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직(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올해 2월 7일부터 새로운 경관법이 시행되었다. 지난 2007년에 제정된 경관법이 그동안 운영되어 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정해 왔기 때문이다. 국토경관관리에 대한 방향성 확보가 부족하였으며, 경관관련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및 역할에 대한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지자체 기본경관계획 수립 대상이 분명하지 않고 경관관리 수단 및 기반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주요 사회기반시설이나 각종 개발사업, 개별 중소규모 건축물의 3차원적 경관관리에 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정 경관법은 중앙정부의 역할을 정립하고, 지자체의 경관관리 실행력을 확보하며, 사회기반시설이나 개발사업, 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국토경관 향상을 위한 국가의 책무 명시, 국가차원의 경관정책기본계획의 수립 및 중앙경관위원회의 설치,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디자인 방향 제시, 경관계획 수립대상 확대 및 의무화, 도지사의 시·군 경관계획 승인절차의 폐지 등을 담았다. 그리고 경관위원회 설치의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의 사회기반시설 및 개발사업에 대한 경관심의 강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경관계획 수립 등도 명시하였다.

개정된 경관법은 이처럼 많은 보완을 시도하고 있지만 농촌의 처지에서 볼 때는 여전히 커다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그동안 수립된 경관계획이 도시중심의 내용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를 농촌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는데, 농촌경관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보완 없이 기본경관계획 수립 의무화 대상을 인구 10만 명을 초과하는 지자체로 규정하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없이 많은 농촌 지자체에 대해 기본경관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인구가 30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 되는 중규모 지자체들의 중심지는 대도시 못지않아 기존의 경관계획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의 경관관리를 이룰 수 있겠지만 도심을 벗어난 곳에는 농림지역들이 넓게 존재하고 있어 이들 공간에 대한 경관관리의 효과는 의문시 되고 있다. 더군다나 인구가 10만에서 30만 명 정도 되는 도시들에서는 도시적 성격의 공간보다는 농촌적 성격의 공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기존의 도시중심의 경관계획 방법론으로는 효과적인 결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은 경관계획의 실행과 관련된 것이다. 경관은 계획을 수립하는 일과 함께 수립된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 또 다른 중요 과제인데, 농촌의 경우 경관계획의 효과적 실행이 현재 상태로는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관계획의 실행은 경관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의 연계, 경관지구 및 미관지구 운영, 경관조례 및 경관심의 등 제도에 의한 실행, 경관사업을 통한 경관형성 및 관리 등의 수단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경관계획의 실행 수단 또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도시적 시각에서 발전되어 온 시스템으로서 농촌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농촌지역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경관계획 실행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단순하게 경관계획 수립의 의무대상만 확대한다고 해서 국토공간의 효율적인 경관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경관을 주제로 정부 부처 간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을 통하여 경관법은 국토경관의 보전, 형성 및 관리를 위한 기본법적 성격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였다. 그러면서 개별 주요 사업들에 대한 경관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부처들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것이다. 농촌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 사전경관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경관심의를 강화함으로써 정비사업을 포함한 많은 농어촌의 사업들이 경관법의 영향권 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의 중소 지자체의 경우 경관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행정적 경험이 일천하고 지역의 경관관련 인재 풀 또한 풍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경관관련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도시계획이나 건축의 유관 위원회와 중복되거나 통합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의 정책이 지역의 상황을 리드하면서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농촌경관과 관련된 행정에 있어서 너무 일방적인 집행은 예상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강하다. 특히 여기에는 부처 간의 농촌 공간 사업들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도 겹쳐지고 있어 염려가 앞선다. 일각에서는 농촌개발 사업의 진행이 경관심의에 좌우될 것이며 농촌계획이 도시계획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하고 있다. 더 심하게는 농촌 공간의 각종 사업비에 대해 정부 부처 간의 다툼과 경관법을 연계시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보다 합목적적인 국토경관의 보전과 관리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농어촌경관의 보전, 형성, 관리를 위한 계획수립의 방법과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부서에서 농촌 경관관리의 이니셔티브를 쥘 것인가 하는 것을 다투기에 앞서 농촌의 생활, 자연, 생산경관의 보전, 형성, 관리를 위한 실천 수단을 국토경관의 계획적 틀 속에 정립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기존의 법체계 속에서 합리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운용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분명한 점은 농촌의 경관을 합리적으로 계획, 실행할 인적 인프라와 행정 시스템이 현재로서는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수립을 강제하고 심의를 통해 실행력을 담보하려는 개정 경관법의 접근방법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경관법 개정의 취지와 방향도 살리고 합리적이고 실제적인 농촌공간의 경관관리를 이루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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