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농촌 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왼쪽부터)김홍렬 (주)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연구소 책임연구원, 송군호 (주)이소PLAN 대표, 정명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최진아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김덕삼 가천대 명예교수, 권진욱 영남대 교수, 박율진 전북대 교수,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최연철 경기농림진흥재단 녹화사업부장

“농촌에서는 ‘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무도 수긍하지 않습니다. 농사일로 힘든데 자기 집 마당에서도 정원을 만들어 일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죠. 그분들한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농촌 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강원도 속초에서 ‘정원학교’를 운영 중인 오경아 디자이너는 농촌 현장 경험에서 느낀 ‘정원 조성과 관련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정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각 디자이너와 지역 주민이 나중에 풀어야 할 문제다. 국가기관 등에서는 세부 항목이 아니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6차산업이 농촌에 실제로 적용되려면 더욱더 시스템적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 조성과 관련 ‘농촌’이라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정원’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산업과 엮어서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촌 정원’ 시범 조성 중
“농촌마을 경관 개선 및 주민 삶의 질 향상 기여할 것” 기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올해 4월부터 국립 순천대 정원문화사업단과 함께 ‘농촌 정원’을 시범 조성하고 있다. 현재 마을 조성 현장협의회를 거쳐 정원을 설계 중이며 올해 6월까지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농촌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 현장포럼으로 정책적 활용을 제안하고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국립농업과학원은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와 ‘농촌 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에는 각계 전문가들 외에도 대학생과 업계 종사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아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

최진아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심포지엄에서 “정원의 개념을 농촌에 도입해서 주민이 능동적으로 마을을 가꾸고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농촌 정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2000년대 이후 농촌 경관에 대한 정책 및 사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사업 이후 관리에 대한 사항이 부족한 상황 ▲경관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환경파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 설치, 자연과의 부조화로 농어촌 미관훼손 등을 들었다.

또한 농촌의 6차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흐름과 귀농·귀촌이나 정원에 대한 수요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원 문화를 농촌에 도입한다면 농촌 마을 경관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해 총 9개 마을 54곳에서 농촌 정원 현황과 특징을 조사했다. 최 연구사는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정원과 견줘 농촌 정원은 ▲다목적으로 조성 ▲휴식과 농작업이 쉬운 평상 배치 ▲사용하지 않는 농촌 생활도구 활용 ▲열매수확 가능한 유실수 선호 ▲미관을 중시한 포장 소재보다는 농작업에 유리한 콘크리트 포장 등의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농촌 정원 조성 ‘퍼실리테이션 기법’ 도입해야”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농촌 정원 조성에 앞서 ‘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지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은 “농촌 주민이 정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이해를 돕는 것이 우선”이라며 “농민에게 먼저 매뉴얼을 제시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 김홍렬 (주)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홍렬 (주)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북 김천시 농소면 ‘샙띠마을’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중심으로 농촌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민들 의식개혁과 가드닝에 대한 교육, 동기부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농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상실’, ‘폐가 속출’, ‘인구 고령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개선해나가면서 이걸 통해서 문화를 만들어주고 경제 사회로 확산되어 나가는 전략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김 연구원은 ▲농촌현장포럼(농촌마을 발전단계별로 필요한 결과물 도출을 목표로 한 주민협의 프로그램) 확산 ▲불필요한 행정업무 배제 ▲퍼실리테이션 기법(그룹 구성원들이 효과적인 기법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활동)을 통해 주민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봤다.

주민들 역량을 끌어내고 쉽게 하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 형태의 새로운 활동가와 주민참여를 위한 마을 홍보담당자, 문화프로그램 육성 및 운영자, 농촌 정원 전문컨설팅 등 전문가를 육성한 뒤 농촌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주민참여 지원에 맞도록 개선되고, 주민 참여와 관련 지원해주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림청에서 정원조성에 관한 법도 만들어지고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주민참여를 어떻게 지원하는지 만들어진 게 없다”며 “상위법에서 주민참여가 고려되는 문구가 하나라도 더 들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농촌 현실 분석 및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필요”
최연철 경기농림진흥재단 부장은 ‘실제 농촌은 준비되어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고령화와 단독가구 증가, 과중한 노동시간, 부족한 복지 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 및 지속적인 지원·협력 방안’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초기 단계의 농촌 정원은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공동체정원’이어야한다면서 가드닝 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봤다. 공공에서 농촌 정원 만들기 등 사업을 추진한다면 주민들에게 직접 와 닿기 힘들뿐더러 주민들 삶의 일부분이 되는 정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지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 권진욱 영남대 교수

수요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진욱 영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금도 농촌 정원을 조성해야 하는 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 ‘누구를 위해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농촌 정원을 조성한다면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좀 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농촌 정원을 원하는 주체가 있는지 누가 추구하는지에 따라 방법과 카테고리 등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기관인 국립농업과학원 최진아 연구사는 정원 조성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우선 이해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실제 마을에서는 고령 어르신들이 워낙 많아서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설문지 등을 거의 쓸 수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설명해도 ‘농사일을 하면서 정원 조성 등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마을 주민 현황을 덜 파악했었구나’하는 교훈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촌 정원 매뉴얼에 대한 큰 방향은 주민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체크리스트 방식의 관리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주민들이 ‘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포지엄에서는 ‘농촌 정원이라는 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농촌 정원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농촌 정원을 어떻게 만들고 관리할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정명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농촌 정원을)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기 삶을 즐겁게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며 “마스터가드너 등을 활성화 시켜서 (농촌)현장에서 지원하고 자원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계시켜준다면 (농촌 정원 조성이)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농촌 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농촌 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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