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동 교수의 허브이야기

▲ 조태동(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인류는 지구상에 출현하면서 부터 풀과 열매를 식량이나 치료 등에 다양하게 이용하여 왔으며 점차 생활의 지혜를 얻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하고 특별한 식물을 구별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식물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허브(Herb)라고 할 수 있다.

허브는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고대 국가에서는 향과 약초라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기원전 4세기경의 그리스 학자인 데오프라스토스(Theophrastos)는 식물을 교목, 관목, 초본으로 나누면서 처음 허브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꽃과 종자, 줄기, 잎, 뿌리 등이 약용, 미용, 요리, 향료, 살균, 살충 등에 사용되는 인간에게 유용한 모든 초본식물과 목본식물’을 허브라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잎이나 줄기가 식용과 약용으로 쓰이거나 향과 향미(香味)로 이용되는 식물’을 허브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허브는 ‘향이 있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원산지가 주로 유럽, 지중해 연안, 서남아시아 등인 라벤더(Lavender), 로즈마리(Rosemary), 세이지(Sage), 타임(Thyme), 페퍼민트(Pepper mint), 레몬밤(Lemon balm)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단오날에 머리를 감는 데 쓰던 창포와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마늘, 파, 고추 그리고 민간 요법에 쓰이던 쑥, 익모초, 엉겅퀴 등을 모두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지구상에 자생하면서 유익하게 이용되는 허브는 꿀풀과, 지치과, 국화과, 미나리과, 백합과 등 약 3000여종이 있으며 관상, 약용, 미용, 요리, 염료, 인테리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허브의 역사를 개관해보면, 허브는 고대인들에게 약초로서 큰 힘을 발휘하였다. 중국과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부터 허브를 사용하였으며 이집트에서도 기원전 3000년경에, 기원전 2500년의 아시리아의 점토판에는 250종의 허브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역사적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부패를 막고 초향(焦香)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스파이스(spice)와 허브를 사용하였다. 당시 무덤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식물의 치료 효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펜넬(Fennel)이 시안액으로 눈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허브의 향을 이용하여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어 경애와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인도에서는 홀리바질(Holly basil)을 힌두교의 크리슈나신과 비슈누신에게 봉헌하는 신성한 허브로 여겼는데 힌두교의 성스러운 허브라는 뜻으로 ‘툴라시(Tulasi)’라고 하였다. 현재에도 이 허브가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연다’고 믿어 죽은 사람 가슴에 홀리바질 잎을 놓아 둔다. 한편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토된 점토판에는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의 목록이 새겨져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의 학자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가 A.D. 1세기에 저술한 약학, 의학, 식물학의 원전인 ‘약물지(藥物誌)’에는 600여 종의 허브가 적혀 있다.

‘의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그의 저서에 400여 종의 약초를 수록하였는데 특히 타라곤(Tarragon)을 뱀과 미친 개에게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초로 기록하였다. 중세 사람들은 치커리(Chicory)를 학질(말라리아)이나 간장병을 고치는 약초로, 로즈마리의 산뜻하고 강한 향을 이용하여 악귀를 물리치는 신성한 힘을 가진 허브로 여겼다. 특히 로즈마리는 두통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고 그 향은 집중력과 기억력 증진에 좋다고 기록하였다.

(다음 연재는 3월17일자 제146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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