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흔하게 미국식 조경이 한국조경에 이식되고 있는데, 이를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한국전통조경을 실무에 적용하는 작업도 더불어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학계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건설사조경협의회(회장 강신혁, 이하 건조협)는 27일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소속 회원사와 관계자들을 초청해 ‘김재식 전북대 조경학과 교수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의 전통건축과 조경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한국의 아름다움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한국의 전통미라 하면 어리석은 아름다움이 있다. 또 기교를 부린 듯 안 부린 듯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질박한 맛, 돈후한 맛, 순진한 맛, 구수한 맛, 조화를 깨뜨리는 조화 즉 파조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강의는 한국전통조경의 본질적 측면을 실무자들에게 알려 주기 위한 자리이다. 최근 여러 방면에서 한류열풍이 일고 있지만 이는 미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류를 수입하는 외국인에게 우리미의 본질을 알게 하는 방향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의의 첫 운을 띄웠다.

첼시 최고상 DMZ정원 담긴 ‘의미조경’ 해설
건조협 세미나서 김재식 교수 발표…한국전통조경 양식에 세계인들 주목

 

 

 

건설사조경협의회 초청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된 김재식 전북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김재식 교수는 건설사 조경협의회가 주최한 초청 세미나에서 반만년 한국전통문화의 본질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첨병으로 정원을 예로 들었다.

“‘DMZ’를 주제로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전체 최고상인 회장상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는 세계가 왜 한국조경가를 주목하는지 답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의미조경의 본질을 서양인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황 작가는 단지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뛰어넘어 쑥과 질경이, 머루, 다래를 통해 대한민국 분단 상황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전 세계인에게 전달했다. 한국전쟁에서 쑥은 지혈제로, 질경이즙은 배앓이 약으로, 머루와 다래는 식량대용으로 쓰였다. 평화 시에는 정원조성을 위한 화초류이지만, 이것이 전쟁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황 작가는 시설물과 정원소품으로 사용하여 의미를 부여했다. 서양에서는 이런 방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처럼 의미조경은 우리 궁궐 조경이나 소쇄원 등 한국의 전통조경과 정원양식을 이끌어온 양식이다. 우리 조경은 보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또한 김 교수는 창덕궁 연경당을 예로 남성들이 주로 머물렀던 연경당 사랑마당에는 음의 기운을 가진 단풍나무를 식재해 의미를 부여했고, 여성들의 출입하던 안마당은 양의 기운이 강한 느티나무를 심어 한국전통 수목식재 방식에서는 음양의 의미를 중요하게 반영했음을 부연했다.

또 김 교수는 “그 시대의 사상이 그대로 표현되는 것이 건축이다. 한국의 주거건축에 석조기둥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건축에 몸을 기대어 사는 한국인의 삶이 건축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5천년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 전통인 것이다. 따라서 조경을 공부하려는 학생은 시대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사회가 도덕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지만 전통은 계속 만들어져야하고 조경은 우리 다음, 그 다음세대를 위한 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식 교수는 미국에서 조경을 전공했지만 한국 교단에 서있는 학자로, 미국조경만을 한국 학생에게 강의한다는 것은 문화식민지를 자청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다시 20년간 한국전통조경에 대해 공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