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녹색생활형 정원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심포지엄에서 김인수 그륀바우 소장은 타고르의 명언을 인용하며 첫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가 발표한 주제는 ‘참여정원이 만드는 창조적 도시공간’이었으며, 고대 정원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림을 중심으로 동서양 정원 변천사를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 공공조경가를 통해서 시도하고 있는 주민참여형 정원 조성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5일 오후 3시부터 열린 ‘도시농업과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한 녹색생활형 정원 모색 심포지엄’에서는 4명의 전문가 주제발표와 정원산업 활성화방안 토론이 이어졌다.

이 행사는 5일부터 나흘간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에서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부대행사 중 학술대회로 열렸으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 (사)한국화훼학회가 공동주관했다.

김인수 소장에 이어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가 ‘유럽사례로 본 도시생활형 정원의 디자인 요소’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또 송정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장이 ‘자생화 테마정원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임기병 원예학과 교수는 ‘도시생활형 식물탐색 및 활용방안’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은 이종석 (사)한국도시농업연구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다음은 토론자 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김승환(동아대 교수)=생활형 정원산업 : 전 세계 정원산업의 시장은 200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미하지만 앞으로 굉장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엄청난 산업이 잠재하고 있지만 제품이나 정보콘텐츠에 대해서는 미흡하기만 하다. 이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원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출해내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에 마스터가드너에 대한 논의도 있고 관련 교육도 등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교육해서 전문가로 양성할 것인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오욱(영남대 교수)=정원 식물소재 산업 : 국내 정원산업이나 식물 소재산업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산림청에서 임산물생산조사와 잔디, 분재 등의 현황을 조사하고 있고, 농촌진흥청에서 화훼산업통계를 발표하고 있지만, 통합된 연구가 안돼 산업규모를 추정하기가 어렵다. 제3의 기관에서라도 통합하고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외래종 식물보다 자생식물에 대한 보급이 시급하다. 엊그제 인사동에 갔는데, 국적불명의 메리골드, 안스리움 등이 심어져 있어서 생뚱맞았다. 식물 원산지에 대한 개념을 잡고 공간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생식물들이 널리 보급될 수 있으면 좋겠다.

▲홍태식(청산기술사사무소 대표)=생활형 정원설계 : 관리하기 어려운 가이스까향나무를 심던 시대는 지났다. 블루베리, 도라지, 뽕나무 등을 생활정원에서 선호하고 있다. 몇 년전 어느 브랜드 아파트에서 ‘애기똥풀’ 에피소드를 CF로 내보내 브랜드가치를 확 높였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래종보다 자생 초화류 많이 도입하는 것이 트랜드다. 우리나라 전통 자생식물 보급 확산에 나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원은 저관리형으로 조성되는 게 바람직하다. 목본과 초본이 조화를 이뤄, 목본류로 정원의 틀을 형성하고 초본류로 개성있는 경관을 조성하면서 자연소재를 통한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안명준(조경비평가)=도시농사와 정원문화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위하여 : 정원 선진국인 영국이나 앞선 국가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산업형태로 자리잡았던 시기가 국민소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영국은 대중문화 활동으로 퍼지기 시작한 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던1980년대부터다. 우리나라도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도시농업, 정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3만 달러가 넘어서면 본격화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공급 확대가 소비 확대를 이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원문화의 핵심은 보고 즐기는 게 아니고, 돌봄에 있다. 자연물을 돌보고 그렇게 돌본 자연이 다시 정원사를 돌보게 되는 순환이 중요하다. 정원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