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최된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은 ‘디자인의 사회적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널리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디자인이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업되고, 사회적 환부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총 6개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는데, 대부분의 강사들이 ‘이웃과 동네의 공동체성에 기여하는 디자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마을만들기’ 활동이 최근 마을공동체성 회복이라는 사회적 주제와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며 확산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디자인의 사회적 참여는 마을만들기로 가는 첫 관문과도 같다. 벽화사업만이 다가 아니다. ‘디자인’이 ‘마을’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만나보자. <편집자주>

▲ 미쉘 드보어 MdB Associates 대표

 ‘소통과 치유’라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지난 11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정철)이 주관하는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올해로 8회째를 맞고 있는 이번 행사는 ‘디자인의 사회적 상상력’을 주제로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으며, 각 3명씩 2부로 나뉘어 총 6명의 강사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1부에서는 ‘디자인, 사회적 관계 회복의 대안이 되다’를 주제로 디자인을 활용한 소통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디자인을 다뤘다.
미쉘 드보어 MdB Associates 대표가 ‘네덜란드 국가 상징체계 통합화 사례’를, 캐티 가디온 헬렌함린센터 선임연구원이 ‘영국의 배려하는 디자인,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을, 이재준 새동네 연구소장이 ’새로운 동네를 디자인하다‘를 발표했다.

 미쉘 드보어 대표는 ‘네덜란드 국가 상징체계 통합화’ 발표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가 기존에 사용해 오던 산발적인 상징체계들을 통합적으로 체계화해 정부의 간행물이나 각종 행사들에 사용하면서, 시각적으로 우수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소속감을 고취하고 국가의 신뢰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상징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부 모든 부처가 같은 GI를 쓰는 ‘통합형’, GI가 있지만 부처별로 이를 변형해 사용하는 ‘혼합형’이다. 각 부처 MI에 GI가 들어가는 ‘보증형’, 부처별로 MI가 따로 있는 ‘개별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별형에 속한다.
그는 “디자인의 가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면서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회적 환경을 검토하는 것이 선행돼야 ‘디자인의 공공성’이 구현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캐티 가디온 헬렌함린센터 선임연구원
▲ 이재준 새동네 연구소장

 캐티 가디온 연구원은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헬렌함린센터의 다자인 사례를 소개하며 센터가 추구하고 있는 ‘배려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리모콘이 복잡해서 TV 보는 것을 포기하는 할머니를 위해 새로운 리모콘을 개발한 사연, 어두운 골목 도보시 장해가 되는 설치물에 조명을 적용한 사례 등 약자를 위한 디자인, 일상의 세심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들을 소개했다.
또한 그는 아래와 같은 5가지의 디자인 원칙을 밝혔다.
첫째, 사람들을 참여시켜라. 진정한 요구를 파악하라는 뜻이다. 둘째, 개인들을 봐라. 사회적 계층이 아닌 일상의 개인들을 보라는 뜻이다. 셋째, 더 포괄적이어야 하고 덜 독점적이어야 한다. 넷째, 기존 공동체적 자산을 기반으로 하라. 다섯째, 디자인만이 아닌 여러 분야를 보라.

 이재준 소장은 오랫동안 안심하고 편리하게 빌려서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새동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동네는 빌리지village, 타운town, 시티city 등 어떤 것으로도 해석되지 않는다. 가장 유사한 말로 커뮤니티community가 있지만 그것도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동네는 우리만의 개념인 것이다.
이 소장은 물리적 땅이 아닌 심리적 경계로서 정의되는 ‘동네’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온라인 복덕방을 열어 “우리는 화려하게 치장되거나 비싼 집을 팔지는 않습니다. 좋은 삶을 만드는 문화를 만듭니다”라고 홍보하며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이에 900여 명의 회원들이 생겼고 그들이 새로운 동네를 짓고 싶다고 신청한 것이 18곳이다.
이 소장의 새로운 동네 프로젝트에는 큰 집이 없다. 대규모 필지가 아닌 작은 필지 안에 10세대 미만의 집을 짓는다. 사용 면적에 따른 정확한 사용료를 내는 것을 기준으로 월세를 책정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집의 활용도가 달라지는데 그 변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20년 뒤까지 집에 대한 고민이 아닌 집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호 동네 가좌330, 2호 동네 가좌관 등 총 2호 동네까지 완공했다. 앞으로도 매년 12개 정도의 동네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재준 소장은 “디자인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린 새롭고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 관계 회복을 위한 대안들을 찾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다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공동체는 물리적이 것이 아닌 심리적인 것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여 사는 것만으로 공동체를 말하기는 힘들다. 공동체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사람간 공감대가 있어야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실제적인 만남들은 사라져 가고 있다. 실제 만난 것 같지만 사실 만난 적도 없고 대화한 적도 없다”며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을 그려봐라. 원 안에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직접 적어보라. 원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해 보자.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잠시 만나고 잠시 대화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다”며 세상은 열려 있기 때문에 원 안의 사람들과 대화하면 그 밖의 사람들과도 공감할 것이라고 ‘공동체성의 시작과 확장’을 개념적으로 설명했다.

2부에서는 ‘디자인 공공선을 모색하다’라는 주제로 공공의 가치를 위한 디자인의 다양한 방법들이 발표됐다.
마사토 나카무라 3331 아트 치요다 총괄감독이 ‘도쿄의 新 창작공간 3331 아트 치요다의 활동 및 가치 창출에 관하여’를, 이기섭 땡스북스 대표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네서점’을, 블라쉬 크리즈닉 한양대 교수가 ‘공동체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에 대해 발제했다.

▲ 마사토 나카무라 3331 아트 치요다 총괄감독

마사토 나카무라 감독은 자신이 총괄 감독하고 있는 도쿄의 신개념 창작 공간 ‘3331 아트 치요다’의 사례를 발표했다. 아트 치요다는 2010년 도쿄 번화가에 있는 중학교를 개조해 만든 예술 공간으로, 단순히 예술가들의 공간이 아닌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대를 고민하며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는 곳이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행사든 상관은 없지만 ‘시민을 위한 예술’이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아닌 ‘시민’에 방점이 있는 것.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이재민들의 재건을 돕기 위해 ‘와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영화도 제작했고 신문도 만들었다. 지진으로 선박들이 부서져 실의에 빠진 어부들을 돕기 위해 기업 후원금을 받아 배를 고치고 대신 배에 후원 기업의 광고성 작품을 제작해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는 빈 공터, 공사장 등 도시의 소외된 장소를 문화적인 공간으로 채워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러한 일탈적 퍼포먼스들이 도시와 공동체에 활기를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잠재 능력, 조직력, 경제자립성, 환경친화, 미적감상력 등 5가지 요소가 전략적으로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 이기섭 땡스북스 대표
▲ 블라쉬 크리즈닉 한양대 교수

블라쉬 크리즈닉 교수는 자신의 모국인 슬로베니아와 한국의 사회적 신뢰지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하며 양국 모두 사회통합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하면서 그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으로서 ‘커뮤니티 정원’을 제시했다.
또한 커뮤니티 가든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과 슬로베니아의 커뮤니티 정원 사례를 통해 운영방법 등을 설명하면서 슬로베니아의 사회통합 가능성은 조금이나마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 사이 한국의 정원 면적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해, 한국 사회의 사회통합을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의 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 지난 11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정철)이 주관하는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