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시리즈 II가 개최됐다.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공모’는 조경설계 이화원(대표 김이식)이 제출한 ‘Blowing Urban-Plant’가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많은 조경인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행된 공모전이니만큼 서로 묻고 싶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터, 지난 11일 (사)한국조경사회(회장 정주현)의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시리즈 II가 조경인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열린 토론 시간에는 공모전에 당선된 ‘Blowing Urban-Plant’에 대한 평가부터 보다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참여한 오피스박김의 ‘Thermal City’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원만 한국조경사회 부회장(좌장), 김기천 그룹한어소시에이트 부장, 이진영 씨토포스 팀장, 김이식 조경설계 이화원 대표,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이 패널로 참여하고 플로어의 조경인들이 함께한  토론 시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최원만 한국조경사회 부회장(좌장): 한강변에 중요한 땅을 다룰 좋은 기회가 조경인들에게 주어졌다. 좋은 작품도 많이 나와서 이번 공모전이 이슈가 됐던 것 같다. 오늘 같은 기회를 통해 조경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서로 많은 의견을 주고받고, 이런 기회를 통해 조경업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대표 : 오늘 발표 흥미롭게 봤다. 개인적으로 후반부 두 작품(오피스박김, 조경설계 이화원 작품)이 흥미로웠다. 그중에 이화원의 작품은 당연히 당선돼야 하는 작품 같았다. 설계, 호흡, 문법, 발표하는 모든 과정까지 매우 쉽고 잘 다가왔다. 또한 오피스박김의 작품은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이 이번에 공모에서 떨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 : 이번 현상공모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심사위원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이 미리 발표되면 심사위원의 성향과 전문분야 등 먼저 분석을 하고 똑같은 아이디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은 심사위원 노출과 발표가 생략돼 어려움을 느꼈다.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 : 설계가의 입장에서는 ‘왜 발표를 못하게 하고, 토론을 하지 못하게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지침서를 만드는 등 노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심사위원 발표는 물론 심사결과 점수도 발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있었다. 업계의 애로사항을 받아들이고, 자본은 적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업체도 쉽게 현상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조세환 PA(총괄전문가) : 아직은 시기상조다. 지금은 아직 서로 간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맥, 학연, 지연을 이용한 로비를 막고 보다 공정한 현상공모를 만들기 위해선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 당인리 발전소 현상공모는 이러한 문화의 정착을 위한 첫 단추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오피스박김은 아주 독특한 디자인에 아주 좋은 안이라고 생각한다. 왜 떨어졌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지침서상의 비전과 목표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현실과 이상이 뒤바뀐 느낌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까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최종필 필코이엔씨 대표 : 오늘 좋은 작품을 많이 봤지만 가장 신선했던 것은 오피스박김의 작품이다. 건축과 토목에 비해서 조경은 데이터에 의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취약하다. 조경인들은 보통 감각에 의해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시의 시장님이 직접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오피스박김의 데이터를 이용한 이런 방식은 우리가 좀 더 연구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토론에 참여한 (왼쪽부터)김기천 그룹한어소시에이트 부장, 이진영 씨토포스 팀장, 김정윤 오피스박김 대표, 김이식 조경설계 이화원 대표

최원만 한국조경사회 부회장 : 아직 어떤 가치를 주고자 설계를 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진 못한 것 같다. 작품에 대한 부연설명을 부탁한다.

김기천 그룹한어소시에이트 부장 : 선유도나 서울숲은 이미 폐허가 된 공간을 재조성했다. 하지만 당인리 발전소는 특이하게 도시 한가운데에서 발전시설이 유지되며, 공원이 조성되는 공간이다. 때문에 어떤 이미지를 부여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결국 문화적인 것을 결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역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슈화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문화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접근했다.

이진영 씨토포스 팀장 : 홍대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문화들이 존재한다. 홍대에서 오는 흐름을 끌어들이고 외부 자본을 유입하면, 그동안의 모습들을 잃을 확률이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너무나 이색적인 모습으로 조성하는 것은 조경계획을 하는 사람의 폭력적인 행태라 생각했다. 그래서 당인리 공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주변의 공간과 어떻게 연결해야하나 생각을 했으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디자인을 발전소의 본질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존하고 서로 소통하고 흐름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김이식 조경설계 이화원 대표 : 현장에 갔을 때 첫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갇혀있다는 답답함에 이 공간을 시원하게 열어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공간이 한가지의 오브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어떤 조형적 언어의 나열 보다는 시스템을 존중하고 싶었다. 아울러 이 공간들이 도시적인 기폭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경가의 스페셜리스트적인 마인드보다 제널리트스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자 했다.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 : 이곳은 강변은 바람이 잘 부는 곳이다. 바람을 이용한 설계안을 만들 최적의 대상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엔지니어와 협업을 해서 우리가 설계하고 그쪽에서 분석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또한 ‘Thermal City’를 Park가 아닌 City로 표현한 것은 이곳을 소비, 생산, 휴식, 문화까지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시리즈 II에 참여한 주요인사들의 파이팅 포즈

김홍렬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 연구원 : 공사에서 건축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기에 조경은 힘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모안과 건축 간의 마찰이 일어날 때 대처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나?

김이식 조경설계 이화원 대표 : 결과 발표 후 3주 정도 지났다. 그동안 여기저기 다녀보니 벌써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조경설계가 건축 주도로 이뤄진다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 그린 그림 하나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조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조경가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크리에이터적인 측면이 있다면 조경가는 코디네이터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과정적 측면에서는 지킬 것은 지키고 나머지는 많은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신현 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 :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은 없다. 각자 다른 생각에서 나온 다른 디자인일 뿐이다. 각 팀마다 장점이 있고 독특하고 재밌었다. 오늘 이 시간은 배울 것이 많은 좋은 시간이었고, 하나의 축제처럼 앞으로도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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