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프라자는 높은 빌딩 숲 속에 과감하게 건물을 낮춰 짓고 건물의 외부와 내부의 분류를 없앴다. 따라서 조경의 녹지대가 건물과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건물과 조경을 따로 각각 설계해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생각들이다. 또 과거 역사 유물들이 현대적인 건물 내 조경 속에 배치된다. 건물 그리고 조경면의 높낮이 역시 물결치듯 자유롭게 변화된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이하 자하)는 DDP를 디자인·패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건물이미지가 바로 ‘신선한 바람’이었다. DDP 설계팀장인 에디 캔(Eddie Can)을 만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DDP의 설계에 대해 들어봤다.




▲ 에디 캔(Eddie Can) 동대문디자인프라자 설계팀장
DDP 설계 특징은?

가장 남기고 싶은 문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연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DDP는 디자인플라자라는 세련된 건축물이면서 공원이고 또 역사박물관이기도 하다. 이곳은 한국의 전통 정원에 대한 정취를 드러내고 또 역사의 산물인 성벽을 함께 연계시켰다. 특히 북쪽의 성벽은 재현이 아니라 그대로 보존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본다.
또 이 프로젝트는 조경이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건축물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
옥외공간과 실내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사람들과 옛 유적이 이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현대와 과거 그리고 높고 낮음까지 시·공간 이 모든 것들이 관계를 맺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지붕녹화 설계에 대해 궁금한데?
지붕녹화는 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디자인 측면까지 고려해 적용하게 된 것이다. DDP 건물은 4개의 파사드로 구성돼 있는데 지붕은 제5의 파사드다. 이 공간은 사계절의 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실 첫 계획안에는 세덤이 아니라 잔디로 구성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중력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어 변경됐고 또 계절적인 다양성을 느끼는 데에도 세덤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붕녹화 시공에 대한 고민은 없나?
원래의 지붕녹화 계획을 그대로 적용하진 못했다. 처음 녹화방식으로 고려했던 롤링매트시스템은 관련된 한국 제품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돼 다른 시스템을 선택하기로 했다. 근데 이 방법 역시 모양이 비정형적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계속 발주처와 시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
또 건물 지붕이 평면이 아니라 유동적인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는데 세덤은 각도가 30도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식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민 중에 하나다. 이외에도 토양의 유지관리 방법, 바람에도 쏠리지 않도록 시공하는 방법 등 시공 전이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성곽뿐 아니라 유물도 공사 중에 발굴됐는데?
성벽 자리인줄 알고 파내 보니 층을 이뤄 유물이 나왔다. 서로 다른 시대의 유물이었던 것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런 특징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초기의 디자인은 다소 강한 이미지를 보였던 데 반해 새로운 요소들이 발견되면서 오히려 더 섬세한 디자인이 만들어졌고 공간적 구성도 재밌어 졌다.
특히 성벽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설계안에 있던 것이었는데, 진짜 성벽이 길 아래 남아 있어 그것을 그대로 살려 더 의미있는 공간이 됐다. 성벽 끝쪽에서는 수로까지 발견돼 옛 사람들이 강에 둑을 지었던 방법도 살펴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공원 내부는 한국정원을 표방했다고 들었는데?
바람길을 따라 외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옛 성곽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공원 내 동선 역시 한국적인 부드러운 이미지가 느껴지는 곡선으로 했으며 가지치기 하듯 뻗어져 있다. 수경공간도 옛 모습을 복원한 집수지 방식으로 복원해 전통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또 공원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 중첩된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동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의 모습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작업이 어려운 점은 없나?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2년이나 지났고 이미 천천히 해결해 왔다. 발주처, CM, 시공 모두가 이해력이 높다고 본다. 또 상호간의 논의 과정을 통해 서로 배우는 것도 많다. 특히 좋은 프로젝트로 이끌어가자는 공동의 목표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자하는 이미 서울뿐 아니라 도쿄, 상해,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일을 해왔다. 한국에서의 작업이 특별히 까다롭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에서 문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려고 하고 자하 쪽의 의견도 귀기우려 들어주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DDP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이용됐으면 하나?
이 공원이 도심의 시민들에게 쉴 곳이 됐으면 한다. 더불어 이곳이 서울시가 바라던 ‘디자인 서울’의 엔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번 프로젝트가 건축 디자인이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또 향후에는 서울이 뉴욕, 밀라노, 도쿄 등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한국 조경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한국의 조경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도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은 산수화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한강르네상스, 북서울꿈의숲 등의 최근 프로젝트에서도 발전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시스템이다. 해외의 경우, 다수가 건축·조경·도시계획 등이 디자인스쿨 내에서 함께 교육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것 같다. 일예로 서울대도 현재 조경이 농대에 소속이다.
교육적인 변화와 지속가능한 공공 공간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진다면 분명 한국의 조경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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