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居然亭)

- 박희진

널따란 계곡
한가운데 너럭바위
거연정은 그 위에 있다
거기에 가려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야 하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이 오래된 목조 정자는
정연한 비례 척도를 갖고 있어
매우 고즈넉한 안정감 자아낸다
일단 들어서면 나오기 싫을 만큼

인공과 자연의 조화도 이쯤 되면
너무 편안해서 멍해질 정도
난간 아래 흐르는 깊고 푸른 물에
마음이 씻겨서야
비로소 들어오는 주변의 경치

멀리 북쪽에선 운치 있는 노송들이
흐르는 물길 따라 솔바람 보내오고
멀리 물길 건너 남쪽 기슭에도

노송들 있어 반가워 화답한다
벽공의 흰 구름도 덩달아 눈짓하고

솔바람과 물소리에 씻기고 씻겨선지
티끌하나 묻지 않는 거연정 마룻바닥
아주 한참을 그 위에 앉았다가
벌렁 누워본다 목조 건물은
조촐히 낡아야 나무 향 그윽하다

우리 인간도 곱게 늙어야
거연정 안에서 앉거나 눕거나
자연이 된다 자연과 정자와
인간은 이렇듯 편안히 어울릴 때
구분이 없어지고 셋은 하나 된다

<제1회 녹색문학상 ‘소나무 시인’ 박희진 씨 수상작>



‘제1회 녹색문학상’이 팔십 평생을 시와 함께한 수연(水然) 박희진 시인에게 돌아갔다.

▲ 박희진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55년 ‘문학예술’지 추천으로 등단하여 첫 시집 ‘실내악’을 시작으로 33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소나무 시인’으로 유명한 박희진 시인은 “풍류도의 나라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저에게 녹색문학상이 주어진다는 것은 영광이며 축복”이라고 전했다. 

녹색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숲사랑·생명존중·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한 녹색문학상의 취지에 부합되는 작품이면서도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에 주안점을 두고 ‘박희진 시인의 시 ‘낙산사 의상대 노송 일출’과 ‘거연정(居然亭)’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주관한 녹색문학상은 녹색사업단 녹색자금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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