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원(명승 제35호)은 서울에 남은 몇 안되는 한국 전통정원 중 한 곳이다. 1992년 IFLA대회때 이재근 상명대 교수에 의해 이곳이 만찬장으로 사용되면서 세상에 알려져 나중에는 정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명승으로 재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성락원은 조선철종때 심상응의 별장에서 시작되어 이강공과 이건공이 거처하다가 박용우에게 매입되었다. 그후 심상준에 의해 다시 사들여 현재는 심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계류가 하나로 합류되는 쌍류동천과 용두가산 지역이 정원의 입구를 형성하는데, 용두가산은 외부의 바람과 시선의 차단과 함께 풍수지리적으로 수구막이로써 비보림(裨補林)의 역할을 목적으로 조성된 언덕이다. 쌍류동천에서 용두가산을 돌아 들어가면 넓은 평지에 연못과 계곡이 나타나는데, 계류는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 전형적인 계원(溪園)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상류로부터 흘러내리는 계류의 암벽 아래에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연못이 바로 영벽지(影碧池)이다. 영벽지 상단의 암반부에 위치한 계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절리면을 따라 남류 하고있다. 절리면은 2008년 성락원복원화 사업당시 영벽지의 원지형 복원 및 자연석을 이용한 석축을 조성하는 과정 중 계류형태의 암반이 발견되어 현재의 계류형태로 복원되었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영벽지 내부에 자연암반을 이용하여 만든 외곽부는 사각형에 내부가 반구형의 형태를 가진 석조구조가 나타나 민간에서는 보기드문 조경구조물로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송석정은 1950년대에 새로 조성된 정자로 위 계류에 ‘松石(송석)’이란 각자가 있어 원래 이 못가에 큰 소나무들이 울창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과거에는 소나무가 지붕을 관통해 자라고 있어 조성자의 자연애호를 느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고사했다. 송석지와 송석정은 영벽지 상부에 위치한 암반부 보다 4.5m 높은 곳에 있으며, 송석지와 영벽지 사이에는 자연석으로 축대를 쌓아 성락원 내부에 있는 주택 내부로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영벽지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암반과 송석지 내부에 위치하고 있는 암반의 경사각, 송석지의 수심을 고려하였을 때 두 암반이 연결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성락원은 진입부에서부터 송석정까지의 자연적인 지형과 계류를 따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연못의 형태 또한 자연암반을 따라 부정형을 띄고 있다. 성락원 내부의 수계 현황을 살펴보면 빗물관로를 통해 유입된 수계는 계곡을 형성하여 송석정 방면으로 흘러내려 1차적으로 지당(송석지)을 이루고, 지당 연못에서 흘러내린 물은 영벽지를 따라 쌍류동천을 통해 외수구로 흘러나간다. 계곡은 직선과 자연형의 부정형 형태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성락원의 주요건물은 본재와 송석정을 들 수 있는데 본재에서 조망되는 영벽지의 풍광은 가히 명승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입구관리사와 송석정 인근에 주택이 남아있고 성락원 주변에 주택들이 둘러싸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성락원은 조선시대 자연풍경식 정원의 모습을 간직한 가치높은 원림유적으로 평가되며 앞으로도 서울 하늘 안에 비밀스러운 속살을 간직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자료 제공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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