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통조경학회 진상철 회장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이 경관이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역시 경관적 측면을 높이 평가 받았다. 그 만큼 문화유산에서 경관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 자체는 경관적 측면보다 건축물에 집중되어 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한국전통조경학회 진상철 신임 회장(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은 전통조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식을 전환시켜 경관적 가치를 높일 때 전통조경의 시장 역시 커질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한국전통조경학회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그에 따라 학회의 정체성 확립을 강조하면서 전통조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진상철 신임 회장을 만나 전통조경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기 내 사업계획은?
우선 학회 고유업무 영역에 충실히 하고 내실을 다질 것이며, 학회 정체성확립을 위해 전통조경시설물에 대한 상세집을 제작할 것이다. 또 실무분야와의 관계를 밀접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이다. 순천정원박람회의 경우 협약을 체결하여 전통조경에 대한 자문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외에 아산시 외암리 민속마을과 고도보존 관련 세미나 2회를 올해 개최하고, 명승관련 세미나는 내년에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도보존 대부분을 경관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고도보존에 대해서도 학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말로 필요한 학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회원 증가를 적극 유도해 학회를 정착화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다.


전통조경 상세집은 무엇인가?
전통조경에 사용되는 시설물의 규격이나 소재 등을 데이터화 한 자료집이다. 전통조경과 관련된 연구 논문들은 많이 발표됐지만, 정작 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규격이나 재료 등에 대해 데이터로 정리된 게 없다. 그렇다보니 아파트에 시공된 전통조경 공간을 보면 규격이나 재료가 들쭉날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주요 사적지, 명승지 등을 찾아서 측량하고 실측해서 그에 따른 데이터를 총정리하는 상세집으로 발간 할 계획이다. 상세집이 발간되면 현대조경에 전통조경의 접목이 용이하며, 복원 할 때나 사적지 조경에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세집 제작은 다른 모든 사업에 우선해서 추진할 것이다.

전통조경 분야의 현실은?
현재 전통조경은 문화재 복원·수리에 집중되다 보니 시장 규모가 아주 적다. 전통조경 만을 하고 있는 업체가 없다는 업계 현실이 전통조경 시장의 규모를 말해 주고 있다. 문제는 문화재보호법 상에서 조경설계를 조경기술자가 아닌 실측설계기술자(건축)가 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조경분야의 발전이나 확장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자체가 작다보니 전통조경을 공부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기사시험에서 조경사 과목을 뺀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조경사가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문화재청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의 경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약하다. 조선왕릉이 경관의 우수성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사적지나 명승지 또한 학술적·경관적 가치로 문화재로 지정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국민적 관심은 건축물에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조경과 현대조경의 접목은?
우선 인식의 문제가 있다. 문화재 조경이나 전통조경은 옛 것을 그대로 복원하는 부분만 떠올린다. 복원이 원칙이긴 하지만, 그건 문화재로 지정됐을 때 문제다. 조영 상 전통론은 아이디어 하나만 따와도 전통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건축에서 한옥의 처마 선형을 현대건축물에 적용하면 그 자체가 전통적이라고 한다. 조경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조경에서 축대를 쌓을 때 화계시공으로 쌓았다면 전통적인 조경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통은 반드시 현대와 함께 이어져야 하는 게 기본이다. 과거의 것에 기반으로 현대에 접목시켜 이어지는 게 진정한 의미에 전통인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의 문제와 개선방향은?
기존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조경기술자는 설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실측설계기술자인 건축에서 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조경설계는 하도급을 받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문화재보호법이 생긴 지 40년이 넘도록, 학회가 생긴 지 30년 가까이 되도록 우리의 업역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조만간에 개정될 문화재보호법에는 조경설계를 조경기술자가 설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조건이 추가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학회에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문으로 제시했으며, 현재는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인접 분야를 아우른다고 했는데?
인접 분야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우리 업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건축·고고학 등 인접분야와 공동 세미나, 공동 학제간 연구 등을 통해 인접 분야와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인으로서 건축·고고학 등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

전통조경학과가 한 곳밖에 없는 이유는?
전통조경학과는 한국전통문화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문화재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문화재청 내에서 수요가 거의 없다. 문화재 시장 역시 열악하다. 때문에 전통조경 만을 배우지 않는다. 전통조경과 현대조경을 7대 3 비율로 교육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경기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현대조경 과목도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조경학과는 우리 것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전통건축학과가 시장이 커지면서 명지대에 학과가 생겼듯이, 전통조경 시장 역시 커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조경의 비전과 과제?
문화재 복원·수리에 집중되어 있는 전통조경 분야를 현대조경에 접목하여 시장을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에만 기대지 말고 현대조경과의 접목을 통해 국토해양부로부터 예산을 받을 수있도록 스스로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에서도 노력하겠지만, 업계에서는 시공능력을 향상시켜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또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으로 전통조경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적지 혹은 명승지 안내판에 경관의 우수함을 표시하는 등 전통조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