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경관계획을 위해서는 총괄부서 구성과 더불어 규제의 틀을 규정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관법과 경관설계지침의 실효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한국조경사회(회장 김경윤) 주최로 지난 22일 열린 제1회 경관세미나에서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신지훈 교수는 “2007년 제정된 경관기본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관계획을 통합ㆍ관리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석주화 상무는 “현재 경관계획 제도의 규명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경관계획은 ‘규제’가 아닌 ‘권장’인데 권장은 반드시 지켜지지 않아도 된다는 애매한 틀에 지나지 않는다. 법으로 확실히 규정해야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현선디자인연구소의 김현선 소장은 사례 중심의 경관계획이 너무 일률적이거나 짜깁기형으로 변질돼 창의력을 속박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관법 시행 2년을 맞아 한국조경사회가 처음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실천적인 경관계획의 저변 확대를 위한 사례를 발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김경윤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경관법이 제정됐지만 아직까지 선도적인 몇몇 지자체들만이 기본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이 또한 초기단계에 머무른 실정이다. 따라서 모범적인 경관계획수립 사례를 발굴, 보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조경사회에서는 경관계획의 기술 확산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향후에도 우수한 경관 계획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급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은 “경관세미나를 한국조경사회가 처음 열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조경은 도시가치를 높여 가야 한다. 생산적인 도시 계획과 더불어 시민의 건강도 고려한 통합적 경관계획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4면으로 이어짐>


조경계 중심 첫 경관세미나 열려

조경사회, “모범적 경관계획 사례 지속적 발굴” 목표
경관은 통합작업…건축 등 법적 근거ㆍ수단파악 필수


경관계획 ‘발전단계’… 과제가 더 많아
이번 세미나의 첫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박현찬 연구위원은 “그동안 서울시에는 다수의 경관계획이 있었으나 행정지침적인 성격으로 실현성은 없었다”면서 “그래서 실천계획 및 운영체계를 마련한 이번 기본 및 시가지 경관계획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서울 전 지역에 대한 경관 보전ㆍ관리ㆍ형성 기본틀인 기본경관계획과 경관관리 사각지대 및 전략적 경관개선지역을 관리하는 시가지경관계획을 지정해 놓은 상태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가 정해져 있는 경관설계지침은 아니다. 하지만 구역별로 배치와 높이, 형태 등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를 구성해서 체계화 해 놓은 것이다.
그는 “올 4월부터 시작한 경관설계지침은 구체적인 설계지침이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치구 60~70%에서 제출한 체크리스트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향후 사전 자문제도 도입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의회나 자치구협의회에서는 경관계획이 규제라는 의견이 많다. 일부는 경관이 밥 먹여 주냐 식의 비판까지 한다. 하지만 경관은 규제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경관설계지침을 잘 이행할 경우,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와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송도의 핵심도시인 국제업무지구의 경관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팀 박수옥 팀장은 그간 진행해왔던 경관계획 조직체계 구축 과정과 경관상세계획 수립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 팀장은 “경관계획에서 도시경관, 디자인, 설계 등의 구분이 어렵다. 어떤 때는 안하고 있는 것이 일 진행에 오히려 도움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경관은 부서끼리 융합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03년 도시경관팀을 신설하고 조직을 점점 늘려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도시관리과 안에 있는 팀이지만 원래 주장했던 것은 청장 혹은 차장 밑에 ‘단’ 규모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면서 “경관이 민원이 많아 꺼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관 민원 때문에 사업을 못 하겠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는 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힘든 과정이지만 경관상세계획 수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팀장은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여러 사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 기준을 잘 따르면 본 위원회를 생략하는 등 비율 절감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통신호기, 도로표지판, 가로등 등이 통합된 통합가로시설물 설치 사례를 발표하면서 “사소한 일이지만 여러 업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도로표지판 등은 경찰청 등 각 부서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경계가 불분명하고 업무영역이 포괄적인 만큼 반대세력과도 접촉하게 된다. 하지만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또한 “리더의 마인드가 곧 힘이다. 사소한 입김에 흔들리지 말고 조직과 예산 뿐 아니라 디자인부서의 역할을 강화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지개발부터 참여해야
한국토지공사 조경사업팀 김경모 대리는 통합경관계획을 위한 매뉴얼을 발표했다. 특히 가로경관계획을 중심으로 프로세스 변화를 소개, 택지개발, 지구지정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구성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경관설계 계획에서 작성되었던 추상적인 경관 테마 및 콘셉트를 지양하고 현실적인 디자인 및 경관설계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리는 “각 부서별 경관법 관련 지침과 보고서 등을 참고해 계획했던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생태ㆍ환경적’ ‘인간중심’ 등의 좋은 말들은 가득하지만 이는 후속 계획 설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통합가로경관은 가로경관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하나의 디자인 테마와 콘셉트로 구성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지구지정이 되기 전에 통합가로경관계획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침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관계획은 통합적인 작업인 만큼 도시설계, 경관, 조경 등을 모두 다 알고 있어야 한다. 건축선과 밀도 등 어떤 법적 근거와 수단으로 진행되는 지를 공부해야 한다”면서 “디자인 의도에 따라 결과물은 다를 것이다. 다만 경관계획이 디자인요소로 파악되거나 지구지정 후 작성,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전체적인 틀을 구성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한 통합가로경관계획 수립 프로세스는 기본계획단계와 지구단위계획단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기본계획단계에서는 의도하는 가로경관을 구체화하는 단계로 통합가로 테마 및 콘셉트를 설정하고, 통합가로의 유형을 경정하게 된다. 또한 가로 공간 프로그램을 도입, 가로의 규모 및 형태를 설정하고 이를 기본계획 및 기본경관계획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가로경관계획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게 된다. 이후 지구단위계획단계에서 가로경관계획 지침을 작성하고 평면ㆍ단면ㆍ투시도 등을 통한 각 부문 및 요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도면화 해 통합가로경관계획 지침을 작성하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경관계획은 각각의 단지설계 및 가로시설물디자인 시 반영되는 것이다.

