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미륵사지 풍경

지난주 토요일(7월 4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독일 본에서 열렸다. 그동안 전라북도 익산과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의 백제역사유적을 하나로 엮어 ‘연속유산’ 개념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였는데, 지난주 토요일에 등재된 것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문화재를 비롯하여 고도(古都)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고도지구로 지정된 곳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 고도보존육성법에 의한 고도지구에 대해 고도보존육성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이 수립돼 있고, 기본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국내외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지역의 환경을 정비하고 질을 높여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게 하는 외국 사례가 많다.

2010년 1월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5년여의 세월 동안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해온 지자체들은, 세계유산과 고도라는 두 가지 개념을 ‘계획’으로 체계적으로 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제도적, 행정적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유산과 고도라는 개념을 해당 지역에서 어떠한 관계설정과 개념정리를 통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향후 해당 지역의 발전 토대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에 해당한다.

이 과제를 통해, 지자체는 세계유산과 고도를 관리하기 위한 기준과 그 내용적 수준이 도출되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역사적 풍경을 관리해나가야 한다. 한편 세계유산과 고도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등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여기에는 주민생활환경개선이나 관광 활성화 등의 것들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역사적 풍경을 형성해나가면서 전개되어야 한다는 딜레마 아닌 딜레마가 있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이러한 것이 양립하여 전개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전주 한옥마을이 전통적 풍경과 관광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미 한옥마을엔 ‘주민’이 빠져나갔고 ‘가게주인’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도시재생이나 시장 활성화 등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연속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를 국가적 및 지역적(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잇는) 관리 및 활성화 대책 마련도 고민되어야 한다.

한편 같은 날, 일본은 근대 시기에 조성된 산업시설 29개를 세계유산으로 등재신청을 했고, 다음 날인 7월 5일에 등재가 확정되었다.

이 시설 중에는 일제강점기 때 조성돼 당시 조선 백성들을 강제로 징용하여 참혹한 노역을 시킨 굴욕 시설도 있다. 특히 신청한 시설 중에는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고 하는 시설이 들어가 있는데, 이 시설이 일본 극우주의의 산실이자 조선을 침략한 인물들을 모두 배출한 곳이다. 쇼카손주쿠를 세운 인물이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라고 얼마 전 도종환 국회의원이 인터뷰에서 말했을 정도다.

일본은 이미 2007년 11월에 ‘근대화산업유산 33’을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유산 등재 전략을 수립하고 꾸준히 등재노력을 해왔다. 그 바닥에는 자신들 침략의 사상적 토대가 된 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켜 그 의미를 덮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일본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정신적 침략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경관’을 다루는 이 글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경관’은 ‘마음과 정신’의 성숙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고, 그 관리수단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시행하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왜 경관을 가꾸는가. 왜 가꾸고자 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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創硏 Creative Research&Consulti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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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근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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