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지난 14일 관계공무원과 조경식재협의회 관계자들이 조경수 가뭄피해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가뭄에 따른 조경수 피해를 막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으로 내습성이 뛰어난 흙으로의 환토와 지속적인 유지관리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조경업계에서는 가뭄이나 폭우 등으로 인한 조경수 고사가 시공사의 하자보수 책임으로 전가되는 현장 애로사항 등을 토로하며 관리주체에 의한 하자보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생장 환경이 향상돼 조경수 고사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속되는 가뭄으로 서울시내 가로수 등 각종 조경수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측과 조경업계가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긴급 가뭄대책회의를 가졌다.

배호영 서울시 공원녹지국 조경과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진병규 서울시 조경관리팀장을 비롯해 김충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과 최병순 부회장, 윤영관 사무국장, 맹치영 한양대 도시대학원 생태조경학과 교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배 과장은 “지금 당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겠지만 앞으로 가뭄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논의됐으면 좋겠다”며 시공, 설계, 제도, 관리 등을 통한 가뭄 대책과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수종변화 등을 논제로 던졌다.

업계 대표로 참석한 김충일 회장은 “현재 조경업체들도 가뭄에 대한 걱정과 대책이야기가 자주 오간다”며 “당장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주는 대책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은 안돼 걱정이 크다”라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병순 부회장은 “시공된 지 2~3년이 지난 현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올봄에 조성된 현장에는 시급히 급수 지원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로수 뿐 아니라 띠녹지나 대형 가로수 하층에 식재된 관목 및 초화류의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최 부회장은 “가로수 보다 띠녹지 가뭄 피해가 크다. 특히 느티나무나 메타세콰이어 등 호습성 수종들은 수변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가로수 가까이 조성된 띠녹지나 관목, 초화류 등의 가뭄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수변 경쟁력이 강한 수종을 선택하거나 대형목과 철쭉 등 관목류 사이의 이격거리를 넓혀 식재하는 등 설계상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가뭄 등으로 인해 고사한 수목의 보수 식재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보통 자치구 행정절차상 보수 식재를 봄과 가을에 진행하고 있지만 봄 가뭄으로 고사한 나무의 경우 식생 환경을 고려치 않고 시기를 결정, 다시 고사하는 경우가 빈번해 이를 고려해 장마와 폭염이 지난 이후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띠녹지 등의 인공지반 구간들은 대부분 토심이 얕은데다가 수분저장 능력이 떨어지는 마사토 등으로 많이 조성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가뭄에 대한 장기 대책으로 환토에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맹치영 교수는 “마사토 대신 수분저장 능력이 좋은 흙으로 교체하면 수목이 가뭄에 견디는 시간이 길어져 장기적으로 가뭄대책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 측이 자치구의 협조를 얻어 가뭄 피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가뭄 피해가 빈번하고 심한 지역부터 시급히 환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맹 교수는 포습성이나 내건성 수목 등을 파악해 공공 조경공사 설계 및 시공 시 수종 선택에 참조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조경업계를 대표해서 자리한 김 회장을 비롯한 협회 측에서는 장기적인 가뭄대책의 일환으로 꾸준한 조경수 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고사목에 대한 하자보수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회장은 “가뭄 등으로 인한 수목 고사를 시공 하자로 처리하는 등 가뭄철 조경 시공업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윤영관 협의회 사무국장은 “가뭄이나 폭우 등의 천재지변이나 준공이 완료된 후 관리주체의 관리 소홀에 따른 수목 고사들까지 시공하자로 분류하며 시공사 측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경 공사의 경우 다른 건축 관련 공사와 달리 하자 면책조항이 없어 가뭄 고사목도 시공사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협의회 측은 이와 같은 부당한 하자보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용역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빠르면 다음주쯤 관련 보고서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기적인 조경수 고사 대책마련을 위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발주처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LH, SH공사 등은 시공 당시에 유지관리비도 공사비에 포함시켜 꾸준한 조경수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비용 지급 없이 관리만 요구하고 있으며, 하자 문제도 시공사 책임으로 넘겨지면서 조경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조경 공사 시 유지관리비용도 함께 적용해 줄 것을 시 측에 요구했다.

더불어 김 회장은 “서울시 측이 앞으로 가뭄 뿐 아니라 폭염, 폭우, 태풍 등 기후에 따른 수목 피해와 관련해 폭넓게 대책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배 과장은 “앞으로 가뭄 대책 등 서울시의 조경 환경 개선을 위해 협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꾸준히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빗물저류시설장치 도입과 실효성, 기후변화에 따른 도심 내 소나무 식재 적절성 등이 이날 회의에서 논의됐다.

한편, 서울시는 계속되는 봄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가뭄물주기대책본부’을 구성해 각 자치구에 급수에 필요한 장비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등 긴급 급수 대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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