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호 ‘국토부의 경관관련 보도자료를 보고나서 <2>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전문가 재능기부’에 관한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보도자료에서는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재능기부를 추진하고 국토부에서 교통비 등 일부 경비를 지원하여 지자체에 무료 컨설팅 지원’을 2012년 7월부터 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 낙후지역의 발전계획 수립, 지역의 경관관리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라인 수립, 도시재생 무료자문, 지역주민 교육 등으로 되어 있다.

우선, ‘경관’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관’과 관련해서 정확히 어떠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로 하여금 기부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경관의 계획, 설계, 시공, 감리, 평가 등과 같은 것은 물론, ‘경관’에 대한 교육과 ‘경관’과 관련한 분야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앞의 것은 주로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반면, 뒤의 것은 ‘아카데미’와 같은 이름의 형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용역은 용역수행주체가 담당하지만,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또한, 용역은 아카데미에 비해 많은 예산이 지출되므로 그 목적이 명확하고 얻고자 하는 결과 또한 명확하다. 하지만, ‘교육’은 ‘경관’이 갖는 특성상 해당 지역에서 교육의 목적과 결과를 명확히 설정하기가 자칫 관행적으로 혹은 형식적으로 행해지기 쉽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되기 쉽다. 그 대표적인 이유를 들어본다면, ‘교육’을 맡기는 주체인 ‘행정’에서는 ‘경관’에 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교육’을 ‘아카데미’와 같은 형태로 주관하는 단체 또한 ‘경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관을 말하다’를 연재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한 것이지만, 경관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인 차원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사람이라는 가치가 담겨져 있는 상당히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학회에서 행하고 있는 경관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비용에 비해 그 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인데, 이렇게 되는 이유도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행해지는 데에 따른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공무원들이, 관련 업체나 단체 관계자들이 다양한 ‘경관’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다루는 방법을 얻고 싶어 하지만, 한정된 분야 전문가들로는 이를 충족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두 가지만 언급해본다면 ‘지역(지자체) 독자의 경관행정체제의 구축’과 ‘경관에 의한 지역활성화에 관한 것’이다.

앞의 것은, 경관법 제정과 개정에 따라 필수적으로 지자체에서 구축해야 하는 것으로, 지역 경관관리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뒤의 것은, 이상에서 말한 것들이 잘 전개되었을 때 지역에 기여해야하는 것으로, 그저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과 지역주민에게 유무형의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과정의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따라서, 특정 학술집단이 아니라, ‘경관’이 갖는 다의적(多義性)에 대한 학술적, 실무적, 행정적인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실제로 활동을 한 민간단체 및 현장활동가도 포함되어야 한다.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만큼 좋은 교육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경비(보도자료에서는 ‘일부 경비’의 세부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를 지원하여 지자체에 무료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하는 것에는 인건비 및 활동비 등에 대한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여러 면에서의 편의성 때문에 주로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와 같은 대도시 위주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이 ‘낙후지역의 발전계획 수립, 지역의 경관관리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라인 수립, 도시재생 무료자문, 지역주민 교육 등’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으로 다녀야 하는데, 바쁜 전문가들에게는 역시 일부 경비 지원으로는 참여유발요인으로써 작용하기 어렵지 않은가 한다. 게다가, 계획수립이나 디자인가이드라인은 일정 기간 동안 행해지는 ‘용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컨설팅’ 수준의 지원으로는 그 결과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형식적인 것으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도시재생과 지역주민 교육은 몇 번의 컨설팅으로는 그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꾸준한 컨설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상당한 기간 동안 자신의 일과 병행하며 지방을 오가는 것이 가능한 전문가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곧 장마철이 지나가고 뜨거운 여름휴가철이 다가온다. 어느 덧 ‘경관’ 관련하여 기고해온지도 세 번째 해가 되었다. 그동안 ‘경관’과 관련하여 경관법, 계획, 사업 등을 다루어왔지만, 다음 호부터는 경관조례, 경관행정, 경관교육, 경관과 마찌즈쿠리(우리의 ‘마을만들기’) 등을 포함하여 더 다양하게 그 범위를 확장내 나가고자 한다.

오민근(문광부 시장과문화컨설팅단 컨설턴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UCCN 자문위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