568그루의 관목류가 식재되어 있다. 골드피라밋, 장미, 수호초, 국화 등 24종의 초화류도 자리 잡고 있다. 목제 의자와 안내판 등 시설물도 눈에 띈다.

생활 환경 달라지자 마을 분위기도 변화
불편하게 생각하던 주민들도 차츰 마음의 문 열어

골목길 환경 개선 사업 이후 특히 달라진 것은 마을의 ‘분위기’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생각하던 주민들도 차츰 마을을 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추가로 신청하는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역 주민과 힘을 모아 서울시 도봉구 둘리(쌍문)근린공원 자락에 있는 우이천로 44길 46가길 일대 골목길을 7가지 보물이 있는 ‘희망 골목길’로 조성했다.<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주민들은 내 집 앞에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으면서 이웃과 나누는 즐거움을 더욱 느낄 수 있었고 마을에는 활기가 돋아났다. 이전에는 쓰레기와 폐자재 등이 방치돼 주민 간 다툼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화단이나 텃밭, 쉼터에서 이야기하며 공동체 문화를 나누게 됐다.

꽃과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변화한 점은 또 있었다. 이웃 중고등학생 50여 명은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주말을 이용해 직접 꽃을 심고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를 했다. 어른들과 함께 마을 청소도 하고 마을 만들기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울산광역시 북구청 조경나눔재단 소속 회원 30여 명은 도봉구 희망 골목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공적인 골목길 조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앞으로 지속적인 사업의 가능성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시 환경상은 서울의 환경을 맑고 푸르게 조성하는데 기여한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 기업을 발굴하고 격려함으로써 환경보전 실천의식을 확산시키고자 1997년도부터 해마다 시상해 오고 있다.

올해 19번째를 맞은 환경상은 녹색기술, 에너지절약, 환경보전, 조경생태, 푸른마을 5개 분야에 대상 1개 단체(명), 최우수상 5개 단체(명), 우수상 15개 단체(명) 등 총 21개 단체(명)를 시상한다.

2015년 서울시 환경상에는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109건의 후보가 접수됐으며 분야별로는 녹색기술분야 9건, 에너지절약분야 10건, 환경보전분야 14건, 조경생태분야 29건, 푸른마을분야 47건이 추천되었다. 시는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21개 단체(명)를 2015년 서울시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 환경상, 환경작품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메르스 확산 우려로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 4호 텃밭과 빗물 저금통 조성후<사진제공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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