한편,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변재상 교수는 ‘Soft Green’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과천시 경관계획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거시적, 미시적 접근을 통해 경관계획을 설정하고 도시이미지 분석을 기본방향 설정에 적용한 부분과 더불어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변 교수는 “과천시 경관계획에서 가장 이슈가 된 부분은 경관고도계획 부분이었다”면서 “과거 과천은 5층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고층 건물로 인해 진입부에 위압감이 심했고 단조로운 고층 건물과 위압적인 스카이라인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관고도 부분은 주민들의 민원이 가장 컸던 부분이기 때문에 논의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위압적인 스카이라인을 조정해 W라인, 혹은 피라미드 경관 등 통경축을 고려한 스카이라인으로 구성하고 좌우측이 완충구로 설명될 수 있는 V라인 등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업진행 과정의 애로사항도 언급했다. 현재 관의 업무 파트가 산재해 있어 통합적 작업이 어려웠다는 것. 도시경관 담당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부서에서 총괄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 참여 부분이 ‘필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옥외광고물의 경우, 관련 조례 및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되어 있지만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경관계획은 소프트 부분인 주민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ㆍ조화 모두 살려야 ‘성공’
이어 한국조경사회 정주현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단국대 신지훈 교수는 “올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관관련 사업이 60여 개였고 이는 균형발전본부, 공공디자인담당관, 도시경관담당관 등 각 부서에서 경관관련 사업을 따로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각 사업부에서 진행하던 일들을 총괄본부에서 일괄적으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힘이 있는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해 일관적인 경관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 석주화 상무는 경관계획 관련 용역을 진행하는 입장, 그리고 디자이너 입장에서 본 경관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석 상무는 “경관계획에 포함돼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이를 어디까지 정리해야 할 지 개념 정립이 어렵다. 또한 이렇게 구성된 경관계획이 구현 단계인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과제를 남길지 고민되기도 한다”면서 “실무적으로 어디까지를 계획해야 하는지, 특히 가용범위가 어디까지이며 또 특정의 요소까지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느냐는 부분은 확신할 수 없다”며 현장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현선디자인연구소 김현선 소장은 경관계획 실무자로서 느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관계획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례 중심의 경관계획이 너무 일률적 혹은 짜깁기형의 경관계획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김 소장은 “발표사례를 바탕으로 한 짜깁기식 경관계획을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된 경관계획이 발표되면 각 도시의 개성을 살리는 경관계획이 가능할 지, 각 지역의 매력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관계획이 창의력에 속박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한국토지공사가 마련한 통합가로경관계획과 같은 틀이 가로등 없는 도시 등과 같은 사고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 건축학과 목정훈 교수는 경관법이 제도화되는 데에는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며 경관고문관제도 도입,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경관계획 부분을 포함시키기 등도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목 교수는 “경관법의 취지는 제도권 안에 넣어 정형적인 틀을 만들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발표만 봐도 각각 다 독특해 지구단위계획처럼 틀 속에 넣기 힘들구나 생각이 들었다”면서 “경관계획이 현장에서 정착이 힘들다면 경관고문관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관지침이 법정용어가 아닌 만큼 건축위원회, 도시위원회, 경관위원회 등을 활용하면 구체적인 경관 심의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자체마다 심의기준이 다른 부분을 지구단위지침에 경관을 넣어 하는 것은 어떨지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토론의 사회를 맡은 한국조경사회 정주현 수석부회장은 “경관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용어를 모든 부분에 이용하다보니 의미가 어려워졌다. 단순 명료하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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