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협정’과 관련하여 다양한 것들을 지난 몇 개월 동안 다루었다. 그러는 사이, 국토해양부에서는 지난 해에 국회에 제출한 경관법 개정안이 회기 내에 다루어지지 않아 폐기되자, 이를 다시 이번 19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창원시 도심의 옥상 이용

경관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관을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아름다워지라고 강요한다고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대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근거가 되는 법을 만들고, 법의 체계적 실현을 위한 정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사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법이나 정책계획의 시행 초기에는 홍보는 물론 타당성 확보를 위해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실현되는 것이다.

지난 6월 12일자로 배포된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에서는, 국토해양부가 국토경관개선에 전방위적 노력을 펼쳤고, 국민소득 2만달러 초과 및 여수 엑스포 개최 등을 통해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했다는 내용과, 도시관리 업무 대부분이 현재 지자체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경관개선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2012 경관관련 주요 제도개선 사항 및 추진사업>

1. 사전경관계획수립

▪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의 경우 초기 개발계획 수립시 평면적인 검토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사전경관계획 수립을 의무화 (경관법 개정)
2. 경관심의제도
▪ 일정규모 이상의 SOCㆍ개발사업ㆍ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제도 도입(경관법 개정)
3. 전문가 지원제도
지역의 도시ㆍ건축사업의 디자인 품격제고를 위해 농어촌 및 중소도시 5개소에 전문가 파견 및 지원('12.7월부터)
* '13년에는 공공건축지원센터를 지정ㆍ운영할 계획 
4. 전문가 재능기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재능기부를 추진하고 국토부에서 교통비 등 일부 경비를 지원하여 지자체에 무료컨설팅 지원('12.7월부터)
* (지원내용) 낙후지역의 발전계획 수립, 지역의 경관관리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라인 수립, 도시재생 무료자문, 지역주민 교육 등 

위 내용과 같이, 올해의 경관관련 주요 제도개선 사항 및 추진사업으로 5가지를 들고 있는데, 필자의 식견으로는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우선 ‘사전경관계획 수립’은 환경부의 사전환경영향평가 제도와 같은 성격의 것인데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 대해 초기 개발계획 수립시 사전경관계획을 의무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 항목인 ‘경관심의제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적는다.

지방자치단체는 경관법에 의거하여 경관심의위원회를 둘 수 있고, 심의위원회에서는 소위 각종 개발계획에 대하여 ‘경관’에 관한 심의를 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거나 정교화하여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률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전경관계획 수립’ 절차가 생겨남으로써, 개발행위주체는 개발사업의 지연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민원발생 소지가 다분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관심의위원회는 ‘개발사업’의 초기부터 관여해야 하는데, ‘사전경관계획 수립’ 절차로 인해 일정규모 이하의 개발사업의 경우는 경관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아 경관에 관한 부분이 검토 및 자문, 심의를 행할 수 있는 단계가 없게 될 우려가 있다.

필자가 관여하는 몇몇 지자체의 경우도, 경관심의위원회 심의안건으로 올라오는 것들 중에서 규모가 있는 사업은 한두 건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심의대상이 되는 것도 의미가 크지 않은 것들이다. 이는 결국 ‘경관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가 형식적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여겨지게 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경관심의제도’ 또한, 기존 경관심의위원회 심의대상에 포함시켜서 해야하는 SOC·개발사업·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의 평가부문인 ‘위락·경관’의 내용과 중복되어 옥상옥의 제도가 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는 곧, 절차의 증가로 인해 개발주체, 개발업자 등에 대한 개발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발생으로 이어지므로, 오히려 기존 경관법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당, 기존 경관법으로 다루었어야 함에도 다루지 않은 국가와 지자체의 도의적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국가와 지자체가 경관에 관한 경험이 전무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

또한 3번째 항목인 ‘지자체 경관계획 수립 의무화’는, 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 – 경관법 개정안에서는 인구 10만 이상의 지자체로 규정 – 에서 경관계획을 수립하기에 그만한 재원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즉, 경관계획수립 용역 비용이 보통 2-3억원 정도 되는데 기초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관계획수립 용역 발주시 ‘지역제한’과 경관계획수립 실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개 대형 업체가 용역을 수주하게 되고 상당한 커미션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조그만 업체에 하청을 주는 하나의 현실이 결국, 지자체의 경관의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차원의 국토경관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부디 그간 – 적어도 경관법이 제정된 2007년 이후의 – 발간된 경관계획 보고서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나머지 ‘전문가 지원제도’와 ‘전문가 재능기부’에 관해서는 지면 관계상 다음 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오민근(문광부 시장과문화컨설팅단 컨설턴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UCCN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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