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 박상현 지음 / 샘터 펴냄 / 2012년 5월 7일 찍음 / 304쪽 / 값 1만3천8백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정원에는 한 해 동안 세계 각지에서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여든다’

최근 대한항공의 TV 광고에도 등장해 주목받았던 캐나다의 부차트 가든은 원래 석회암 채굴장이었던 곳을 일구어 만들어졌다. 긴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꽃이 만개한 부차트 가든은 캐나다의 국립사적지이기도 하다.

이곳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뽐내며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로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원을 조성한 부차트 가문의 의지와 새벽부터 구슬땀 흘리며 정원을 가꾸는 노련한 60여 명의 정원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 중 단 한 명의 한국인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의 저자 박상현이다.

부차트 가든의 정원사가 된 지 5년째에 접어든 저자는 처음부터 전문 정원사가 아니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캐나다 빅토리아로 이민을 오면서도 정원사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는 또래의 많은 한국 남자들이 그렇듯 도시의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살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마흔의 나이를 맞으면서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해보고 싶었던 그는 이국땅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에서 일하고 싶어 부차트 가든을 선택했고 ‘절실한 눈빛’ 하나로 결국 이곳의 정원사로 채용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아름다운 관광지이기만 했던 부차트 가든이 그에게는 일터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관람객이 아닌 정원사의 시선으로, 어떤 가이드북에서도 볼 수 없는 부차트 가든의 생생한 풍경과 그 안에 숨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정원사로서 성장하며 저마다의 꽃과 나무가 가진 특성과 모습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은 것들, 이를 통해 반추한 삶과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고향에서 겪었던 추억들을 하나씩 전한다.

울타리 나무로 쓰이는 측백나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고,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주는 국화에서 장모님의 성품을, 나무 중 성적 소수라 할 수 있는 아쿠바에서 동성애자인 동료 정원사를, 자기애의 상징인 수선화에서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떠올리고, 토양의 성격에 따라 다른 색의 꽃을 피우는 수국을 닮은 어머니를, 백합을 닮은 한국의 동무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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