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인공지반녹화 정책을 추진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건축물녹화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구동성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들 한다.

뒤늦게 제도마련에 나서면서 기존 사업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일은 중요하다. 첫 단추부터 바로 꿰 나가기 위해서 우선 용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기본법에서 정한 ‘건축물’의 정의는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부수되는 시설물을 말한다’고 돼 있다.

그에 반해 ‘인공지반’은 아직 법적 정의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용어사전에서는 ‘오수정화시설이나 지하주차장 또는 옥상 등 각종 구조물 위에 흙을 얹어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지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을 중심으로 볼 때 ‘건축물’보다는 ‘인공지반’이 좀더 광의적인 개념이며 취지에 부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옥상녹화사업이 시민운동 성격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옥상텃밭사업의 경우에는 공동체 개념의 커뮤니티가 중시되고 있다. 또 사회복지를 강조하면서 소외된 복지시설 옥상에 녹색공간 조성을 우선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제시하고 있는 ‘건축물녹화’라는 용어는 다분히 건축을 중심으로 한 접근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반녹화를 건축 구성요소의 하나로 국한시켜 경관미와 기능성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녹화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해 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녹색성장 정책이 태동된 사례와도 유사하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다양한 분야와의 통합적인 정책이 필요했고 그래서 새로운 개념의 녹색성장이라는 정책용어가 탄생했다. 또한 이를 관할하는 녹색성장위원회는 특정 부처에 소속시키지 않고 대통령 직속의 독립된 통합기구로 조직되었다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반녹화사업 또한 그 막중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접 분야와의 폭넓은 통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건축물녹화’라고 표현한 국토해양부의 모양새는, 함께 잘 지내보자며 초대해야 하는 황새들에게 호리병 대신 접시를 내놓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는 ‘건축물녹화’라는 울타리에 가두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반녹화’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위기상황의 지구를 살리는 중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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