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마코토 동경농업대 교수는 일본 정원과 현대적 정원을 연구하고, 해외에서 사례를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4일 서울 홍대 홍문관에서 열린 한국정원디자인학회(회장 홍광표) 라운드테이블 워크숍에서 ‘일본정원의 이해’라는 주제로 스즈키 마코토 교수와 사사키 쿠니히로 신슈대 교수와 대학원생 등 일본 정원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럽과 미국에 일본 정원 영향, 꾸준히 증가

‘세계의 일본정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스즈키 교수는 1890년대를 넘어 1900년대에도 해외에 일본 붐으로 인한 정원 사례들을 슬라이드를 통해 보여줬다. 특히 프랑스 설계가가 지은 일본 정원은 그 당시 일본의 정원이 유럽에도 문화적 형태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였다. 189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일본의 건축과 정원 문화에 영향을 받아 건물들이 일본 양식을 도입해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흐름 크게 줄어들었지만 1948년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2003년에는 그 수가 300곳이 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과 한국 대사관에 일본 정원이 조성된 것을 비롯해 인디아, 호주, 베트남, 캄보디아, 유네스코, 뉴욕 유엔 지부 등 총 200여 개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스즈키는 “지난 2004년 일본 정원을 전부 찾아본 결과 해외에 약 432개의 일본 정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해외 도시와 자매결연으로 조성된 일본 정원의 수는 1965년부터 2003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이 넘은 지금 약 500여 곳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 스즈키 마코토 동경농업대 교수는 이번 워크숍에서 세계에 분포된 일본 정원을 조사한 자료를 소개했다.
▲ 스즈키 교수는 1965년부터 자매결연으로 만들어진 해외 일본정원의 수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2003년에는 300곳이 넘었다고 한다.

일본 민간 정원, 마쯔시로에서 나타난 못과 정원
민간 정원에 대한 발표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사사키 쿠니히로 신슈대 교수는 ‘일본 민간정원의 개요’에서 정원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식이 정원을 관리하는 일본에서 내려오는 전통 등을 예로 들면서 에도시대에 무사들이 거주했던 나가노 현의 마쯔시로 마을을 소개했다.

그는 “300년 전의 마을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예전의 정원은 일을 하는 공간이었다. 현재의 정원은 기계들이 많이 들어와 목적이 바뀌고, 농업보다는 나무를 키워 정원을 만드는 등 정원에 대한 목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특히 마쯔시로 마을의 못은 시각적이면서 일상의 삶이 포함된 곳으로 농업이라는 생활 형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들어오고 나가는 못의 방향을 정하고 마시고 사용하는 물이 각각 따로 있었을 정도로 못의 사용을 다양화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200년 전 에도시대 이 마을에 100개 정도의 못이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가이 유끼 신슈대 대학원생은 이런 못은 수로에서 밭의 물을 채우는 등 농업과 관련한 용도로 사용했다. 정원은 절 주변에 남아 있는데 정원에 사용되는 큰 돌이 특징이다. 어떤 곳은 불을 사용한 축제를 하기 때문에 물을 만들어 축제를 위한 장소의 의미를 갖기도 했다. 이밖에도 포도나무 등의 과수와 채소를 정원에 사용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고 했다.

특히, 마쯔시로에서 보여진 못에서 나타난 정원 양식이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정원과 유사하다는 것에 일본과 한국 연구가들의 관심이 높았다.

▲ 마쯔시로 마을 어느 집에 조성된 정원에는 수로에서 이어진 못이 정원의 요소로 자리잡았다.

요코야마 다이칸이 보여준 일본 정원 양식
또 다른 민간 정원으로 요코야마씨의 민간 정원을 아마노 코타르 동경농업대 대학원생이 소개했다. 요코야마 다이칸(1868~1958)은 현대 일본양식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카초가(Kacho-ga, 꽃과 새 그림)와 후지산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를 통해 전하는 일본 정원양식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요코야마 정원은 1945년 도쿄 대공습 당시 정원이 파괴되어 화재가 일어났지만 요코야마 다이칸에 의해 1953년에 복원됐다. 이곳은 전정, 현관전정, 주정, 중정 등 4가지 구획으로 나뉘었다.

요코야마씨가 살던 2층에서 내려다보이던 정원의 조망을 끌어들이는 경관 구성법을 예술가답게 표현한 것이 이 정원의 특징이다.

경관적 요소가 담긴 연못을 그대로 보이게 하는 차경을 2층에서 보이도록 하고 자연광의 연출하는 효과도 갖게 했다. 미술가로 매화나 벚꽃, 새를 좋아하는 요코야마는 자신의 디자인 소재로 정원에도 가미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장은 “요소의 도입면에 있어서 한국은 적은 요소를 갖고 정원을 만들었다. 인공적인 면을 배제하고 차경으로 자연경관을 끌어들이는 것이 주 모습이다. 반면 일본정원은 다양한 재료로 절경을 만들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관이 독특하다” 고 했다.

또한 “초기 중국에서 정원문화가 들어왔을때는 문화가 비슷했을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에서 나라시대로 옮겨졌다면 거의 한국적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점차 가마쿠라 시대로 가면서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문화가 다르니 정원의 양식이 달라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 정원 양식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뜻 깊다. 특히 외암리 민속마을의 일본 정원 양식을 양국가가 공동연구로 발전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연구보고에서는 홍 회장이 ‘외암리 민속마을 정원’, 허상현 동국대 교수가 ‘창녕 석리 성씨고택의 정원’을 통해 일본에게 영향받은 한국정원을 소개했다.

이번 워크숍을 위해 방문한 일본정원 연구진들은 15‧16일에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과 창녕 석리 성씨고택을 방문했다.

한편, 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4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 회의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정기총회를 ‘우리시대 정원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라는 주제로 건축, 원예, 미술, 조경 등 10개 분야가 나와 토론회를 갖는다. 또한 5월 27일에 ‘농촌정원’이라는 주제로 농촌진흥청과 공동학술세미나를 연다. 6월에는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 워크숍과 함께 학술답사를 가질 계획이다.

▲ (정면 우측에서 두번째부터 차례대로)일본 민가정원에 대해 소개한 사사키 쿠니히로 신슈대 교수와 마쯔시로 정원군을 자세히 소개한 나가이 유끼 신슈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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