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2] “일반법도 없는데 왜 조경진흥법을 먼저 만들었나?”
[토크콘서트2] “일반법도 없는데 왜 조경진흥법을 먼저 만들었나?”
  • 지재호 기자
  • 승인 2016.04.14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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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전공 변호사의 질문으로 본 법률적 문제점>
이미 건축계 반대로 무산…더 미룰 수 없어 추진
▲ 한국조경신문 창간 8주년 기념 '조경진흥법 토크콘서트'가 지난 8일 마포에 있는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에서 열렸다.

(패널로 참석한 이은성 변호사의 질문과 5인의 답변을 정리해 본다)

Q. 이은성 : 건설기본법, 건축기본법, 중소기업기본법 등 일반적으로 법령을 제정할 때 기본법을 우선 제정한 뒤에 각종 진흥법이나 산업진흥법 등 제정하는 게 원칙인데, 어떻게 조경진흥법을 먼저 제정하게 됐는가?

A. 진승범 : 법에는 일반법, 특별법 그리고 일반법의 특정부분을 보충하는 보충법이 있다. 이런 분류체계로 볼 때 진흥법은 보충법이다. 잘 아시는 것처럼 일반법인 조경기본법을 먼저 제정하고자 법안 발의까지 했었으나 건축계의 반대에 부딪쳐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후 어떻게든 조경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명칭의 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조경진흥법을 발의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보충법이 일반법보다는 국회 심의나 관계부처 의견 조율 등에서 제정하기가 조금 더 쉽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순서가 뒤바뀐 것은 사실이다. 일반법에 해당하는 조경기본법이나 조경법이 먼저 제정되고 진흥법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다고 조경진흥법이 더 늦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조경산업진흥법에 참고하기 위해 그 당시 법제처에 등록된 각종 산업의 진흥과 육성에 관한 법을 찾아보니 30여개가 넘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의 산업에 관한 진흥법이 있음을 알고 놀랐다. 문화산업진흥법, 소프트웨어진흥법, 정보통신산업진흥법 등은 이해가 갔지만 의외의 분야에 마저도 산업진흥법이 있었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소금산업진흥법, 김치산업진흥법, 말산업진흥법, 곤충산업진흥법 같은 것들도 있었다. 이 분야는 어쨌든 국가로부터 산업으로 인정을 받고 진흥이나 육성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런데도 조경은 아직도 없었다니... 이를 알고 당시 우리 다섯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조경은 벌레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었다’라는 자조적인 소리도 했다. 아쉬운 점은 물론 기본법이 먼저 생기고 진흥법이 만들어졌으면 했으나, 우리가 추진했던 조경진흥법이 미래의 조경 후배들에게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이은성 : 조경진흥법은 행정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규정들이 강행규정으로 되어야 한다. 강행규정이라면 행정청, 국토부장관 등 ‘하여야 한다’는 형식으로 규정하는 것인데, 조경진흥법을 보면 대부분 ‘할 수 있다’ 아니면 ‘마련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상 국토부의 재량이 넓은 편이다. 이런 식으로 법을 제정하면 실효성이 다소 의문이 드는데...

A. 진승범 : 일반적으로 공법인 행정법은 ‘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기본이 되는 것이 맞다. ‘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은 민법이나 상법과 같은 사법에서 주로 쓰는 규정이다. 행정법의 일종인 조경진흥법도 임의규정보다는 강행규정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법의 초기 안에는 강행규정 내용이 많았으나 심의와 의견 조율과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대부분 수정되었다. 최근 타법의 경우를 보더라도 행정법임에도 임의규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정부의 책임을 덜 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국가 예산이 수반되는 법 조항의 경우는 더 그렇다. 조경지원센터의 경우에도 당초에는 국토부장관이 설립하거나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설립은 장관이 설립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지정은 민간에서 만들어서 요건을 갖추고 신청을 하면 지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립은 삭제되고 지정만 남았다.
예산이 필요한 법의 경우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도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기재부에서 반대를 하면 국회에서도 통과 어렵고, 강행규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법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강행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당초에 우리는 강행규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안 통과에 대한 큰 그림에 좀더 치중하다 보니, 임의규정으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법의 실효성을 보자면 언젠가는 임의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바꾸는 개정작업을 해야 하는데 진행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A. 변재상 : 사실, 법이 처음에 제정이 될 때는 전략적인 부분도 굉장히 많이 고려해야 한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알겠지만 신규로 법을 제정할 때에서는 공청회 등 까다로운 절차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처음 제정할 때는 최소한의 내용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들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간략화 시켜 제정하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개정은 비교적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제정에 비해서 말이다. 예컨대, 최근에 개정된 경관법을 보면 제정 당시에 많이 눈에 뜨이던 ‘할 수 있다’는 규정이 개정되면서 ‘하여야 한다’로 바뀐 경우가 많다. 앞으로 어느 정도 경과 후에는 조경진흥법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강행규정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본다.

Q. 이은성 : 법 제7조제3항을 보면 행정행위 부관에 대해서 보칙으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럴 경우 일반 행정법의 경우 행정청에 폭넓은 재량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조경진흥법에 이런 조항을 삽입해서 행정청의 재량을 축소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A. 진승범 : 법률적인 용어로는 행정행위 부관이라 칭하지만, 법조문 안에서는 조건이다. 말씀하신 법 제7조제3항에 보면 ‘국토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진흥시설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조경분야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돼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법에서는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맞지만, 조경진흥법에서는 반대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진흥시설이나 단지에서 진흥시설이라고 해서 조경시설만 100%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전체 시설 중에 조경시설이 일정부분이 조경의 비율을 넘으면 진흥시설로 지정될 수 있다.
일부에서 악용하거나 순수한 조경진흥의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는 시설을 가지고 살짝 변칙적인 이용이 될까봐, 그리고 숫자적인 요건은 지정의 요건이 가능하지만 국토부장관이 봤을 때 조경진흥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고 볼 때는 제외시킬 수 있다. 순수하게 조경을 위한 진흥시설이나 진흥단지가 지정되도록 하는 의도라고 보시면 좋겠다.
 

Q. 이은성 : 법 제19조에 보면 조경지원센터의 경우 국토부장관이 조사나 검사 조항이 있는데, 예를 들어 장기요양원 같은 경우 건강보험공단 측 공무원들이 실제로 훼방을 많이 한다. 조경센터도 그럴 것 같아 우려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A. 진승범 : 이제 솔직히 고백하겠다. 이게 앞서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임의규정하고 강행규정에 대한 연장선이다. 보칙조항이 들어간 이유는 지원센터를 강행규정으로 해서 국가가 설립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강행규정이 만들어지면 조사하고 감독하고 예산의 사용처를 확인해야 한다. 때문에 보칙조항이 들어갔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심의과정에서 국가의 설립부분이 삭제되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보칙 조항도 삭제하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그걸 깜박했다. 아픈 사연이 있는 조항이다.

A. 서은실 : 근데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과 건축산업기본법에도 임의규정이 남아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웃음)

A. 진승범 : 임의규정임에도 불구하고 보칙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흥원이나 센터를 만드는 경우 강제규정에만 부칙조항이 있고, 임의규정으로 센터나 진흥원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보칙 조항이 없는 게 많다. 우리도 편안하게 하려면 없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지정의 경우에도 이후 운영을 위하여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면 국토교통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보칙조항을 남겨두는 것이 지원센터의 국가 예산 지원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재호 기자
지재호 기자 cjh@latimes.kr 지재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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