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대강당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고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과 (주)아썸에서 공동주최한 ‘천적생물 등을 이용한 생태적 녹조관리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그간 개발해 온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성과를 알리고 향후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주제발표, 현장탐방, 종합토론 등이 진행됐으며, 참석자들은 생태적 녹조관리 방법이 연구실이 아닌 실제 현장에 적용된 사례 발표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지난 24일 농어촌공사 당진지사에서는 '천적생물 등을 이용한 생태적 녹조관리 워크숍'이 개최됐다

 


개회사에서 박정환 농어촌연구원 원장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적 녹조제어 방안이 도출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으며, 한준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과장은 환영사를 통해 “향후 기후 변화로 인해 수질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며, 생태적 수질관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충남대 안광국 교수

1부 행사인 주제발표는 홍대벽 농어촌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의 '농업용 호소의 녹조관리 방향 및 대응전략'에 대한 기조연설에 이어 안광국 충남대 교수의 '우리나라 농업용 호소의 수질 특성 및 생물조절을 이용한 녹조제어', 장광현 경희대 교수의 '외국의 생태적 녹조 관리 사례', 남귀숙 농어촌연구원 박사의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제어 기술소개 및 적용확대방안'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안광국 교수는 질소와 인의 부영양화가 녹조의 근본 문제인데, 국내 614개 저수지를 조사한 결과 이미 대부분의 저수지에서 질소와 인의 농도가 부영양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질소와 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녹조를 제어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물고기들에 의한 조류 제거를 알아보기 위해 ‘생물조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한국 물고기들은 잡식성이라 조류 제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녹조제어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종인 새뱅이를 투입하고 이를 포식하는 육식성 어류를 제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경희대 장광현 교수

장광현 교수는 외국 사례 중에는 성공 사례도 있고 실패 사례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성공의 조건임을 강조했다. 일본의 시라카바 호수의 사례를 들며, 빙어를 줄이고 물벼룩을 투입해 수질 개선에는 성공했으나 빙어로 인한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며, 과연 무조건적인 수질 개선이 생태계 안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가장 기대를 받았던 남귀숙 박사의 발제에서는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제어 기술’을 실제 농업용 저수지에 적용한 사례가 발표됐다. 이 기술의 원리는 포식성 천적과 육식성 어류를 도입해 먹이구조를 통한 녹조제어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포식성 천적인 동물성 플랑크톤을 배양하는 시설을 도입하는 것’과 ‘육식성 어류인 메기를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저수지 내 인공섬을 설치해 저수율 감소 때 천적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천적생물 배양장치는 (주)아썸의 지난 8년간의 기술 개발 성과가 집약된 시설로,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장치 안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튼튼하게 키워내 저수지로 내보냄으로써 저수지의 녹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남 박사는 이 배양장치를 통해 저수지 내 천적생물인 지각류가 증가했다며 지난 2년간 모니터링 결과에 희망적인 총평을 내렸다. 또한 메기의 군집 조절을 위해 어업을 통한 수익이 발생되고 이를 다시 관리비에 투입함으로써 선순환이 확대되는 측면도 부가적인 이점으로 소개됐다.

2부 행사로는 현지 답사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종합토론은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를 좌장으로 박봉수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김호일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단 단장, 황순진 건국대 교수, 공동수 경기대 교수, 김순흠 한국환경공단 센터장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연구실에서만 진행되던 생태적 공법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끈기있게 추진해 좋은 성과를 보여준 농어촌공사와 (주)아썸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며, 아울러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봉수 사무관은 현장을 보고 느낀 점과 함께 “100톤 규모의 배양시설로 테스트했는데, 실규모 적용을 위해 남은 연구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순흠 센터장은 “천적생물을 이용한 조류 제거 연구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천적생물을 배양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예상치 못한 생태계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하고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특히 외래종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토종을 고려한 생태계 건강성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일 단장은 “녹조문제는 정말 답답하다”며 수질 담당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연구로서가 아닌 현실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100톤이 과연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고,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검토를 부탁했다.
황순진 교수는 “지금까지는 발생된 조류를 빨리 없애는 데만 주력해 왔고, 그래서 물리 화학적 기술에 관심이 집중됐다. 생태적 방법은 연구 사례는 있었지만 국내에 실규모로 현실화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생태적 방법은 오래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고, 현장은 연구실과 달리 큰 수역을 다루기 때문에 물벼룩이 어떤 상황에 부딪칠지 변수가 많아 이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현장을 직접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수 교수는 “물벼룩이 물고기에게서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필요하다”며 플랑크톤과 메기를 양성만 할 것이 아니라 이후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주)아썸 권오병 대표

이번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남귀숙 박사는 저수지에 공법 적용을 확대해 나가는 문제에 대해 “최종 적용가능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보완할 점은 현장에서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해나가겠다”고 답했으며, 생태계 교란에 대해서는 “생태계를 인간이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동감하지만 물리적 화학적 기술보다는 건강한 기술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데이터를 통해 희망을 많이 봤고 앞으로 자신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 밝혔다.
권오병 (주)아썸 대표는 우선 중소기업 입장에서 오랜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생태적 공법 연구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기후 변화를 급격히 겪는 나라에서 녹조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데, 자연 생태계의 한 지점에 개입하는 것을 망설일 수는 없었다”며 “선순환의 고리를 태운다는 생각이다. 자연에 부정적 개입이 아닌 자연의 치유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대를 이어서라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하천이나 강처럼 흐르는 물이 아닌 저수지를 대상으로 기술이 적용돼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분석도 있으나,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현실화를 코앞으로 당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농업용 저수지’를 단순히 농업용이 아닌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식 전환에 대해 많은 칭찬이 쏟아졌는데, 녹조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하천과 강에도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부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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