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문화포럼 창립총회가 열렸던 지난 9월 25일 특강 및 주제발표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정원은 생활 문화 속 일상적 공간이다”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질 수 있는 정원에 대해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정원은 도처에 있는 일상적 공간임을 이야기했다.

지난 9월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볼룸에서 정원문화포럼 창립총회가 끝나고 열린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특강 및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특강 및 주제발표는 ▲정원문화의 회복과 재발견(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의 선, 곡, 흐름이 있는 한국형정원 모델(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 ▲현대적 감각의 실용정원 모델(한승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 ▲한국의 가든쇼와 정원문화 운동(정대헌 한국조경신문 대표) ▲야생화의 산업화 및 정원문화 활성화 방안(민경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조경진 교수는 인생에서의 정원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공유하며 특강을 시작했다.

조교수는 춘향전,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문학 속 정원을 소개하며, ‘정원은 생활 문화 속 일상적 공간’임을 강조하기도 했으며, 이어 ‘레옹’,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영화를 통해 정원이 치유, 돌봄, 대화의 장, 희망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드너들이 모여 만든 후 영국 정원 문화를 유지하고 지속시킨 RHS(영국 원예학회, Royal Historical Society) 등의 단체를 예로 들어 민간조직 역할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연계와 협력을 통해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생활 속에 뿌리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병철 이사는 일본 가드닝 월드컵에 출전했던 경험 공유를 통해 “정원은 기법보다 ‘문화’로 다가가야 한다”며 정원이 소통의 장소, 교류하고 즐기는 곳이라고 했다.

또한 “문화의 출발은 자연에서 했지만, 완성은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며 정원이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정원에 대해서는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정원의 울타리 안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정의하며 ▲곡선 ▲비대칭 ▲다채로움을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꼽았다.

한승원 박사는 현대적 실용 정원을 ‘다양한 사람, 생활 패턴을 갖고 있는 공간 안에 정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통경관을 기반으로 해서 생산, 휴식, 장식, 문화적 기능을 가지는 것’이라며, 현대는 창의성, 다양성, 효율성 등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창조적인 행복사회 건설을 위한 ‘자연친화적이고 지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가드닝’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가드닝’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쉽게 해야 하는 것임을 발표했다.

정원문화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대헌 대표는 정원문화적 관점에서 정원은 “단순히 관상의 대상을 넘어 이용의 대상이기도 하고, 체험의 대상을 넘어 행위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상적인 정원 문화 확산 움직임과 여러 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파트 거주 문화로 인한 도시민의 가드닝 기능 상실 등의 상황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의 숙제로 ▲국민들의 가드닝 기능 회복 ▲녹지면적 축소 정책에 대응 ▲가드닝의 행복바이러스 전파 등을 제시했으며, 이를 ‘문화’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고양국제꽃박람회와 함께 올해 처음 열린 ‘2014 코리아 가든쇼’를 총괄 기획한 정대헌 대표는 ‘2010 경기정원문화박람회’서부터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이르는 국내 정원문화의 흐름을 통해 가든쇼는 정원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끄는 트렌드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민경택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야생화 산업 현황 ▲야생화 활용과 정원문화 사례 ▲국민의식 조사 결과 ▲산업화 및 정원문화 활성화 여건분석 등을 발표했다.

민경택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유출된 식물자원이 개량돼 역수입되는 사례와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내 야생화 생산액 비율 등을 예로 들며 산업화 정도가 걸음마 수준 임을 지적했다.

야생화 산업화 및 정원문화 고도화를 위한 추진과제로는 ▲야생화 조사연구 증진, 보급 인프라 확대 ▲정원문화 인프라 구축 ▲생활주변 야생화 조성 및 정원문화 확산 ▲야생화 및 정원문화 산업화 기반 구축 등을 들었다.

 

 

▲ 종합토론에는 (왼쪽부터)송정섭 회장, 김용관 산림청 과장, 김용식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 이양주 경기개발연구원, 박공영 우리꽃 대표, 윤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대헌 한국조경신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송정섭 회장을 좌장으로 한 종합 토론에는 정대헌 한국조경신문 대표, 김용관 산림청 과장, 김용식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 이양주 경기개발연구원, 박공영 우리꽃 대표, 윤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토론에는 ▲정원관련 프로젝트에 관한 사회적 공공성 확보 및 정부 지원 ▲규제가 아닌 예산지원 차원에서의 법적 근거 마련 위한 수목원법 추진 ▲공원 문제 해결 위한 시민참여의 모티브 사적 개념인 정원에서 도입 ▲정원 기본 소양 위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 제안 및 공공정원 통한 실용 부분 확보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되기 위한 타 분야와의 접목 및 인력 육성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한편 송정섭 초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원이 어떤 특정 분야에 속한 산업이 아니고, 이와 관련된 문화·예술부터 시작해 조경, 산림, 임학, 원예 등에 이르는 분야에서 정원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포럼의 기본 정신이다”며 해당 분야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포럼을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 학회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김기선 (사)한국원예학회장은 “많은 기관, 단체가 협력해 특정 단체를 배제하지 않고, 힘을 모아 모든 시민, 국민이 원하고 좋아하는 정원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창립축사 영상을 통해 방송인 김미화, 이시형 의학박사, 황지해 가든디자이너 등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국회의원 도종환 시인의 ‘꽃밭’ 시 낭송 ▲신창호 정원문화포럼 부회장의 경과보고 ▲임춘화 정원문화포럼 부회장·이성현 정원문화포럼 이사의 헌장 낭독 등이 진행됐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립수목원 ‘제24회 수목원·식물원 운영 전문화 워크숍’ 형태로 창립총회와 기념 심포지엄, 국립수목원 답사로 구성돼 열렸다.

 

 

 

 

 

도종환 ‘꽃밭’
내가 분꽃씨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햇살 속에 내밀 때면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왜 내가 처음 본 것이 검푸른 바다 빛이거나
짐승의 윤기 흐르는 잔등이 아니라
과꽃이 진보랏빛 향기를 흔드는 꽃밭이었을까

민들레만하던 내가 달리아처럼 자라서
장뜰을 떠나온 뒤에도 꽃들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나운 짐승처럼 도시의 골목을 치달려갈 때면
거칠어지지 말라고 꽃들은 다가와 발목을 붙잡는다
슬픔에 잠겨 젖은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다 괜찮다고 다독이며
꽃잎의 손수건을 내민다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더라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을 때
거기 꽃밭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지금도 내 옷소매에 소박한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

 

 

 

▲ 송정섭 정원문화포럼 초대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관련 학회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김기선 (사)한국원예학회장

 

 

▲ '꽃밭' 시를 낭송하고 있는 국회의원 도종환 시인

 

 

▲ 신창호 정원문화포럼 부회장

 

 

▲ 임춘화 정원문화포럼 부회장(왼쪽)과 이성현 정원문화포럼 이사(오른쪽)

 

 

▲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

 

 

▲ 한승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

 

 

▲ 정대헌 한국조경신문 대표

 

 

▲ 민경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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