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가든쇼에 출전하여 수많은 화제를 나은 황혜정, 권혁문, 송초희 정원 작가들의 생생한 출전기와 조성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 현장에서 체험했던 내용들을 설명하고 조언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4월 28일 국립수목원과 (재)고양국제꽃박람회가 주최하고 코리아가든쇼 작가회, (주)한국조경신문이 주관한 ‘2017 코리아가든쇼 정원디자인 워크숍’이 고양꽃전시관 2층 플라워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이날 워크숍에는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을 비롯해 코리아가든쇼 역대 작가, 브라이언 이와사키 일본 가드닝월드컵 이벤트 총괄 매니저, 정원디자이너, 가든산업 종사자, 정원 애호가 등이 참석했다.

 

▲ 송초희 작가 <사진 박흥배 기자>

송초희 작가의 햄튼코튼 플라워쇼

영국 햄튼코튼 궁전 플라워쇼에 2016년에 출전했다. 개인으로 출전하지 않고 친구 3명과 함께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정원쇼를 구경하다가 밖에서만 보던 정원을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고 싶은 욕구에 플라워쇼에 출전하게 되었다.

햄튼코튼 플라워쇼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제안서를 제출하면 피드백이 온다. 제안서에 대한 평가가 먼저 오게 되는데, 제출된 제안서를 검토해 본 결과 우리 제안은 쇼가든에 맞을 것으로 판단돼 다시 참여 제출을 요청해 와 쇼가든 부문에 참여하게 됐다.

시공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후원사를 찾는 것이었다. 여러 작가들이 후원사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 또한 그렇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한국의 한 개 기업에게서 후원을 받았고, 영국에서 자재 등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인적지원을 받았다.

시공사 사장과 관계가 소원해 다른 현장으로 시공자들을 빼는 등 잔디를 우리가 직접 하루 종일 깔아야 하는 일도 있었고, 식재 회사 중에서 한 곳을 믿고 후원을 받은 식물들을 맡겼는데 관리 소홀로 모두 죽이는 바람에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폭우 문제도 겪어야 할 문제인데 6월 내내 3일 정도 빼고 비가 내렸다. 없던 배수 시설을 급하게 조성해 그나마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전시 내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정원으로 자리하면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어른들은 샴페인을 마시고 갈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로 알려졌다. 어느 노파는 매일 방문하면서 어느 날 우리 손을 잡으며 “가장 마음의 위로를 느끼게 해 준 정원”이라고 말해줘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줬다.

햄튼코튼 플라워쇼는 공사 기간은 1개월이며, 전시는 5일, 철거기간도 5일이 주어진다.

 

▲ 황혜정 작가 <사진 박흥배 기자>

황혜정 작가의 프랑스 쇼몽가든 페스티벌

영국에서 조경과 건축을 공부하다가 가든 디자인으로 전향했다. 영국에서 12년 정도 살면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프라이빗 중심으로 정원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원문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국에서 체험해서 얻은 지식과 한국에 발전할 수 있는 정책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쇼몽가든 페스티벌은 다른 가든쇼와는 달리 별도의 후원사를 동반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제출한 제안서가 받아들여지면 주최측에서 시공비를 모두 지불해 준다. 지난 2014년 출전할 당시 돈 2만 유로(약 2500만 원)와 3~4명 정도가 함께 쓸 수 있는 정도의 숙소를 제공 받았다.

쇼몽가든 페스티벌은 건축가나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들도 참여할 만큼 관심이 매우 높은 이벤트이다. 올해 한국인 작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원 디자이너들이 더 많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쇼몽 참여 이후 첼시 가든쇼에도 참여하게 됐고, 여기저기서 참여 요청도 있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상황이 바뀌다보니 첼시 가든쇼에 참여할 때 한국 기업체는 물론 후원사를 섭외하는 게 비교적 쉬워진 편인 것 같다.

