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현수 책임연구원.

옥상녹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1994년부터 옥상녹화 기술을 연구해오고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현수 박사다. 김현수 박사는 독일에서 생태건축을 전공한 후 귀국 후부터 줄곧 옥상녹화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도시를 생태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생태건축 관점에서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중 옥상녹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는 김 박사는 옥상녹화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강조한다. 특히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축물녹화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우리나라 옥상녹화는 한 단계 더 발전 할 수 있는 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7월 중 용역착수를 예상하고 있는 건축물녹화기본계획에 대한 의미와 비전 그리고 우리나라 옥상녹화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현수 박사로부터 들어봤다. <편집자 주>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이 갖는 의미는?
도시를 생태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는 상황에서 그동안 건축물녹화에 대해 무관심 했던 중앙정부가 드디어 그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다.
또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축물 녹화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수요예측과  함께 기후, 지역특성 등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체계적인 녹화사업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건축물녹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그리고 시장 확대로 인한 녹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축물녹화기본계획에는 무슨 내용을 담나?
최근 옥상에 대한 다양한 니즈가 충돌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옥상을 녹화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 에너지 관점, 이용적인 관점 등 다양한 니즈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본계획에는 다양한 옥상에 대한 니즈들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 다시말하면, 우리집 옥상에 지역적·공간적 특성을 감안하고 에너지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녹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이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기본계획에서 제시하게 될 것이다.
기본계획에는 산간지방·바닷가·서울·제주 등 기후 및 지역성에 맞는 옥상녹화 전략과 기술이 달라져야 하므로 각 특성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이다.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는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해당 지역에 맞는 지역별 녹화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제주도에서 옥상녹화를 고려할 때 옥상의 활용방안은 어떤 부분이 좋으며, 녹화는 어떤 형태로 하는 게 유리한지, 또 어떤 기술이 적합한지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기본계획에 담아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어떤 변화가 오나?
건축물 녹화가 전략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지역별·공간의 특성에 맞는 분명한 기술유형이 뚜렷해 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녹화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마련으로 비용의 효율화와 체계화가 확립될 것이다.
또 계획수립 자체가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시장 수요가 있을 것인지 여부를 체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참여를 통한 기술개발 촉진 및 안정적인 옥상녹화 시장의 형성 그리고 수요발생으로 인한 녹화산업의 확대와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본계획에 바라고 싶은 점은
기본계획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지역적·공간적 다양한 특징을 고려해 수립될 것이다. 다만 내 집 옥상은 어떤 관점에서 어떤 기술로 녹화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국토부의 기본계획은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엮은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옥상녹화기본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옥상녹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계기와 시점은
건축법 내 ‘대지 안의 조경면적’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녹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옥상녹화를 조경면적으로 인정해주면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요즘 녹화시스템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당시에는 플랜트박스 녹화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서울시와 학술용역을 통해 옥상녹화를 위한 시범사업 개념에서 모델을 제시했던 ‘초록뜰’은 건축기술과 조경기술이 융합되는 옥상녹화시스템으로 옥상녹화 기술 발전에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옥상녹화의 선진국 사례와 우리 현실
독일은 공법과 자재가 표준화되어 있어 내 집의 옥상 녹화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다양한 제품과 소재 그리고 대량생산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며, 독일의 경우는 건축물 녹화산업이 안정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 안정화된 제품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완성되어 있으며, 업체들이 대량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는 수준이다. 다만 독일처럼 내 집 옥상녹화를 쉽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독일과 일본의 공통점은 소재의 다양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은 선진국에 근접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이다. 시장이 작다보니 생산규모가 적고, 소재도 다양하지 못하다. 현재 우리는 태동기를 벗어나 성장기에 있으며, 건축물녹화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한단계 더 발전 할 수 있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옥상녹화 기술의 발전과정은?
국내 최초로 산업화된 기술이 파라소 공법이다. 이 기술은 기존 건물 옥상에 녹화할 수 있는 공법으로 옥상녹화 산업에 큰 기여를 해왔다. 이후 건축과 조경을 연계한 시스템인 초록뜰이 개발되어 서울시 옥상녹화 민간지원사업의 기술적 표준으로 활용되면서 옥상녹화 기술개발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됐다.
최근에는 건축과 조경이 완전히 융합된 옥상녹화 공법인 녹화옥상시스템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녹화옥상시스템은 건축과 조경이 분리발주 되고 있는 현 공종의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수요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외에도 부산시청사 옥상녹화에서 사용된 유니트박스는 공사의 편리성, 안정성 뿐만 아니라 유니트박스내 저수기능과 관수기능을 담고 있어 경사지와 풍압지에 강한 장점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옥상녹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옥상녹화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의무화 하는 정책적인 부분과 비용 대비 효과적인 기술력 그리고 시장규모의 확대 등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97년 연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후에 생태면적율 확보라는 정책부문이 정비되었고, 이후 기술개발과 생태면적율 확보라는 정책부문이 맞아떨어지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처럼 정책·기술·시장 등 3가지가 발란스를 맞춰 움직여야 옥상녹화의 활성화가 이뤄진다. 여기에 옥상녹화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옥상녹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옥상녹화의 미래?
무엇보다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이 중요하다. 기본계획을 통해 잠재시장을 파악할 수 있고, 시장의 종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의 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공공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소개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정부차원에서 수립한 기본계획의 틀에 맞춰 민간에서 기술개발을 선도해 나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생태건축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자연이 살아 있는 건축’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숲은 공기가 맑고, 습도도 조절해주고, 먼지도 없고, 산소량도 많다. 하지만 이런 숲을 우리는 콘크리트 건물로 망가트렸다. 따라서 망가진 숲을 살리기 위해서 도시건물에 나뭇잎을 달아 줘야 하는 것이다.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를 통해 숲의 기능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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