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장 특별기고 - 우리의 녹색희망! DMZ 푸른 숲
올초 한 방송사가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수하게 살아가는 원주민의 모습이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는 아마존 밀림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이 프로그램은 심야 다큐멘터리 방송으로는 이례적으로 18.2%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특히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는 대자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불타는 아마존’ 편은 산림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원시의 땅,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은 농지 개간과 개발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매년 축구장 3만개 넓이의 면적이 불태워진다고 한다.

태고부터 숲은 삶의 터전이었으며 지금도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의 보고로서 인류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삶의 풍요로움을 위한 산림 파괴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지구온난화라는 부메랑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에 의해 아마존의 강우량은 20% 감소하고 이로 인한 지구 기온은 약 2℃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대규모 우량 산림에 대한 강력한 보호 의지와 우선 조치가 그만큼 시급한 것이다.

한반도에도 우리 뿐만이 아니라 세계인이 주목하는 녹색 허파가 있다. 바로 DMZ(비무장지대)다. DMZ와 그 인접지역은 휴전 이후 60여년이 흐르는 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사람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서울 면적의 9배에 달하는 약 5400㎢의 거대한 산림이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995년부터 6년간 DMZ 일원 산림생태계를 정밀 조사한 결과 1194종의 식물류와 314종의 곤충류, 478종의 산림미생물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DMZ 일원은 생태계 보고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오랜 세월동안 출입이 금지된 채 군사활동이 이뤄져 대체로 열악했지만 특정 구역에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유지되고 있는 매우 특이한 생태계로 밝혀졌다.

그러나 낙후된 DMZ 일원에 대한 규제완화 및 남북교류 확대 등 사회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앙부처는 생태․평화적 이용계획을 발빠르게 내놓고 지자체도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 이용에 따른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문명의 손길이 닿으면 자연은 파괴되고 변질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DMZ 일원의 푸른 숲도 아마존 열대 우림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탐욕이 얽혀 훼손돼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장기적 안목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지혜롭게 이용(wise use)하고 보전(smart conservation)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DMZ는 국제법상 특수한 지역으로 국내법이 아닌 정전협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통일 후에도 현행법상으로는 2년간 자연유보지역으로만 지정하도록 돼있는 것이 전부다. 산림청은 DMZ 일원 산림을 필요시 이용하되, 합리적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을 포함한 종합적 산림보전․관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 8월23일,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총회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인류는 산림을 해치려는 탐욕을 억제해야 하고 인간과 지구가 함께 발전하는 지구책임적 체제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푸른 숲을 온전히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지속적 관심이 맞물려 6.25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의 대가로 얻은 DMZ 일원 숲이 아마존의 눈물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세계인의 평화와 녹색희망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정광수(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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