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식재 작업의 중요성

식재 작업의 중요성 식재할 수종이 선정되면 개별 수목에 대한 식재 작업이 진행된다. 이는 새로운 수목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수행되는 작업으로서 이어지는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분이 합리적인 발주자(project owner)라면 1만 원짜리 나무를 심기 위해 5만 원의 식재 비용을 지출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식재한 수목이 성공적으로 활착해야만 끝나는 것으로, 활착하는 기간 동안의 돌봄, 특히 적절한 관수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후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목은 이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궤양병이나 나무좀 등에 대한 예방 조치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한 그루의 수목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식재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식재 후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그릇된 관행에 따라 성의 없이 식재된 후 적절한 사후관리 없이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는 수목들이 매우 많이 보인다.

식재 적기
온대지방에서는 휴면기인 땅이 얼기 전 늦가을이나 생장이 시작되기 전 초봄이 적기이나, 겨울이 추운 지방에서는 늦가을에 식재하면 추위로 인한 동해나 건조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봄 식재가 권장된다. 지상부 생장이 시작되기 전인 초봄에 수목을 식재하면 겨울 추위를 피할 수 있고, 지상부가 생장하기 전에 일부 뿌리의 생장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계절에 제한을 받지 않고 식재하고 있는데, 이식된 수목의 성공적인 활착을 위해서는 수목의 생육상태와 계절적인 영향을 고려한 이식 작업과 적절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여름에 이식을 하는 경우, 근분을 좀 더 크게 하고 근분이 마르지 않도록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식재 후에는 잎의 증산을 억제하고 관수를 더 자주하여 건조피해를 받지 않도록 관리해주어야 한다.

이식/식재 작업 순서
이식/식재 작업은 사전 준비단계, 현장 식재 단계, 식재 후 사후관리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들 단계별 작업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① 양질의 수목 구매하기

 

 

▲ [사진] 이렇게 품질이 불량한 수목은 구매할 때 배제되어야 한다.

식재 작업의 출발은 좋은 품질의 수목을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양질의 수목이란 생육이 왕성하고 튼튼한 구조를 가진 수목을 말한다. 이 두 요건을 모두 갖춘 수목을 구하기 어렵다면 구조가 튼튼한 수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목은 오래 살고 한 번 형성된 구조는 바로 잡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수목을 식재해 놓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사진).
수목은 크게 지상부와 지하부로 나눌 수 있고, 지상부는 줄기와 가지, 잎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부는 뿌리를 의미한다. 지상부가 튼튼한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처 등 결함이 없는 수간(樹幹, trunk)이 외줄기로 수관(樹冠, crown)의 끝까지 연결되어 있고, 이러한 수간을 따라 가지가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나선형으로 부착되어 있어야 한다(그림).
뿌리도 수간에서 사방으로 고루 뻗어있고 수간 주위를 맴돌거나 옥죄는 뿌리가 없어야 하는데, 문제는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뿌리의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은 근원(根元, root flare)을 노출시킨 다음 이 부위에서의 뿌리 발달을 점검하는 것이다. 근원은 수간과 뿌리가 만나는 곳으로 외형적으로는 수간의 기부(基部, base)가 굵어지기 시작하는 부위인데, 여기서 뿌리가 사방으로 잘 발달되어 있고, 맴도는 뿌리가 보이지 않으면 뿌리의 구조가 튼튼하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② 근원 노출시키기
식재 작업에서 근원을 확인하는 과정은 뿌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 외에 근분 제작과 식재 작업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농장에서는 묘목이 깊게 식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용기묘일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하다. 이렇게 복토나 심식된 수목을 근원이 노출되어 있는 수목과 같은 깊이로 굴취하게 되면 뿌리를 더 많이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이식 후 생존율이 떨어지게 된다(그림).
또한 근원은 심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데, 근원을 노출시켜 놓으면 수목을 너무 깊게 심는 심식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뿌리는 스스로 생장하면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잎에서 공급받은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얻는다. 이렇게 탄수화물을 분해할 때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가는 뿌리는 대부분 토양 중의 산소 농도가 높은 지표면 가까이(20∼30cm 이내)에 분포하고 있다. 그런데 심식이나 복토로 토심이 더 깊어지면 이러한 세근들은 산소부족으로 질식하여 죽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게 될 것이다.
심식으로 인한 피해는 토양과 접촉하는 수간에서도 발생하는데, 땅속에 묻힌 수간은 높은 수분으로 인해 부후되기 쉽고, 토양에 서식하는 각종 병해충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식재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근원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생략하거나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③ 충분한 크기의 근분 제작하기

 

 

▲ [그림] 이식할 수목은 외줄기의 수간을 따라 가지가 적절한 간격으로 부착되어 있어야 하고, 근원을 노출시킨 다음 충분한 크기의 근분을 제작하여야 한다.

이식되는 수목은 뿌리의 90% 이상을 상실하기 때문에 식재 후에 고사하기도 하고 살아남아도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오랜 기간 생육이 부진하게 된다. 따라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근분을 제작할 때 가능하면 많은 뿌리가 함께 이식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근분의 직경을 키워야 한다.
국내 작업 현장에서 제시되는 근분의 직경은 근원직경의 4∼5배인데, 이 정도 크기의 근분으로는 수목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뿌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이식하는 수목의 직경이 20cm(지상 30cm에서 측정) 이상이면 이 직경의 12배에 해당하는 너비의 근분을 제작하도록 ‘이식 작업에 관한 국가표준(ANSI A300(Part 6)-2005 Transplanting)’에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는 영국이나 호주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국가표준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식되는 수목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분의 직경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근분의 깊이는 직경에 비례하여 키울 필요는 없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뿌리가 대부분 지표면 가까이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분의 적절한 깊이는 뿌리의 밀도를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데, 뿌리의 밀도가 현저하게 감소할 때까지 굴취하면 충분하고, 더 깊이 들어가면 근분의 크기와 무게만 늘어날 뿐이다.

이렇게 굴취된 뿌리는 마대 등의 포장 재료로 감싼 다음 튼튼한 끈이나 밧줄, 필요하면 철망이나 철사로 동여매어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이렇게 굴취된 수목은 지체 없이 예정된 장소에 식재되어야 하며, 운반 중에 근분이 마르거나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