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이름을 단 첫 번째 법률인 조경진흥법이 작년 1월에 통과되고 올해 1월 7일부터 시행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조경인들이 조경진흥법의 실효성을 느끼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고 헤쳐 나가야 할 파도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본지는 창간 8주년 기념행사로 ‘조경진흥법이 밥 먹여주냐?’를 주제로 토크콘서트 행사를 열었다.

조경진흥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되던 날 저녁에 두 남자가 휴대폰 전화기를 붙들고 아무 말 없이 3분 동안 침묵으로 지내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서로 대화가 없었지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상대방이 흐느끼고 있다는 것이었고 본인도 저절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가만히 서있었다.

이 일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조경인 안승홍, 안명준의 두 사람의 조경진흥법 통과 당일에 생긴 일인데 ‘조경진흥법이 밥 먹여 주냐?’ 토크콘서트장 객석에서 던진 조경진흥법추진 에피소드의 질문에서 나왔다. 필자는 그간의 추진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터라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글썽여지는 감동을 받았다.

‘조경산업진흥법 전문위원회’의 독수리5남매(안승홍, 진승범, 서은실, 변재상, 안명준)는 2년이 넘는 준비기간 동안 개인의 희생은 물론, 가족의 희생까지 감수하며 긴 시간을 몰입했다. 당초부터 법률 지식이 미천하던 독수리5남매는 다른 분야의 비슷한 법률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을 했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소금산업진흥법, 김치산업진흥법, 말산업진흥법도 있고 심지어 곤충산업진흥법도 있는데 조경산업진흥법이 없는 것을 보고 조경이 벌레만도 못하냐는 자조 섞인 탄식도 했다고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작성된 법안의 국회의원 발의는 종로구청 공원녹지과장과 노원구청장을 역임한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2013년 4월)를 맡아줘서 조경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분과 함께 추진한 것도 많은 힘이 되었다고 한다.

조경관련 법안의 시작은 2008년 2월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회에서 ‘조경기본법’의 제정을 공식 추진하면서 출발했다. 2010년 1월 ‘조경기본법안’이 발의(대표발의 : 허천 의원)이 됐지만 제대로 논의도 못한 채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같은 신세가 된 적이 있다.

조경산업진흥법안 발의 후 2014년 2월 수목원정원법 발의와 대한건설협회의 반대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국토교통위 상임위의 질문에서 산림청의 정원법 발의가 조경산업진흥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기회가 됐고,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산업과 중복된다면서, 법안에서 ‘산업’을 모두 뺄 것을 요구해서 조경계는 대한건설협회를 설득하다가 법안 통과가 우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업’이란 단어를 뺀 ‘조경진흥법’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결과는 전화위복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도 독수리5남매의 지루한 고난은 계속되었고 국회 법안소위원회부터 상임위,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손에 땀을 쥐고 애타게 기다리며 몇 날 밤을 계속 지새우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 과정을 거친 조경진흥법이기에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독수리5인방의 노고와 성과는 온 조경인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토크콘서트 말미에 독수리5남매는 조경진흥법이 조경인에게 먹을 밥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조경인이 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법이라고 했다. 또한 조경진흥법 이후 ‘조경물(造景物)’의 정의와 대가 기준, 학술적 연구 등의 학문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의 먹을거리를 연구하는 ‘조경지원센터’같은 조직이 빨리 구축돼서 다음 목적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법률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고 한다.

금번 ‘조경진흥법이 밥 먹여주냐?’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독수리5남매의 노고를 수백 번 치하해도 부족한 이유는 함께 고생한 그들의 가족에게 조경인의 감사한 마음과 위로의 감정 전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디 본 칼럼이 독수리5남매가 가족들을 고생시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자그맣지만 감사와 위로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

조경진흥법추진 전문위원회 독수리5남매 여러분! 이번 토크콘서트에서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정말 수고 많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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