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하고 모두 기다리던 일명 ‘조경백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1972년 한국조경의 태동에서부터 주요 작품, 조경산업, 법제․직제․기구, 대학 조경학과와 연구 실적, 국제적 활동과 미디어, 21세기 한국조경의 과제에 이르기까지 조경 현대사가 총망라 돼있다.

세계 2위의 조경대국이라지만, 여태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 없었음은 물론이며 각계각층 집필진의 열정 끝에 맺어진 결실임에도 불구하고 조경계가 처한 오늘의 실정을 볼 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제처럼 ‘조경의 날 기념식과 조경대상 시상식’이 끝나고 가득 메웠던 인파가 빠져나간 뒤 3부행사로 치러진 발간보고회는 ‘비장함’이 빈 자리를 채웠다.

환경조경발전재단 김학범 이사장은 “중앙정부 내 담당조직이나 공무원이 한명도 없어서 조경산업이 보호받지 못하고 산림․건설․디자인 등 인접분야에서 계속적으로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니 모두 합심해서 슬기롭게 넘어가자”고 말했고, 조세환 차기 조경학회장도 “이대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지금은 우리의 정체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상기시켰다.

올해 초 ‘산림자원 관련법’ 개정으로 조경 건설업의 일부를 산림사업에 내주는 등 홍역을 치른 조경계는, 최근 공개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에서는 조경공사업과 식재시설물공사업의 통합안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갖가지 정책에서는 조경계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아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 조경백서의 발간은 단순한 ‘현대사’의 출판을 넘어 조경계가 당면한 현안과제와 해법을 제시하는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었으니 더 이상 때를 놓치기 전에 가시적인 추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조경의 정체성 찾기는, 무엇보다도 조경기본법 제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조경의 태동이 1972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선각자’의 견인으로 시작되었다는 백서의 내용은, 오늘처럼 중앙정부의 정책지원이 그리운 시점에서는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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