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도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서 무너지는 시대! 고래싸움에 새우등은 터지기 마련인데,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동네서점이 보란 듯이 홍대 앞에서 성공신화를 구축했다. 디자인의 힘, 혹은 기술의 힘이다.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에서 이기섭 땡스북스 대표의 발표를 정리했다.
 

▲ '땡스북스'는 글로벌하면서도 한국인 정서에 친근한 어감을 강조해 만든 이름이다. 매장은 따듯한 느낌의 노란색을 강조하고, 책만 파는 것이 아닌 휴식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비주류의 텃밭, ‘동네’를 갈다
땡스북스는 2011년 3월 홍대 앞에 문을 열었다. 당시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하나 둘씩 문을 닫던 시점이었다.
이기섭 땡스북스 대표는 홍대 앞에 있던 홍익서점이 문을 닫은 후 잠시 들러 책을 읽을 공간이 없어지면서 ‘이 넓은 곳에 서점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서점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땡스북스는 약 40평 정도 공간에 기존 동네서점보다는 세련된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처음에는 서점이라고 하기엔 진열된 책도 많지 않았고 매대도 단순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콘셉트였다.
‘동네서점’이라는 콘셉트는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지역적 특성을 다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많은 동네 가게들이 기업적 프랜차이즈와 인터넷 마켓에 밀려 사라졌지만, 다시 동네가 살아야 서울이 풍요로워진다는 생각에 ‘동네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네서점’을 콘셉트로 잡은 것이다.
콘셉트로 잡은 후에는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물론 기존 서점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했다. 동네서점이지만 홍대에는 외국인이 많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글로벌한 소통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땡스북스’다. ‘땡스북스’는 글로벌하면서도 한국인 정서에 친근한 어감을 강조해 만든 이름이다.
매장은 따듯한 느낌의 노란색을 강조하고, 책만 파는 것이 아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서 가볍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커피도 판매했다. 기분 좋게 책을 가져갈 수 있도록 봉투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은 여기까지였다. 디자인 외에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래서 이대표는 그 외의 모든 시스템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 땡스북스는 독자적인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데 업무의 중요성을 뒀다. 이런 오리지널 컨텐츠는 일하는 직원이나 땡스북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이 된다.

공룡은 하지 않는 일
서점은 기본적으로 책을 파는 곳이지만, 어떻게 책을 들여와서 어떻게 파는지도 몰랐다. 우선 땡스북스는 총판을 통해 책을 공급받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작은 서점이면서도 출판사에서 직접 납품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몇 개 회사도 안되었지만 점차 거래하는 출판사가 늘어났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고집한 것은 책을 납품받는 거래 조건이 좋아야 했던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출판사와 함께 땡스북스라는 공간에서 무언가 재미난 일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땡스북스 전시회’다. 이 전시회는 직거래하는 출판사나 동네에 사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나갔다. 한번은 한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발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든 편집자의 책상을 그대로 옮겨와 전시하기도 했다. 이런 전시들로 땡스북스는 여느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와 책을 둘러싼 이야기가 풍부한 공간으로 변모됐다.
음반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반은 매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기 높은 레이블보다 홍대 앞 인디음악으로 꾸몄다. 그랬더니 해당 뮤지션들이 사서 지인에게 선물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공연이 끝나면 음반을 사기위해 오는 사람들로 음반 판매가 오히려 활성화됐다.
책은 홍대라는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는 문화 관련 책들을 많이 비치했지만,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지역의 독립 출판물들로서 정식 출판물이 아닌 책들도 볼 수 있게 했다.
서점 안에서 자연스럽게 꽃도 팔 수 있게 했다. 땡스북스가 자체적으로 준비하긴 힘든 일로 지역사회의 플라워숍과 연계해 판매처 역할을 했다.
가구 회사의 쇼룸 역할도 자처했다. 고가의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판매도 겸했다. 가구 판매는 땡스북스가 지속가능성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꽃이나 가구처럼 지역 업체와 연계하는 일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 땡스북스 전시회는 직거래하는 출판사나 동네에 사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나갔다. 이런 전시들로 땡스북스는 여느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와 책을 둘러싼 이야기가 풍부한 공간으로 변모됐다.

그리고, 땡스북스만 하는 일
땡스북스는 일을 하면서 효율성보다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데 중요성을 뒀다. 그 지속가능성의 큰 축은 ‘콘텐츠’다.
이를 위해 ‘금주의 책’이라는 코너를 직원들이 직접 운영했다. 소파 앞 테이블에는 직원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추천하는 책을 골라서 올려놓고 리뷰를 적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땡스북스가 책을 판매하면서 내거는 가치는,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는 소중한 경험을 문화적 체험으로서 나누자는 것이다. 똑같은 책이라도 그 책을 어디서 구매하느냐는 경험치는 다르다. 땡스북스에서 책을 구매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스탬프를 뒀고,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는 쇼카드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게끔 했다. 쇼카드 안에는 땡스북스의 모토를 넣어 캠페인으로 활용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세계적인 아픔에 동참하고자 엽서를 만들고 수익금은 모두 기부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세계적인 일에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서체 디자인도 추진했다. 2년여에 걸쳐 한글 총 2350자를 만들어 서체를 완성했으며, 이렇게 만든 폰트는 땡스북스에서만 팔고 있다.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는 일하는 직원이나 땡스북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이 된다.
처음에는 ‘6개월 동안 망하지 않는 회사가 되겠다’는 작은 의지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로운 일들이 생겼다. 매출보다 창의적인 콘텐츠에 집중했던 것이 힘이 됐다. 콘텐츠들이 지역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대표는 “일을 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지역사람들과 함께 해 나간다면 지속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이 성장해서 더 다양한 역할을 지역사회에서 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찾다
땡스북스는 ‘작은 동네서점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찾고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비주류 경제라며 자조하거나 혹은 위안을 삼고 있는 ‘마을기업’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공동체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나 물리적 토대와 접목됐을 때 마을사업은 더 큰 시너지를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마을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도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다.
 

▲ 이기섭 땡스북스 대표가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에서‘동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네서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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