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동천길 다리 위에서 참가자 단체사진 ⓒ서울둘레길
묵동천길 다리 위에서 참가자 단체사진 ⓒ서울둘레길

지난 10월 19일·20일 1박2일로 ‘서울둘레길 백패킹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을 한 바퀴 휘감은 157km의 코스로 2014년도에 개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도보길이다. 이 둘레길과 요즘 핫한 레포츠인 ‘백패킹’을 결합해 만든 것이 이번 프로그램이다.
둘레길과 백패킹의 결합.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둘째 날(중랑캠핑숲 ~ 아차산어울림정원, 8.9km)
얇은 침낭으로 추운 밤을 보낼 생각에 걱정을 하던 순간, 다행히도 주최 측한테 핫팩을 받았다. 쌀쌀한 새벽을 핫팩 덕분에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우중충하던 전날과는 달리 둘째 날은 날씨가 화창하게 갰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중랑캠핑숲의 풍광이 맑은 날씨 덕에 한눈에 다가왔다. 캠핑장은 형형색색 가을로 물들어 가는 나무로 둘러싸여 자연을 느끼기 충분했다.
1만8천㎡ 면적을 자랑하는 중랑숲에는 캠핑장 이외에 어드벤처를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체험의 숲’과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자연체험학습장’, 여름에 즐기는 ‘몰놀이 놀이터’ 등의 시설을 품고 있다.
침낭과 텐트를 정리한 후 우리는 중랑캠핑숲을 떠나 인근에 위치한 망우산으로 향했다. 오늘 코스는 평지는 짧고 대부분이 산을 따라 걸어야 하는 구간이라 조금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맑고 선선한 날씨 덕에 참가자들의 표정은 어느 때 보다 밝고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중랑캠핑숲을 떠나고 있는 참가자들
중랑캠핑숲을 떠나고 있는 참가자들
중랑캠핑숲 잔디광장 전경
중랑캠핑숲 잔디광장 전경

첫 관문인 망우산 구간은 대부분이 포장도로로 이어진 ‘망우묘지공원길’이다. 약83만㎡의 공간에 조성된 묘지공원에는 한용운, 오세창, 서동일 등 독립운동가들과 방정환, 이중섭, 박인환 등 17인의 유명인사가 잠들어 있으며, 안창호 선생의 묘도 이장되기 전에는 이곳에 있었다.
망우산 중턱으로 길게 이어진 묘지공원은 아스팔트 포장길이라 좀 심심한 감이 있지만 오른편으로 망우3동을 넓게 조망하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함을 달래준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용마산 둘레길이 시작됐다. 하지만 정겨운 산길이 시작되자마자 찾아 온 고비, 용마산 ‘깔딱고개’다. 나무 계단 앞에 쓰여 있는 570계단이라는 푯말에 다들 배낭을 고쳐 멨다. 오늘도 무거운 배낭이 어깨와 허리를 압박했지만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계단을 올랐다. 생각만큼 계단은 가파르지 않고, 중간 중간 계단참이 있어 쉬엄쉬엄 오를 만하다. 거기다 오른쪽, 왼쪽 가릴 거 없이 펼쳐진 경치 구경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른다.

고갯마루까지 계단은 계속 됐지만 서울시와 구리시 입체 3D 풍광에 넋이 나간 듯 오르다보니 어느덧 헬기장 쉼터까지 다다랐다. 넓은 헬기장은 바람이 불고 쌀쌀했지만 점심을 먹기에는 적당한 장소다. 간단한 발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따뜻한 차 한잔 마시니 기력이 회복됐다.
이곳에서 좀 더 풍족한 점심 도시락을 싸오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깔딱고개가 바로 전 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망우묘지공원길 입구
망우묘지공원길 입구
깔딱고개 입구
깔딱고개 입구
깔딱고개에서 바라본 구리대교 모습
깔딱고개에서 바라본 구리대교 모습

헬기장을 지나 내려가면 곧이어 아차산 둘레길 시작이다. 걸어왔던 길과는 다르게 아차산길은 주능선을 따라 걷는다. 그래서 그런지 양옆으로 보이는 조망이 더 훌륭하다. 시쳇말로 ‘뷰맛집’이 바로 여기다. 대부분의 산이 한쪽으로만 전망이 좋기 마련인데, 아차산은 양옆으로 모두 훌륭하다. 거기다 능선은 바위로 이루어져 나무가 드문 것도 좋은 전망에 한몫한다.
아차산의 바위 사이사이로는 거친 바람을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 이리저리 휘어져 뻗어나간 소나무와 울퉁불퉁 솟아오른 바위가 잘 어우러져 아차산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둘째 날 둘레길은 아차산을 내려와 아차산 입구인 어울림 정원에서 끝이 났다. 이틀에 걸쳐 대략 20km가 넘는 거리를 산길과 숲길 그리고 도로와 하천 길을 걸어서 완주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20대부터 60대까지의 참가자 모두 무사히 완주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10kg 가까이 나가는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 평균 10km를 걸어야하므로 평상시 운동량이 적다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서울 근교의 산과 숲 그리고 여러 공원을 직접 발로 밟고 느끼며, 캠핑까지 할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다.

둘레길과 백패킹의 결합.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묻는 다면 대답대신 살며시 두 팔 벌려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주겠다.

아차산길은 '뷰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차산길은 '뷰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차산 소나무 공원
아차산 소나무 공원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아차산 어울림 정원'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아차산 어울림 정원'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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