다만 첼시는 후원사를 직접 섭외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후레쉬가든이나 아트가든에 먼저 출전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쇼가든은 반드시 후원사가 같이 동반돼야 한다. 비용적인 부담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 브라이언 이와자키 <사진 박흥배 기자>

브라이언 이와자키가 추천하는 가든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코리아가든쇼 주최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현재 일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세계 가드닝 월드컵 국제이벤트 총괄을 맡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가든 디자이너들을 만나 섭외도 하고 있고, 한국 디자이너들과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여러 가든쇼 중 콘셉트와 전시내용이 유니크한 3곳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프랑스 쇼몽가든 페스티벌은 1992년에 시작해 올해 26회를 맞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든쇼다. 올해에도 4월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5일까지 반년 넘게 열린다. 아름다운 고성을 배경으로 그 안에 정원을 꾸미게 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300개 정도의 응모가 되고 있는데 그 중 선택되는 작품은 30개 정도로 매우 치열한 경쟁이 진행된다.

또한 응모한 사람들을 보면 가든이나 건축, 인테리어, 패션, 영상 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 운집한다. 때문에 기존 디자이너들에게서 볼 수 없는 유니크한 작품들이 대거 연출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두 번째는 홋카이도 가든쇼다. 다이세츠산에서 열리는 이벤트로 옛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기에 가든쇼를 더욱 빛내주는 곳이다. 기존의 가든쇼가 보여지는 식재와 공간을 꾸미는 그런 것이라면 숲과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찰이 많이 묻어난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원상복구를 하지 않고 그대로 공원 안에 존치를 한다. 하우스텐보스 가드닝 월드컵은 행사 후 존지하지 못하고 복구를 하기 때문에 매우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는 네덜란드 가든 오브 아펠테른 가든쇼를 소개한다.

여기는 아주 외진 시골인데 200개 정도의 모델 정원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가든 테마파크라 생각한다.

매년 새로운 테마의 모델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로인해 상설 전시되는 정원수도 늘어나고 있다.

올 10월에 하우스텐보스 세계 가드닝 월드컵이 개최된다. 올해 8회째이고 테마는 ‘파티’다. 플라워쇼는 세계 15개국 디자이너들이 모여 궁전미술관 안에서 파티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 권혁문 작가 <사진 박흥배 기자>

권혁문 작가의 상하이 국제꽃박람회

올 2월 초에 디자인을 제출하고 3월 15일께 상하이에 1주일 정도 체류를 했다. 시설은 1차적으로 진행하고 우리가 디자인과 식재 연출을 했다.

전체 박람회 공간은 대략 12만평 정도 됐고, 15개국 5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으며, 관람객은 약 30만 명이라고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은 가운데 온실이었다. 상하이 기후와 온실이라는 조건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중국에 가서 정원을 조성하는데 열대, 난대를 표현하고 오는 게 정말 싫었다. 고양시의 전통방식과 한국정원의 개념을 담아내고 싶다고 의사를 전했다.

꽈리형 지붕형태로 하늘을 열었고, 숯으로 동선을 만들었다. 뒤쪽은 야생화나 습지, 음지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그늘적인 부분을 디자인했다. 어려웠던 부분은 중국은 1년 초 위주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분화류와 초본류, 야생화류는 거의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박람회 전시 후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존치하게 되며,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숫자와 상관없이 투입시킨다. 물량도 마음껏 지원 받을 수 있고, 말만하면 통역도 24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주말에 모래가 필요하다니까 바로 모래를 쏟아 붓고 갔는데 그 뒤로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모래를 필요한 위치로 이동시켜 주었다. 작가로서 대우 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날 알게 됐다.

 

▲ 주광춘 작가 <사진 박흥배 기자>

주광춘 작가의 가든쇼 작품 경향

정원 작가는 순수 예술가가 아니다. 서로 비평하기 보다는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는 고집이 있어야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그런 부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도 인정해 주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 기득권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무너지면 정원이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 김옥경 작가 <사진 박흥배 기자>

김옥경 작가의 제3세계 정원과 K가든

조경신문에서 제안을 했을 때 정원문화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올해로 4년째 코리아가든쇼가 진행되는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오늘과 같이 매우 유익하고 중요한 시간도 마련될 수 있는 것 같다.

제3세계 정원과 K가든의 가능성 모색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제3세계 정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모로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정원은 신체보다 정신에 비유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로코 정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는 조경이 마지막에 들어가지만 처음부터 조경과 건축이 함께 진행된다는 사실에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이들에게 조경은 건축 다음이 아니라 함께 융합돼서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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