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조성을 위해 아스팔트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나무들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50년 된 나무는 새로 심은 25그루 묘목의 역할을 합니다.”

윤남식 미국 뉴욕시 공원휴양청 맨하튼 운영과장은 지난 29일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 ‘도시열섬현상과 도시숲의 역할’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히고 “도시열섬 현상을 저감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녹지조성도 좋지만 기존의 녹지 환경을 활용하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재)서울그린트러스트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이 공동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열섬현상’에 대한 문제와 앞으로 나아갈 길, 그리고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숲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녹지조성을 위해 새로운 용지를 확보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의 자투리땅이나 녹지 환경을 재활용해야 하는지와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규모 녹지 조성보다는 지역사회 및 지역민들의 소규모 녹지조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토론의 큰 축을 이뤘다.

안병옥 기후행동연구소장은 “서울시의 녹화 전략은 모두 중요하지만 그린벨트가 임대주택에 희생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수많은 작은 노력들이 큰 개발 계획에 의해 상쇄돼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보다 큰 차원에서 도시계획 및 국토관리계획 전반에 걸쳐 좀 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고 역설했다.

또 영국 도시녹지전문가 자문기구의 너리스 존스 박사는 동네의 녹지가 부동산에 중요한 가치를 높인다고 전제한 뒤 “나무의 그늘이 있는 곳은 동네의 가치가 높아지고 홍수예방 효과가 있어 도시뿐 아니라 도시 외곽과 강의 상류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서울시에서도 넓게 전략을 세우되 그 아래 도시, 동네에서 적용되어야만 녹지 혜택을 직접적으로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원주 박사는 “도시숲을 조성하는데 예산을 들여 땅을 매입하는 신규 공원 대상지는 없고, 오히려 재개발이나 뉴타운과 연결해 면적을 늘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행정과 시민단체, 시민 등이 유기체로 엮여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자투리 공간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도시녹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진행 중에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자투리땅을 녹지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라면서 “주차장이나 현재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녹지로 바꾸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서울대 윤여창 교수는 “현재 서울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미명아래 녹지를 없애 아파트를 세우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도시숲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향후 서울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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